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아들에게 잔소리 금지
잔소리
1. [명사]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2. [명사]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
[유의어] 꾸중, 꾸지람, 설교
사전에서 정확한 뜻을 찾고 보니 잔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쓸데없이, 듣기 싫게, 참견하거나 그런 말이라니.. 하긴 잔소리는 내가 하면서도 내가 듣기 싫다는 생각이 항시 든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자면 백만 가지쯤 되지 않을까?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게 또 잔소리다.
아직 커나가고 있는 아이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고 자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다 큰 성인은 이미 만들어진 상태여서 어떠한 잔소리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전무하다. 그러니 그 누구에게도 잔소리는 필요하지 않다.
최근 들어 조금 더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잔소리가 점점 늘고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는 아이를 볼 때마다 해야 할 잔소리가 늘어났고, 아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건 아닌데 싶던 어느 날 아침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가만히 앉아 노래를 듣다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 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속을 뒤져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지금도 충분히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아이에게 공부하라, 성실하라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넌 얼마나 잘했길래'하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달라고 생각했던 어린 날의 아들을 생각해 본다. 지금 이렇게 곁에서 밝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좋아하는 일은 꾸준하게 잘 해내는 아이에게 "공부해"라는 잔소리가 과연 옳은 것일까?
물론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내가 지금 경제적으로 힘든 이유가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재능이 있는 그림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결국 난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아들은 좋아하는 것에 몰입도가 나보다 훨씬 좋고 잘할 때까지 해내는 끈기도 좋다. 그러니 내 남은 인생은 아들을 본받아서 열심히 뭔가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잔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멈추고 생각하자. 나 스스로는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