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작지만 깊은 질문
글쓰기도 어쩌다 한 번, 그림도 내킬 때나 그리는 40대 중반인 나는 요즘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있다. -고민을 한다고 고민이 사라지면 고민이 없겠네!- 그렇지만 생각은 조금 해봐야 하겠다. 생각하지 말고 일단은 행동으로 옮기라는 말도 다 알겠는데, 정리 좀 하고 가실게요!
지금 꾸준히 하고 있는 거라곤 하루에 몇 페이지라도 책 읽기 그리고 걷기이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꾸준히 하고 있다. 넷플릭스 몰아보기, 침대에서 오래 버티기, 라떼 내려 마시기, 아들 손톱 깎아주기, 짝꿍 두피 안마해 주기... 나열하자면 꽤 많은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모든 일이 생산적이지 않아도 되고, 생선적인 일만 할 수 도 없기에 내 나름대로 삶에 만족하며 살고는 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남지 않은 것은 내 생명일지도 모르거니와 점점 사그라드는 마음의 불씨가 아쉽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허허허 너털웃음 지으며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말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아쉽다. 게다가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지만, 체력과 기력은 점점 딸리고 에너지 끌어올리기에 벅차다.
사는 게 반이상 운이라지만, 나도 운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은 뭔가에 미쳐서 최선을 다 해본 경험이 없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도 꽤 운 좋은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최선을 다 하지 않은 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이 나이 먹도록 살아있는 게 기적이고, 살아내느라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해도 될 만큼의 삶이지만 뭔가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선가 그러더라. "욕심이 많으면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기 싫으면 욕심을 내려놓으라." 나는 욕심을 내려놓는 쪽을 선택하고 살아왔다. 마음은 너무 편하고 좋았지만, 허전한 마음이 든다. 나는 내 것을 만들어내는 게 미치도록 좋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좋은 성과를 얻은 사람들을 보며 위안 삼기를 20대 후반부터 해왔다. 28살에 그림을 시작했던 반고흐를 생각하며 힘을 얻었다. 그가 살았던 곳에서 2년간 머물며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지금까지의 시간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미미한 경력마저 단절되었다. 실제 겪은 산후 우울증을 핑계 삼아 침대에서 참 오래도 버텼다. 그동안 내 마음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던 걸까? 부모에게 받지 못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30대 내내 나의 짝꿍에게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양구 낭군님!)
이미 충분히 늦은 나이, 그렇지만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은 나이! 더 이상 미루고 싶지가 않다.
이 나이에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하는 걸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술도 끊은 마당에 내가 뭘 못하겠어! 이제 남들이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보며 웃고 떠드는 시간을 줄이고 내 것을 만들어야겠다. 아이가 걸음마를 하듯 시작한 걷기, 올해로 딱 3년이 되었다. 걷기 전에 몰랐던 나와 더욱 각별해졌고 체력과 자신감이 생겼다. '좀 더 일찍 걸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회한 적도 있지만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지금도 걷기를 시작했을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되겠지!" 내가 잘할 수 있고, 재미있어서 오래 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작을 해보자. 난 그 누구도 아닌 나, "김슬한"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