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며 생각한 다양한 글감
나는 지식과 어휘력이 빈곤하다.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도 하고 싶다. 일단은 계속 글을 쓰고 싶다.
정보를 주거나 지식을 나누는 글은 쓸 자신이 없다. 아니 그런 글은 별로 쓰고 싶지가 않다. 지금 생각은 그렇다.
하면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샤워를 하다가 문득 글감에 대해 생각했다. 거창하게 잘 쓸 자신은 없는데 쓸거리는 많다. 리뷰나 정보를 주는 글, 소개글이 아니어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내 곁에 잠시라도 머물러 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2년을 꽉 채우는 소소하거나 흥미진진한 사건들,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의 나열. 그것만으로도 몇백 개의 짧은 글은 쓸 수 있다. 잘 쓰지는 못해도 내가 재미있게 쓸 자신이 있다. 글이라는 것이 일단 내가 재미있어야 써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글도 그림 그리듯이 쓴다. 미리 계획을 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일단 쓰고 정리를 한다. 물론 누구나 일단 쓰고 퇴고를 하겠지만 말이다. 퇴고라니 작가라도 된 것 같다. 그림도 글도 그저 좋아서 그리고 쓴다. 잉여로운 나는 오늘도 그리고 쓴다.
아직도 42살인지 24살인지 12살인지 14살인지 모를 정신연령으로 11살 아들과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는 나지만, 철이 없고 세상 사는데 유용함이라고는 1도 없는 나지만, 생긴 것보다 순진하고 순박한 나지만 그래도 나는 어른이다. 마냥 신나게 웃고 떠들며 지낼 수가 없다. 내 수준에 전혀 맞지 않는 육아와 살림은 엉망이다. 그래도 내가 좋다고 나를 지지해주는 쿠리가 있어 훈훈하구나.
어제 쿠리랑 통화를 했다. 내가 당장에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한량인 나 자신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하자,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어. 상황이 힘들어져 너도 곧 돈 벌러 나가야 할지도 몰라. 근데 지금은 일단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그게 몇 달이 되든 1년이 되든 한번 해봐!"
눈물이 왈칵 쏟아져 울어버렸다. 이미 그전에 울고 있었지만...
나에게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쿠리도 나도 모르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그리고, 열심히 쓰고 싶다. (누가 보면 시한부 인생인 줄...)
왜 쓰고 왜 그리는지 여전히 나도 잘 모르겠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는 쓰고 싶고 그리고 싶다.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다. 지금은 그렇다.
그런데, 왜 울고 있었냐고?
어젯밤 10시쯤 작업을 좀 하려고 책상에 앉아 있었더니 희승이가 5분만 같이 누워달라고 하는 거다. 희승이 옆에 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는 거다. 너무 좋아서 고맙다고 고백을 하며 울었다. 희승이는 말없이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는 둘이 또 싸웠다. 그래도 우리는 싸우고 금세 화해한다. 5분도 안 걸린다.
이렇게 나의 글감은 생기가 돈다. 왜냐하면 그건 나만의 글감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이야기이고 꾸밀 것도 잘난 척할 것도 없는 내 거다. 내 글감은 내 기억 속에 살아서 숨 쉰다. 언제든지 꺼내 쓰라는 듯 너그럽다. 나도 모르는 나의 글감을 매일 만나는 요즘이 참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