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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Oct 21. 2020

단발머리 내 아들은 11살

나의 베프, 나의 뮤즈 (feat. 아들 자랑)


내 아들은 단발머리다. 11살이나 먹었지만 긴 머리를 고집한다. 얼굴이 곱상해서 여자아이로 오해를 자주 받는다. 그는 그것을 즐긴다. 스파이가 된 것 같단다. 


어깨선을 넘는 장발이었는데 설득의 설득을 하여 내가 손수 자른 단발머리, 정말 잘 어울린다.




언제 이렇게 컸지? 벌써 11살이라니 시간이 빨리 가는 게 아쉽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고 매일이 치열한 전쟁 같은 하루지만,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게 참 좋다. 정말 너무 좋다. 외동이라서 그런지 나와 친밀도가 상당히 높다. 나는 이희승의 엄마이자 형제, 친구 역할까지 해야 한다. (이제 친구 영역은 내가 범접할 수 없게 되었다.) 어릴 땐 피곤하고 힘들었다. 매일 놀아달라고 조르는데 나는 쉽게 지쳤고 아들은 지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대화가 점점 통하면서 오히려 그가 나의 베프가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뮤즈가 되어줬다. 끼가 많고 정이 많은 아이라서 나에게 더 많은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때  가끔  뜬금없이 연기를 한다.


저기..인형이세요? (죄송..ㅋ)





요즘 희승이는 나에게 마인 크래프트 게임 속에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설명한다. 나루토 만화책을 같이 읽고, 애니도 함께 시청하기를 원한다. 내가 만화책을 느리게 읽자 어제부터 애니로 하루 두 편 보기로 약속했다. 이런저런 닌자들의 용어를 설명하지만 “아~ 응~ 그렇구나~.”하며 이해하는 척한다. 내가 놀랐던 것은 같이 애니를 보면서 내 반응을 살피는 희승이의 모습이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보는 나루토는 꽤 재미있다.     






희승이가 단발머리를 한 후, 단발머리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림으로 그리지 않을 수가 없다. 슥슥 단발머리를 그릴 때, 그림 속 희승이는 울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웃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싶은 얼굴, 내가 제일 자주 그리는 얼굴 이희승.  앞으로 귀여움이 사라지면 그리고 싶지 않을까? 


얼마전에 나에게 "엄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라고 잔소리를 할 때 얼굴 표정이다.


나를 닮아 예민한 그는, 자주 운다. 



아이스크림은 하루 몇개까지 먹어도 되는 걸까? 먹을 수 있는 걸까? ㅎㅎㅎ
큰 개미를 바라보는 희승이는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이 가득 찬 눈빛이었다.
아직도 혼자 자는 게 무섭다는 희승....엄마는 아직도 그래. ㅎㅎ





이제 11살도 다 지나가고 12살이 되는데 머리는 언제까지 기를 거냐고 물으면 당분간은 자를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음.. 그럼 좀 매일 씻어.)      

딱 한 명 키우면서 유난히도 힘들어했던 이 못난 엄마가 놓친 게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난 내 삶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최선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앞으로도 친구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      

친구여! 나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여!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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