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를 위해 책을 읽어준다는 것
요즘 희승이에게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어주고 있다. 하루 두쪽이라도 읽어주겠노라 약속을 하고 별일 없으면 지키고 있었다.
(하루 두쪽 방 감사! 스몰스텝 작가님 감사!)
며칠 전에 미열이 나서 오늘은 책을 못 읽어주겠다고 말하자 “내가 읽어줄게!"라며 희승이가 책을 들고 왔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희승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까지 희승이는 내가 읽어주는 걸 더 좋아한다.
처음에는 두쪽만 읽어주겠다고 하더니, 엄청 행복해하는 나를 보며 11페이지를 읽어주었다. <4장> 전부를 읽어준 것이다. 내가 어떻게 행복해했냐고?
희승이 옆에 딱 붙어서 팔을 만지고 비비적비비적하면서 좋아했다. 뭔가 사랑을 듬뿍 받는 느낌이 들어서 “아빠 더 읽어주세요." "엄마! 엄마!" 이러면서 막 장난도 쳤다.
희승이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렇게 좋아?" 하며 빙그레 웃는다. “응! 너무 행복해! 이런 느낌인지 몰랐어. 왜 네가 엄마가 책을 읽어줄 때 옆에서 장난치고 팔 만지고 그러는지 몰랐어." 그랬더니 정말 몰랐냐고 묻는다.
“엄마는 할머니가 책을 읽어준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래서 몰랐나 봐."
그렇다. 우리 엄마는 4남매 키우시느라 그럴 시간이 없으셨다. 내가 어릴 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살아계셨고 내가 10살까지 농촌에 살았기 때문에 엄마는 농사일도 하셨다. 삼촌도 우리 집에 같이 살던 때가 있었고, 집 가까이에 고모들이 세분이나 계셨다. 집에 책도 없었고, 나중에 명작동화 전집이 생겼지만 그때 당시에 책은 각자 알아서 읽는 것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책을 읽어주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내 목소리로 아이에게 읽어주는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읽어주는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몇 년 전에 그림책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각자 좋아하는 그림책을 갖고 와서 낭독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 참 아름답고 가슴 벅찬 일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나를 위해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희승이를 눈에 넣고 싶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
내가 엄청 행복해하자 어제도 2-3페이지를 먼저 읽어주고 나에게 책을 건넸다. 앞으로 함께 읽어주며 기쁨을 나눌 시간이 기대된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는 희승이가 정말 좋다. 많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