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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02. 2021

1인칭 손 시점_1

나는 쉬지 않고 일한다.



그녀는 오른손잡이다. 확실히 나는 왼손보다는 일이 많다. 내가 주도적이라는 건 좋을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피곤하다.
오늘은 그녀가 마트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이다. 이런 날엔 평소보다 몇 배는 움직여야 한다. 
아침에 알람을 끄며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내 일은 단순화되었지만 반복적으로 많은 일을 한다. 알람을 끄자마자 왼손과 함께 스마트폰을 잡는다. 잠금해제를 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두드리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미끄러지듯 표면을 문지른다. 왼손은 주로 스마트폰을 잡고 있고 내가 열심히 두드리고 문지른다.
그녀는 왼손과 나를 교차하며 문지른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뻐근함을 자주 호소한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뭔가를 움켜쥐고 있는 일은 매우 피곤하다. 나는 왼손가락 하나하나를 잡고 당겨준다. 왼손도 보답을 한다. 아, 시원해라. 우리는 서로를 맞대고 비빈다. 부둥켜안고 서로의 온기를 느낀다. 




역시 나는 왼손보다는 많은 일을 한다.






글쓰기 연습을 하려고 오른손의 입장에서 글을 써본다. 머리에 쥐가 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다음에 이어서 써봐야겠다. 항상 생각하지만 소설가들은 정말 대단한 노력파 거나 천재가 아닐까? 아니면 둘 다겠지.


<20분 글쓰기>라지만 매번 이렇게나 짧은 글을 1시간가량 붙잡고 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쓰고 싶은걸 어떻게 하겠는가. 쓰는 것이 지금은 즐겁다.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라는 <작가 수업> 저자의 말을 보고 바로 노트북을 켜고 생각해놓았던 글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봤다. 저자의 말처럼 일단은 쓰겠다. 


내 안의 비평가야, 저리 가! 아직은 네가 활동할 시간이 아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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