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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주의하세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꼭 고려해야할 사항들

by 이진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경제학 뿐 아니라 경영학의 재무관리, 원가관리에서 역시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주요 주제로 다룰만큼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은 합리적 의사결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요소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쉽게 간과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기업이 어떠한 사업안을 채택할지 고려할 때는 해당 사업안의 NPV(순현재가치)를 구하여 판단한다. NPV는 투자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해당 투자로 인해 발생할 모든 미래 순현금흐름의 현재가치 합계​에서 초기 투자비용을 차감한 값이다.


즉, NPV는 해당 투자안이 현재 시점에서 얼마의 순이익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투자안의 NPV가 0보다 크다면,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는 의미이므로 채택하고, NPV가 0보다 작다면 비용보다 이익이 작다는 의미이므로 기각한다. NPV를 구할 때 실무자들 역시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하물며 비전문가인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자주 오류를 범하고 있겠는가.





매몰비용(Sunk Cost): 돌이킬 수 없는 지출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되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의미한다. 경제학적으로 이러한 비용은 미래의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서는 안 되는 항목이다. 고려하지 말아야 할 매몰비용을 의사결정에 고려하는 행동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일컫는다.


매몰비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기업이 투자안 A를 채택할지 고민 중이라고 가정해보자.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해당 투자안의 NPV는 +1,000만원으로 나왔고, 이 때, NPV가 0보다 크므로 이 투자안은 채택되어야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 투자안을 검토하기 위해 사전조사비로 이미 지출한 2,000만원의 매몰비용을 투자안의 비용으로 잘못 고려하게 되면, 투자안의 NPV는 -1,000만이 되어 기각이라는 잘못된 결과가 도출되어버리고만다.


사전조사비 2,000만원은 이미 지출되었고,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이다. 회수가 불가능하며, 앞으로의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NPV에는 고려되지 않아야 한다.


기업이 수백억 원을 들인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음에도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지속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매몰비용의 오류에 해당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매몰비용의 오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원을 주고 영화를 예매했는데 30분 정도 본 후 재미가 없다고 느꼈다고 하자. 이때 많은 사람들은 만원이 아까워서 억지로 끝까지 관람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는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이미 지불한 만원은 매몰비용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사결정 기준은 ‘앞으로’내가 이 영화를 계속 본다면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보이지 않는 대가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할 때 포기한 다른 선택지 중 가장 큰 가치를 말한다. 이는 우리 생활에서 단순히 금전적 비용을 넘어 시간, 노력, 기회 등 모든 희소한 자원에 적용된다. 경제학적으로 기회비용은 미래의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야하는 항목이다.


예를 들어보자.

직장인 A씨는 월 300만원을 받으며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최근 A씨는 오랜 꿈이던 개인 카페 창업을 고민 중이다. A씨의 시장 조사 결과, 직장 근처에 카페를 창업하면 월 6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임대료, 재료값, 각종 기계 구매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 월 4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A씨는 월 200만원의 양(+)의 수입을 얻을 수 있으므로 회사를 퇴사하고 카페를 창업하기로 마음먹는다.


A씨는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관적으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A씨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이유는,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가 카페를 창업 한다면 기존 회사에서 받던 월급은 더이상 받지 못하게 되므로, 경제적 의사결정에 기회비용으로서 고려해야한다. 만약 기회비용을 비용으로서 올바르게 고려한다면 카페 창업의 가치는 200만(카페 창업의 순수익)-300만(기회비용)=-100만이 되므로, 카페 창업은 선택하지 말아야 할 대안이 된다.


한편,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대안의 가치를 중복 차감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위의 사례에서 직장인 A씨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카페를 창업할수도,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달에 150만원을 벌 수도,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100만원을 벌 수도있다고 해서, 카페 창업의 가치를 200만(카페 창업의 순수익)-300만(퇴사의 기회비용)-150(편의점 알바의 기회비용)-100(전단지 알바의 기회비용)=-350으로 계산하면 안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회비용은 포기한 선택지 중 가장 큰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경우 올바른 기회비용은 카페를 창업함으로써 포기해야하는 가장 큰 가치인 퇴사시의 월급 300만원이 된다.





요약하자면,
매몰비용은 고려하면 안되고,
기회비용은 고려해야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 매몰비용은 고려하고, 기회비용은 간과한다.


자책하거나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감정과 직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선택을 내리는 존재이며, 완전한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경제모형과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이미 더 나은 선택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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