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겁 없던 녀석이었어.
우쿨렐레 왕초보, 그러나 나는 겁이 없다. 남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실력이 부족하면 뭐 어떤가. 내가 내 집에서 연습 조금 한다는데 말이다. 주말은 이웃들이 쉬어야 하니 평일 낮에 잠깐씩 연습한다.
나는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 초. 중. 고등학생 때 중창단, 합창단을 계속 해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엔 노래대회에도 나갈 뻔했다. 지금과는 달리 숫기가 매우 없던 나는 학교에서 예선을 보는데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노래 불렀다가 담임한테 크게 혼났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노래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들어줄 만은 하다. 객관적으로 음색이 별로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20대 중반에 드럼을 1년 정도 배웠고, 피아노는 초등학교 때 체르니 40번을 치다 말았다. 평소 리코더 부는 걸 좋아한다. 클라리넷을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아니 기회를 만든 적이 없다. 집에는 엄마가 주신 통기타가 있고 드럼스틱도 여전히 있다. 몇 해 전 나를 위한 선물로 야마하 전자피아노를 질렀다. 어쩌다 한번 치던 피아노를 요즘은 주 2-3회는 친다.
우쿨렐레는 두대가 있다. 희승이랑 함께 배우고 싶어서 한대는 얼마 전에 중고로 구입했다. 같이 배우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음... 일단 쉬운 코드라도 같이 연습해보기로 했다. 나도 모르는 걸 가르쳐주자니 답답하다. 역시 뭐든지 전문가에게 배우는 게 좋은 것 같다.
희승이랑 낮에 연습하기로 했지만, 친구가 부르면 1분 만에 뒤도 안 돌아보고 튀어나간다.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 우쿨렐레를 잡는다. 어설프게나마 튜닝을 마치고 악보를 보고 연습을 한다. 왼손이 내 마음대로 조작이 안된다. 마비라도 온 것처럼 베베 꼬인다. 오른손은 또 어떤가.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시끄럽다.
이렇게 왕초보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있어도 짜릿짜릿하다. 엊그제 연습곡은 영화 'Ones' ost [falling slowly]이다. 아이패드로 음악을 틀어놓고 아이폰으로 녹음을 한다. (뭔가 겁나 있어 보이지만 아이패드는 2012년에 구매한 유물, 아이폰 10...ㅋㅋㅋ)
못 치는 우쿨렐레를 부여잡고 노래에 맞춰 코드를 잡아가며 줄을 튕기는데 흥분이 된다. 자아도취가 아니라 그냥 좋은 음악을 들으며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다. 트로트에 젓가락만 두드려도 흥이 나는 그런 기분이랄까.
내가 뭐하자고 피아노를 치고, 우쿨렐레를 튕기고, 글을 쓰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난 겁 없는 녀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