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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08. 2021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해.

-내가 '김기복'이라는 게 문제지만...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다. 아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신비롭다. 목을 가누고 걷고 말하게 되는 내내 부모를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가끔 떼를 쓰고 투정을 부리지만 부모가 어떤 짓을 해도 사랑해준다.  


아이의 마음을 다 이해해 주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매우 유치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내 아이에게 조차 그 이기심이 왕왕 튀어나온다.



사랑스러운 아기들




내 상태가 괜찮으면 부드럽게 나가던 말과 행동이 내가 힘들면 거칠고 투박하게 나간다. 자주 걸으면서 체력이 조금 좋아지고 짜증을 내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체력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튼튼해지자고 마음먹어본다. 많이 움직이고 몸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 기분이 별로였다. 생각할게 좀 있었다. 희승이는 워낙에 에너지가 넘치고 같이 있는 시간 내내 소통을 원하는 아이다. 형제가 없어서 더 그렇겠지. 최대한 맞춰주려 노력하지만 어제 같은 기분이면 짜증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평소라면 웃으며 넘어갈 일도 마음이 못 되 쳐 먹기로 작정을 한다.


번데기가 된 희승




점심을 준비하는데 자꾸 신경이 쓰이게 하길래 짜증을 몇 번 냈더니 울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밥 먹으라고 불렀지만 나오지 않아 들어가 보니 번데기가 되어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애를 나비처럼 날게 해 주지는 못해도 번데기로 만들어버리다니 미안하게 됐다! 나의 최대 장점인 빠른 사과로 같이 웃으며 점심을 먹었다.




2020년 마지막 날 이모집에서 식사를 하고 찰칵!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모자와 목도리를 너무 맘에 들어했다. (이희승. 남아. 12세.ㅋㅋ)



12살이나 되었지만 희승이는 여전히 귀엽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하는 짓도 참 예쁘다. 희승이의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닷가에 갈 때마다 주워온 조개와 조약돌이다. 요즘 모모를 읽어주고 있는데 엊그제 모모의 보물이 조개와 유리조각, 깃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희승이는 "어! 나랑 똑같네."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희승이의 보물




무조건 사랑해줘도 모자란데 하는 짓을 보면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모를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짜증을 내고 있으면 살며시 다가와서 나를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준다. 갑자기 책상을 치우고 만화책을 꺼내 책상에 앉아 조용히 읽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내가 뭐하는 짓인지 현타가 온다.



어여쁘고 어여쁘다!




이런 못난 엄마를 사랑해주는 희승아!
미안해. 내가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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