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론으로 알아보는 투자심리
주식 투자를 하면서, 누구나 말도 안 되게 큰 손실 본 종목 하나쯤은 있다. 애써 '일시적이다. 반등하겠지.'라고 합리화하며 기다려보지만, 10%였던 손실이 30%가, 또 50%가 되고, '그때라도 팔 걸'이라는 후회에 휩싸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10%의 손실이 났을 때부터, 우리는 이미 알고있었을지 모른다. 이 주식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주식을 팔지 못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채 계속해서 주식을 보유하다가, 결국은 더 큰 손실을 맞이하게된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행동을 명쾌히 설명해주는 이론이 있다. 바로 행동경제학자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이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투자자가 손실을 회피하려는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 반응이다.
전망이론에서 제시하는 효용함수는 경제학의 일반적인 효용함수와 다른 형태를 띈다. 이런 특이한 형태의 효용함수에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래프의 원점을 살펴보면, x축으로 각각 왼쪽(손실), 오른쪽(이득)으로 같은 크기만큼 움직일 때, y축에서 왼쪽(손실 측)의 효용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하는 반면, 오른쪽(이득 측)의 효용 증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폭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투자자들은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으로 인한 기쁨에 비해 손실로 인한 고통을 더욱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는 금액 자체가 아니라 느끼는 효용, 즉 심리적 가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손해를 확정짓는 행동은 단순히 얼마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는지를 넘어서, 그 이상의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전망 이론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을 제시한다.
그래프에서 a를 준거점으로 보면(즉, 이미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는), 같은 금액의 손실(x축의 좌측 이동)을 얻을 때의 효용 감소(y축의 하향 이동)보다, 이익을 얻을 때(x축의 우측 이동)의 효용 증가 폭(y축의 상향 이동)이 훨씬 크다.
반면, b를 준거점으로 보면(즉, 이미 이득을 본 상황에서는), 같은 금액의 이익을 얻을 때의 효용 증가보다, 손실을 입었을 때의 효용 감소 폭이 훨씬 크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익을 본 상황에서는 위험회피적이,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는 위험추구적이 되는 현상을 잘 설명한다.
즉, 주가가 올랐을 때에는 작은 이익이라도 일찍 실현시켜버리지만, 주가가 떨어졌을 때는 더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는 경향을 잘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손절매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위험을 추구하는 심리가 생긴다. 더 큰 손해를 입더라도 투자자가 느끼는 효용의 감소는 그리 크지 않은 반면, 회복했을 때 투자자가 느낄 효용의 증가는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손실을 확정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회복 가능성이 없는 주식을 계속해서 보유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평소에 '왜 난 오를 땐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팔아버려서 큰 수익을 못내고, 내릴 땐 못 팔고 기다리다가 더 크게 손실을 입을까?'라는 고민을 하고있었다면,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갈등이라는 사실을 알아갔으면 한다. 또한 그러한 인간의 본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보다 이성적인 투자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
전망이론은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하는 전통적인 경제학과 달리, 인간의 불완전함과 비합리성을 고려하는 행동경제학의 이론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고, 그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 글을 계기로, 많은 이들이 행동경제학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