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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09. 2021

티파니 선생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_ 임판희 선생님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 12년이라는 학창 시절 동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몇 분 계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이셨던 임판희 선생님이 갑자기 떠오른다. 별명은 티파니 선생님. 누가 지었니. 꽤 그럴듯하는구나.


그 당시 연세가 좀 있으셨는데 체형은 군살 하나 없는 단단한 느낌이었고, 눈은 부리부리하고 콧날이 날카로웠다. 흰머리카락 한 올 없이 새까만 머리칼을 유지하셨다. 아마도 머리칼이 회색을 뗘 지저분해지기 전에 염색을 하셨던 게 아닐까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티파니 선생님은 꽤 준수한 얼굴이셨다.


온화하신 분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혼내도 항시 차분한 말투로 말씀하셨다. 한 번도 고함을 치신적이 없으셨다. 그의 강렬한 눈빛은 기억이 난다. 깨갱-





티파니 선생님께서는 사육장을 관리하셨는데 그 안에는 토끼가 살았다. 다른 동물도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생님은 가끔씩 주번과 함께 토끼에게 먹이도 주고 똥도 치우고 주변 화단도 정리하셨다. 아이들이 뭐 그리 큰 도움이 되었겠는가. 그때 토끼를 돌보던 기억이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있다. 아마도 선생님은 우리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셨던 게 아닐까.



토끼를 가까이서 돌볼 수 있던 건 티파니 선생님 덕분이다.





여름방학이 막 끝나고 가을이 오기 전이었다. 토끼가 새끼를 낳아서 우리 반이 시끌시끌했다. 선생님께서 보러 가자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우르르 몰려갔다. 토끼에 별 관심이 없어 사육장에 오지 않은 친구도 몇몇 있었다. 나는 평소에 자주 사육장에 들러 토끼를 봐왔고 학교가 집 앞이라서 방학 때도 종종 토끼를 보러 갔었다. 새끼는 4-5마리 정도였다.


그중 한 마리가 조금 이상했다. 뚜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뒷다리 쪽 모양이 이상했다. 보기에 징그러웠다. 선생님께서는 그 토끼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탄식했고 4일쯤 지나 그 토끼는 죽었다. 선생님은 사육장 근처 화단에 토끼를 묻어주셨다. 그리 많이 슬픈 건 아니었지만 한동안 우리들의 화젯거리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 선생님의 연락처를 어찌어찌 알아내서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는 서울에 살고 있는 딸 집에서 잠깐 지내고 계신다 하셨다. 찾아뵙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너무 늙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시다는 뉘앙스로 말씀하셨다.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1년이라는 길지도 짤지도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꽤 깊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가만히 앉아 12명의 담임 선생님들을 생각해본다. 초등학교 1,2, 3학년 담임선생님이 같았으니 10명의 선생님이군.


모두 건강히 잘 살아는 계실는지. 선생님들이 보고 싶은 하루다.






아래 세명은 잘 살든지 말든지 죽었든지 살았든지.ㅋㅋㅋ 선생 같지도 않은 것들이 종종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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