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를 읽다 보면, 기업의 '분식회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는 한다. 맥락상 부정적인 단어라는 사실을 유추했다면 기사를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 '분식회계'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 왜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는지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왠지 숫자를 다루는 '회계'라고 하면, 마치 수학이나 과학처럼 답이 정해져있을 것 같고, 기준서에 정해진 대로만 하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재무제표가 산출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계 기준서는 오히려 법전의 느낌에 가까워서, 마치 법률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행동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처럼, 기준서의 허점을 이용해 재무제표를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재무제표에 기업 경제활동의 실질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기준서의 개정은 계속되고 있지만(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리스 기준서의 개정인데, 이는 이후 또 하나의 주제로 다루어 볼 예정이다), 점점 진화하고있는 분식회계 수법을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분식(粉飾)회계는 영어로 cosmetic accouting, 혹은 window dressing이라고 불리는데, 영어 표현이 오히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좋다. 맨 얼굴에 화장을 하듯, 혹은 내부와 무관하게 창문만 장식하듯 기업의 실제 성과를 숨기고 재무제표를 예쁘게 꾸미는 행위를 나타낸다.
'분식회계'에서의 '粉(분)' 역시 cosmetic과 같이 '분칠하다' 할 때의 '분'을 사용한다. 즉, 분식회계는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회사 자산이나 이익을 가공 처리하여 실제와는 다른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분식회계를 행하는 수법은 매우 다양하다.
매출을 과다하게 인식하는 가공 매출 수법
비용을 적게 계상하거나 누락시키는 수법
부채를 관계회사로 돌려 장부에서 은폐하는 수법
자산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수법
팔지 않은 물품의 매출전표를 끊어 매출채권을 부풀리는 수법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을 고의로 적게 잡아 이익을 부풀리는 수법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적게 계상하는 수법
주로 수익, 자산은 부풀리고, 비용, 부채는 축소하는 분식회계 수법을 자주 이용하지만, 세금 부담 등을 피하기 위해 이익을 실제보다 적게 계상하는 '역'분식회계를 행하는 경우도 존재한다(세금은 이익에 비례하여 책정되기 때문).
우리나라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공사의 분식회계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공사는 공사의 진행률을 조작해서 수익을 실제보다 과대계상하는 수법으로 장부를 조작했다.
K-IFRS 1115의 건설공사 회계처리에 따르면, 건설공사의 수익은 실제 발생 누적 원가를 총 발생 예정 원가로 나눈 누적 진행률에 따라 인식한다.
즉, 현금의 유입과 관련 없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원가가 누적됨에 따라 공사 진행률이 높아지면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 때, 대우조선은 분모의 총 발생 예정 원가를 임의로 낮게 설정하여 공사 진행률을 높게 산출하였고, 이에 따라 수익을 과대 계상하였다.
예를 들어 총 도급금(예상 매출)이 100만원이고, 총 예정 원가가 80만원인 공사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공사에 투입된 실제 발생원가가 20만원이라면, 진행률은 20/80=25%이므로 도급금 100만 원의 25%인 25만원을 매출로 인식한다.
그러나 총 예정원가를 50만원으로 임의로 낮게 설정한다면, 진행률은 20/50=40%가 되어 40만원의 매출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기준서 상에서 도급공사에 대한 수익을 들어온 현금이나 실제 공정 수준과 관계 없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악용하여 장부상 매출을 가공한 것이다.
이외에도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선적이 완료되지 않거나 상품을 인도하지 않은 거래를 매출로 인식해 매출을 부풀리고, 발생한 손상차손을 인식하지않는 등 다양한 방식의 분식회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은 왜 재무제표를 조작하여 꾸미는 것일까?
재무제표에서 보이는 성과는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무성과가 좋은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유리해지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부채를 조달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요인은 기업이 실제 성과를 감추고 분식회계를 하도록 유인한다.
그러나 반대로, 주주나 채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분식회계가 정확한 판단을 방해하기 때문에 손해를 입을 수 있고, 자본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기업 외부의 공인회계사에게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거나, 감사보고서를 금감원에서 다시 조사할 수 있는 '감리' 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참고자료>
기획재정부 https://www.moef.go.kr/sisa/dictionary/detail?idx=1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