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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03. 2021

알로하 오에, 우쿨렐레

넌 겁 없던 녀석이었어.



우쿨렐레 왕초보, 그러나 나는 겁이 없다. 남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실력이 부족하면 뭐 어떤가. 내가 내 집에서 연습 조금 한다는데 말이다. 주말은 이웃들이 쉬어야 하니 평일 낮에 잠깐씩 연습한다.


나는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 초. 중. 고등학생 때 중창단, 합창단을 계속 해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엔 노래대회에도 나갈 뻔했다. 지금과는 달리 숫기가 매우 없던 나는 학교에서 예선을 보는데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노래 불렀다가 담임한테 크게 혼났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노래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들어줄 만은 하다. 객관적으로 음색이 별로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음악은 나를 춤추게 해요. 누가 보든 말든 자유롭게 춤을 출 거야.




20대 중반에 드럼을 1년 정도 배웠고, 피아노는 초등학교 때 체르니 40번을 치다 말았다. 평소 리코더 부는 걸 좋아한다. 클라리넷을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아니 기회를 만든 적이 없다. 집에는 엄마가 주신 통기타가 있고 드럼스틱도 여전히 있다. 몇 해 전 나를 위한 선물로 야마하 전자피아노를 질렀다. 어쩌다 한번 치던 피아노를 요즘은 주 2-3회는 친다.



제목 : 엄마가 화냈어. ( 이희승 작사 작곡/ 김슬한 피아노 )___구슬픈 노래를 계속 부르길래 연주를 해봤다.




우쿨렐레는 두대가 있다. 희승이랑 함께 배우고 싶어서 한대는 얼마 전에 중고로 구입했다. 같이 배우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음... 일단 쉬운 코드라도 같이 연습해보기로 했다. 나도 모르는 걸 가르쳐주자니 답답하다. 역시 뭐든지 전문가에게 배우는 게 좋은 것 같다.


희승이랑 낮에 연습하기로 했지만, 친구가 부르면 1분 만에 뒤도 안 돌아보고 튀어나간다.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 우쿨렐레를 잡는다. 어설프게나마 튜닝을 마치고 악보를 보고 연습을 한다. 왼손이 내 마음대로 조작이 안된다. 마비라도 온 것처럼 베베 꼬인다. 오른손은 또 어떤가.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시끄럽다.


이렇게 왕초보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있어도 짜릿짜릿하다. 엊그제 연습곡은 영화 'Ones' ost [falling slowly]이다. 아이패드로 음악을 틀어놓고 아이폰으로 녹음을 한다. (뭔가 겁나 있어 보이지만 아이패드는 2012년에 구매한 유물, 아이폰 10...ㅋㅋㅋ)


못 치는 우쿨렐레를 부여잡고 노래에 맞춰 코드를 잡아가며 줄을 튕기는데 흥분이 된다. 자아도취가 아니라 그냥 좋은 음악을 들으며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다. 트로트에 젓가락만 두드려도 흥이 나는 그런 기분이랄까.



시끄러움 주의! 왕초보 우쿨렐레 연주.



내가 뭐하자고 피아노를 치고, 우쿨렐레를 튕기고, 글을 쓰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난 겁 없는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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