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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06. 2021

말투 바꾸기

쉽지는 않겠지만 꼭 바꿀 거다.



말투가 중요한 건 알고 있었다. 평생을 고치고 싶어도 잘 고쳐지지 않았다. 우리 집안 말투가 "싸우자!"식이어서 나도 보고 배운 게 그거라 바꾸는 게 쉽지가 않았다. 결혼 전까지는 뭐 그러든지 말든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살다가 결혼을 하고 난 후 내 말투는 두각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말이 좀 세고 솔직히 욕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를 낳고 끊었던 욕이 운전을 하며 조금씩 튀어나오긴 했지만 입에 달고 살지는 않는다. 


결혼을 하고 나서 말투 때문에 특별히 싸우거나 그러진 않았다. 부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남자와 결혼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분은 내 못난 모습을 보고도 '이런들 어찌하리 저런들 어찌하리'하며 보통 나를 안쓰럽게 봐주신다. 설령 운전하다가 욕을 해도 '너의 입이 더러워지나니...' 이런 식이다. 물론 일 년에 한두 번쯤 말 좀 이쁘게 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말하긴 했다. 강하게 말한다고 해봤자 그의 투정 같은 부드러운 말투나 억양은 그대로다. 11년 동안 한결같은 말투인 그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보고 자란 말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요즘 희승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가끔 싹수없어 뵈는 말투를 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인은 나였다. 툭툭 내뱉는 말투, 뭐가 그리 좋겠는가. 내 마음은 부드럽고 한없이 사랑한다 해도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쿠리(신랑)나 희승이는 말을 이쁘게 해야 하고 나는 맘대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참 오만한 생각이다. 



이기적인 나__너무 못돼 보이네..








엊그제 희승이랑 넷플릭스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고 말투를 꼭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뜬금없지만 사실이다. 


2016년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한 이인홍 씨 (현재 74세)



말투가 독특한 분이신데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볼 텐가?"
"그럼 이만 가지."
"따라와 보시게."


상대를 존중해주고 친절하지만 단단한 말투다. 엉뚱한 말들은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데 희승이와 나는 보는 내내 웃으면서 봤다. 따뜻한 말투를 듣고 있으니까 마음이 풀렸다. 나도 말투를 바꾸고 말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에야 어떻게 바꾸겠는가. 하지만 내가 들어도 좋고 남이 들어도 좋은 말투로 꼭 바꿀 것이다. 일부러라도 노력을 하다 보면 불쑥불쑥 올라오는 본래의 말투도 서서히 흐려지겠지. 




남은 내 인생을 위해서 쿠리와 희승이를 위해서 유머 있고 친절한 말투로 꼭 바꿔야지!




둥글둥글하고 예쁜 말을 들었을 때 내 기분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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