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슬킴 Jul 19. 2022

13살, 이제 더 이상 목욕할 때 물총이 필요 없다.

_ 너의 어린 시절이 그립다.


욕실을 사용하다가 쓸쓸하게 걸려있는 물총을 보고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와 이렇게 글을 쓴다.

목욕할 땐 꼭 물을 받아서 물총 갖고 놀고, 물안경까지 쓰고 물놀이를 하던 아들은 어느덧 쑥쑥 자라서 6시 50분에 칼같이 일어나 깨끗하게 샤워를 하는 13살이 되었다. 1년 전만 해도 가끔 물총을 가지고 놀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저 물총이 왜 이렇게 내 모습 같을까? 과한 감정 이입인 건 알지만 물총 보고 눈물이 다 난다.


‘엄마 놀아줘!'를 입에 달고 살던 아이는 친구가 더 좋아지고 컴퓨터랑 친해져 갔다.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이렇게 서서히 내 품을 떠나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참 먹먹하다.

요즘 아들 태도 때문에 자주 싸우게 되는데... 그게 아이가 어릴 때 살갑던 모습과 자꾸 비교하면서 그때처럼 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서 그런 거였다. ​


모성애? 난 그런 거 별로 없고 아이에게 바라는 것도 크게 없다. 내 몸을 빌어 나온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며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자식은 자식인지... 커가는 모습이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 엄마도 그랬겠지?


​대학 다시 간다고 동생이랑 서울로 올라왔을 때, 엄마가 전화 통화하면서 그렇게 우셨는데 그 마음 조금은 알 것 같다.


​엄마 닮아 눈물이 많은 나는 지금 글을 쓰면서 울고 있다. 아들이 집에 돌아오면 말해줘야겠다. 엄마가 예전의 모습을 자꾸 회상해서 그런 거라고.. 커가는

너를 인정해주겠다고.. 그러니 너도 엄마 마음 조금은 이해해 달라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나는 왜 불안한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