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응석을 부리고 싶은 사람
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던 시절 이야기다.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그 당시 50대 중후반으로 보였다. 항상 조용히 할 일을 하고 가시는 차분한 분이셨다. 하루는 청소를 하시다가 사무실 창틀에 있던 화분을 깨셨다. 많이 미안해하시길래 괜찮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셨다면서 이런 실수 잘 안 하는데 오늘 이상하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으셨다. 다음날 화분을 사 오시겠다고 하셨고 나는 괜찮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청소를 다 마치시고는 서둘러 복도로 나가시다가 동료분을 만나셨나 보다.
"언니!!! 나 어떻게 해~"
문이 닫힘과 동시에 마치 어린 소녀처럼 "언니~!"라고 부르시며 위로받고 싶다는 투로 "나 어떻게 해......" 하시는데 갑자기 그 언니라는 단어가 너무 친근하고, 또 먼가 위로받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상대가 언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언니"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았다. 여자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게 있다. 마구 응석을 부려도 오냐오냐 해 줄 것 같은 사람, 언니라는 말은 참 귀엽고 살갑다. 남자들이 "형! 형아!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비슷하겠지?
혈연관계가 아닐지라도, "언니!" "형!"이라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큰 위로가 되는 거 같다. 살갑게 먼저 다가와주는 아랫사람은 귀엽고 예쁘다. 아무리 얄미운 짓을 해도 말이다.
내가 아는 "언니"들에게 새삼 고맙다.
나도 멋진 언니가 되어야지. 마구 응석 부리는 동생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