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이고 나발이고 주옥같은 내 인생
뭐 요즘 조금 걷고 일찍 일어나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날이 지금보다 밝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한 번도 내 인생은 편안했던 적이 없다. 신랑과 아이가 나에게 큰 위로를 주긴 하지만 돈이 없어 허덕이며 지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많이 갇혔다. 불행 중에도 행복을 찾는 큰 장점으로 여태까지 살아온 나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서 돈을 벌어보자고 준비한 일이 코로나로 엎어진 지 1년이 지났다. 이제 코로나가 좀 사그라들면 난 말 그대로 식당이라도 나가야 한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항상 힘든 일은 피하며 살아온 못난 나는 힘든 일이 겁이 난다.
조교를 하던 시절에 비가 엄청 오던 날, 교수가 짜장면을 시켜먹자고 해서 중국집에 배달을 시킨 적이 있다. 배달하시는 분은 4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었다. 비옷을 입었지만 머리칼이 흠뻑 젖었다. 그분은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내려놓고 계산을 한 후에 나가셨다. 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여자분이 왜 배달일을 하실까. 무척 힘드실 텐데... 나라면 배달일은 못할 것 같은데... 아니 정말 하기 싫을 것 같은데....
그분은 그 상황에서 열심히 살고 계셨을 텐데 철없는 나는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난 뭐 꽤 우아하게 돈을 벌고 살고 있을 거라고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아니, 대체 누가 우아하게 돈을 번단 말인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어릴 때 유복하진 않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빠 덕에 그럭저럭 먹고살았다. 대부분 대학까지는 부모가 보내주던 시절을 보냈다지만 찔끔찔끔 알바 몇 번 한 거 말고는 돈을 제대로 벌어 본 적이 없다. 편하게 조교 생활하면서 모았던 얼마 안 되는 돈은 프랑스에 가서 다 쓰고 왔다. 1년만 있을 계획이었는데 2년을 버티면서 부모님의 돈을 또 뽑아먹었다. 그냥 인생이 무계획이다.
뇌가 이상한지 돈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별다른 욕심도 없어서 그냥 내가 쓰는 돈을 보면 사고 싶은 생활용품이나 식비 정도이다. 못 벌 거를 알아서 겁나게 소박한 게 아닐까?
생각이 초등학생 수준에 멈췄는지 아직도 어릴 때 생각을 자주 하고 지내고, 그때의 물건들이 꽤 남아있다. 나이가 43살이나 쳐 먹고는 초 2 때 선물 받은 샤프펜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짓는 바보 같은 나. 울고 싶다.
몇 달 후면 나는 그야말로 전장에 나가야만 한다. 쿠리가 매우 열심히 벌고 있고 월급도 꽤 되지만 여기저기서 끌어다 쓴 돈을 갚느라 나도 벌어야만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죽기야 하겠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봐도 슬슬 겁이 난다. 부모님에서 쿠리에게로 보호자만 바뀐 '애' 같은 나.
뭐 대단한 다짐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악의 기운이 슬슬 올라온다.
아씨! 내 인생 진짜 주옥같네. 한 번도 잘 풀린 적이 없어.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 어린 시절이 아빠 때문에 엉망이야. 죽지 않은 게 다행이야. 살아있는 게 기적이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성질은 좀 더러운 아빠였지만 4남매 먹여 살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다. 성격 안 좋은 남편 비위 맞추며 우리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의 피나는 노력도 다 알고 있다.
결국, 내가 그냥 못난년인데... 아 구려.ㅋㅋ 구린 여자. 그림 그린다고 뭐 구린 네가 달라지니.ㅋ 백조이고 싶었던 적 없지만 또 오리는 되기 싫었나 보다. 나에게 욕을 해주고 싶구나.
(덧)
문맥이고 뭐고 글쓰기고 나발이고 그냥 지껄이는 곳이므로 혹시 읽으셨다면, 다 함께!
퉤 퉤 퉤! 하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