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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Dec 21. 2020

동짓날, 그거 꼭 챙겨야 해?

42살인데 아직도 엄마 팥죽 찾는 어른이


나는 팥이 좋지도 싫지도 않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한 달 후쯤 팥죽이 너무 먹고 싶어서 엄마께 부탁드려 큰 통으로 두통이나 받아서 그걸 혼자 다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과연 내가 팥죽을 쒀먹는 날이 올까?




오늘은 동짓날이다. [동지]를 검색을 해보니 속담이 재미있다.



동지[冬至]

             1.               이십사절기의 하나.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에 들며 태양이 동지점을 통과하는 때인 12월 22일이나 23일 경이다. 북반구에서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동지에는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양기가 새로 생겨나는 때이므로 일 년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팥죽을 쑤어 먹으며 관상감에서는 달력을 만들어 벼슬아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동지 관련 속담>
동지 때 개딸기 
철이 지나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바란다는 말.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소 누울 자리만큼 길어진다 
(북한어) 동지가 지나면 낮 시간이 길어지고 밤 시간이 짧아진다는 말.




"동지 때 개딸기"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바란다니.. 요즘이야 동지 때 개딸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먹을 것을 접할 수 있으니 조금 어울리지 않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은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현실 가능한 것들을 바라겠지. 어린아이들의 상상은 어쩌면 -동지 때 개딸기-가 아닐까 싶다.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소 누울 자리만큼 길어진다" -소 누울 자리만큼 길어진다-는 표현이 참 구수하다. 북한에서 쓰는 말을 보면 가끔 시적이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이 21일이니 12월의 마지막 날엔 소 누울 자리만큼 길어진 해를 볼 수 있을까?




다시 팥죽 이야기를 해 보자면 희승이는 팥죽을 정말 좋아한다. 팥떡, 팥빙수도 좋아한다. 나와 쿠리는 팥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시어머니께서 팥으로 만들어진 건 다 좋아하신다는 걸 알게 됐다. 뭐 그냥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머님께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희승이도 괜스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마트에 우유를 사러 잠깐 갔다가 냉장 코너에서 팥죽을 보았다. 보자마자 떠오르는 엄마 팥죽. 어쩌겠는가. 팥죽 먹으러 왕복 8시간을 운전할 수 없으니 그냥 사 먹기로 한다.


1인분 같은 2인분.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두 봉지를 바구니에 넣었다. 하나는 희승이 꺼, 하나는 쿠리꺼. 내일 쿠리가 집에 오면 따뜻하게 데워줘야겠다. 팥죽을 데워주자 희승이는 호호 불어가며 순식간에 2인분을 뚝딱했다. 나는 한 숟가락 맛만 봤다. 그리고 약을 먹어야 해서 나는 밥을 조금 먹었다. 대신 오메기 쑥 팥떡을 한 개 꺼내 먹었다. 달고 맛있다.


많이 달지 않고 맛있었다. 그래도 엄마 팥죽이 먹고 싶은 오늘이었다.



겉은 하나도 달지 않고 팥 그대로인데, 속에 들어있는 꿀앙꼬 덕에 꽤 달달하다.






사실 동지고 뭐고 챙기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번에는 왠지 꼭 챙기고 싶었다. 코로나 19가 빨리 사라지길 마음속으로 빌면서 팥떡을 꼭꼭 씹었다. 제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를 그냥 집에서 조용히 보내기를 바라며 꼭꼭 씹어 삼켰다.


해돋이는 새해 첫날만 의미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가족, 친구는 연말에만 챙기는 게 아닙니다.

부디 가족들끼리 집에서 소소하게 보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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