_ 여전히 믿기지 않지만…
글쎄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은 쓰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써본다.
지금 일하는 곳에 다니던 아이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3주가 다 되어간다. 여전히 믿기지 않고 긴 여행을 떠난 것만 같다.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함께 했고 일주일에 미술수업은 고작 2시간뿐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힘든 점도 많았는데 그 아이와 수업하는 수요일이 나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아이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하고 놀랐다.
아이들에게 자유그림을 그리라고 하고, 나도 종이에 드로잉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내 그림을 보고 ‘미스터 두들’ 아저씨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마침 쿠리가 좋아하던 화가여서 나도 알고 있었다. 미스터 두들 그림을 보며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한 장의 종이에 함께 드로잉을 했다. 아이가 그리는 그림 빈틈을 내가 채워나갔다. 수업이 끝나서 다음에 같이 마무리하자고 했던 게 그 아이와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날 같이 걸으며 쿠리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쿠리도 그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바로 다음 주에 일어난 사고여서 우리는 함께 슬퍼했다.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에 비하면 내 마음이야 별거 없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많이 보고 싶고 눈물 나게 안타깝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 어떤 사건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예방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만큼을 한 후에 일어나는 일은 우리 능력 밖의 일이다.
감사일기를 쓸 여력이 없었다. 감사함을 느끼며 지내고는 있었지만 그 아이가 떠나고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해야 했고 그 주 주말에 많이 아팠다. 꾹꾹 눌렀던 슬픔도 터져 나왔다. 거의 마시지 않았던 술을 2주 넘게 매일 마셨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결국 얼굴에 다시 염증이 재발했고 지금은 술도 마시지 않고 컨디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그 아이의 부모님이 잘 버텨내기를 바랄 뿐이다. 사후의 세계를 믿지도 않아서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는 말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그저 너무 빨리 간 아이가 아까울 뿐이다.
천국이다 지옥이다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중에 좋아했던 사람들을 한 번쯤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12년 전에 떠난 초롱이도 만날 수 있었으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도 누가 먼저 떠나더라도 나중에 한 번쯤 다 같이 만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있을 때 잘 하자. 곁에 있을 때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