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그게 서로 맞으면 좋은 거고 아님 말고.
가끔 다른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인지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가끔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잠깐 부럽다가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난 나대로 간다-는 마음으로 돌아온다. 주제 파악을 잘하고 사는 요즘이다.
어라? 4시에 일어나?
어라? 책을 한 달에 몇십 권을 읽어?
어라? 매주 산에 간다고?
아 나도 4시에 일어나야 하는 거 아냐?
나도 다독하고 싶다.
나도 맨날 산에 가고 싶다.
그렇게 하지도 않을 거고 못할걸 알면서도 순간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나마 '어라? 명품백이네? 어라? 보톡스?' 이런 쪽이 아니어서 참말로 다행이다. 뭐 그렇다 해도 돈이 없어서 그쪽은 쳐다도 안보는 거겠지. 하하하.
뭐든지 그냥 나답게 가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얼굴 생김새부터가 전부 다른데 복잡 미묘하고 오묘한 삶이 어찌 똑같을 수 있겠는가.
물론 일찍 일어나고 책을 사랑하며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건 중요하다. 그렇지만 자신의 보폭대로 가는 게 본인에게 좋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편안하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데 있어서도 그렇다. 다른 아이들하고의 비교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걸 알면 다행인데,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모래사장의 모래들을 현미경으로 보면 그 생김새가 각기 다르다. 멀리서 보면 그냥 수많은 모래알이지만 모두 다른 시간을 보내다가 그곳에서 만났을 것이다. 밤하늘의 별은 또 어떠한가. 살아낸 세월도 모양도 다 다르다.
사람이라서 잠깐 부러움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절대 거기에 생각을 집중시키면 안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나를 알아가는 게 아닐까. 세상이 중요하다고 떠들어대는 것들이 나와 맞지 않다면 나는 나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러다가 나와 보폭이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면 인생에 있어 큰 행운이다. 그게 가족이든 배우자든 동료든 친구든 보폭이 비슷하여 같이 삶을 살아가고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보폭이 딱 맞지 않아도 서로 맞춰갈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좋다.
한 사람이 서둘러 앞서가면 뒤따라 가는 사람의 마음은 불안하다. 앞서가는 사람은 느리게 걷는 사람이 못마땅하다. 그 차이가 크다면 굳이 곁에 두며 서로 괴로워하지 말자.
사랑이라는 게 그런 건가 봐. 각자의 느린 부분을 조금 견뎌주는 것. 기다려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