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보기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과 싸움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다. 싸우기 전에 그냥 회피를 해버린다. 싸우는 것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안 보면 그만인 것을...
그러나 같이 살고 있다거나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많은 조정이 필요하다. 때론 싸우기도 하지만 싸움으로 가기 전 단계를 무수히 많이 거친다. 조정하고 다시 조정하여 각자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확보하고, 서로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지점을 찾는다.
결혼 16년 차인 나는 남편과 사이가 매우 좋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_) 이렇게 좋아지기까지 나의 노력과 남편의 노고가 크다. 결혼을 하고 3년 동안 우리는 서로의 그 지점을 찾느라 애썼다. 문제가 발생하면 3-4시간의 긴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이해를 하려 노력했다. 주로 내가 떠들었지만 나도 사실 귀찮고 피곤했다. 안 보고 살 수 있다면 단 한마디도 안 하고 뒤도 안 돌아봤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아빠이고 내가 선택한 남자니까 내 나름 노력을 한다고 한 거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대토론이 있었고, 3년이 지나자 그럴 일이 없어졌다. 환상의 팀까지는 아니어도 서로를 많이 알게 되었고 앞으로 쭉 같이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직장에서도 나는 거슬리는 문제가 보이면 이야기를 한다. 서로가 평등한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이 맞고 그래야 내가 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총대를 메기도 한다. 그런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의 직장을 좋아하고, 그런 곳에서는 일이 힘들어도 버틸만하다. 아무리 일이 재미있고 쉬워도 직장 분위기가 수직적이고 불평등하면 나는 오래 다니기 힘들다. 싸움이 되는 직장, 싸우지 않기 위해 서로 조정이 가능한 직장이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싸움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싸워야 서로의 속마음을 알 수가 있다. 싸우고 나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서로의 마음을 녹여주는 방식의 화해,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싸우자. 그리고 잘 풀자. 그래야 더욱 진하게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