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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Dec 22. 2020

글감은 살아있다.

샤워를 하며 생각한 다양한 글감


나는 지식과 어휘력이 빈곤하다.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도 하고 싶다. 일단은 계속 글을 쓰고 싶다.


정보를 주거나 지식을 나누는 글은 쓸 자신이 없다. 아니 그런 글은 별로 쓰고 싶지가 않다. 지금 생각은 그렇다.


하면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샤워를 하다가 문득 글감에 대해 생각했다. 거창하게 잘 쓸 자신은 없는데 쓸거리는 많다. 리뷰나 정보를 주는 글, 소개글이 아니어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내 곁에 잠시라도 머물러 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2년을 꽉 채우는 소소하거나 흥미진진한 사건들,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의 나열. 그것만으로도 몇백 개의 짧은 글은 쓸 수 있다. 잘 쓰지는 못해도 내가 재미있게 쓸 자신이 있다. 글이라는 것이 일단 내가 재미있어야 써지는 것이 아닌가.



몽글몽글한 글감이 모여 한편의 글이 되듯이 자유로운 붓의 움직임 위에 무언가를 그려낸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글도 그림 그리듯이 쓴다. 미리 계획을 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일단 쓰고 정리를 한다. 물론 누구나 일단 쓰고 퇴고를 하겠지만 말이다. 퇴고라니 작가라도 된 것 같다. 그림도 글도 그저 좋아서 그리고 쓴다. 잉여로운 나는 오늘도 그리고 쓴다.



아이처럼 신나게 지내고 싶어서 그려봤다.


아직도 42살인지 24살인지 12살인지 14살인지 모를 정신연령으로 11살 아들과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는 나지만, 철이 없고 세상 사는데 유용함이라고는 1도 없는 나지만, 생긴 것보다 순진하고 순박한 나지만 그래도 나는 어른이다. 마냥 신나게 웃고 떠들며 지낼 수가 없다. 내 수준에 전혀 맞지 않는 육아와 살림은 엉망이다. 그래도 내가 좋다고 나를 지지해주는 쿠리가 있어 훈훈하구나.


어제 쿠리랑 통화를 했다. 내가 당장에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한량인 나 자신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하자,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어. 상황이 힘들어져 너도 곧 돈 벌러 나가야 할지도 몰라. 근데 지금은 일단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그게 몇 달이 되든 1년이 되든 한번 해봐!"


눈물이 왈칵 쏟아져 울어버렸다. 이미 그전에 울고 있었지만...

나에게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쿠리도 나도 모르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그리고, 열심히 쓰고 싶다. (누가 보면 시한부 인생인 줄...)


왜 쓰고 왜 그리는지 여전히 나도 잘 모르겠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는 쓰고 싶고 그리고 싶다.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다. 지금은 그렇다.



그런데, 왜 울고 있었냐고?

어젯밤 10시쯤 작업을 좀 하려고 책상에 앉아 있었더니 희승이가 5분만 같이 누워달라고 하는 거다. 희승이 옆에 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는 거다. 너무 좋아서 고맙다고 고백을 하며 울었다. 희승이는 말없이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는 둘이 또 싸웠다. 그래도 우리는 싸우고 금세 화해한다. 5분도 안 걸린다.

  


고마운 희승, 사랑스러운 희승




이렇게 나의 글감은 생기가 돈다. 왜냐하면 그건 나만의 글감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이야기이고 꾸밀 것도 잘난 척할 것도 없는 내 거다. 내 글감은 내 기억 속에 살아서 숨 쉰다. 언제든지 꺼내 쓰라는 듯 너그럽다. 나도 모르는 나의 글감을 매일 만나는 요즘이 참 즐겁다.



몽글몽글 살아 숨 쉬는 내 글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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