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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04. 2021

눈빛으로 전하는 말

때로는 말없이


눈 앞에서 버스를 놓치며 빠른 걸음으로 정거장으로 향했다. 한 남자가 내가 타려던 버스를 잡으려고 뛰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버스를 잡는다면 나도 그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는 열심히 뛰었지만, 결국 버스는 정거장에 그를 덩그러니 남겨 놓았다. 얼굴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뒷모습에서 허탈함이 묻어 나왔다.



그는 나를 보며 아쉬운 눈빛과 함께 미소를 보인다. 그의 미소는 아주 편안한 느낌이다. 나도 그에게 아쉬운 눈빛을 보냈다. 그는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을 하지 못했다.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버스가 그냥 떠났다고 말한다. 나는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눈빛으로 말했다.


정거장 의자에 앉으며 그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다시 손짓했다. 그가 내 옆에 앉았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눈빛을 보낸다. 아주 간단한 몸짓과 눈빛을 보고 그가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날씨가 너무 덥다고 말했다. 나도 그에게 날씨가 참 덥다고 표정으로 답했다. 그가 허리춤에 매달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버스 시간표를 보며 다음 버스가 몇 시에 오는지 나에게 알려준다. 나는 그와 함께 시간을 확인하고 조용하게 앉아있다.


그는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했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가끔씩 마주친 눈빛으로 나는 알 수 있었다.


시간이 가고 우리가 타려던 버스가 멈췄다. 그는 버스가 와서 참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말없이도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느끼며 뒤따라 버스에 탔다.


버스에 올라 그와 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헤어졌다.




마음을 전하는 건 중요해.






우리는 말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말을 해서가 아니다. 그저 사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말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말이 아니어도 표현할 수 있다. 말이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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