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선출(FIFO)’의 회계학적 의미

재고자산 원가흐름의 가정 이해하기

by 이진


냉장고를 열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오래된 우유를 먼저 꺼내든다. 편의점이나 문구점에서 재고관리를 할 때에도 일반적으로 먼저 들어온 상품을 먼저 내보내는 방식으로 오래 묵은 재고가 없도록 관리하는데, 이를 우리는 일상적으로 '선입선출'이라고 말한다.


회계에도 역시 '선입선출(FIFO; First In, First Out)' 개념이 존재한다. 그리고 '먼저 들어온 것을 먼저 내보낸다'는 점에서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선입선출과는 개념상의 차이가 있다. 바로 실물 재고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들어온 것이 먼저 나갔겠거니'하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회계학에서의 선입선출법은 재고를 판매할 때, 매출원가를 결정하는 방식 중 하나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지난시간에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따라 매출을 인식할 때 동시에 매출원가를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재고를 구입한 시점과 재고 비용(매출원가)을 인식하는 시점에 차이가 생기면, 매출원가를 기록할 때 언제 매입한 재고의 가격을 매출원가로 기록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재고는 여러 번에 걸쳐 매입하는데, 매입 가격은 매번 동일하지 않고 계속 변동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지난 글과 같이 우리가 문구류를 대량으로 매입하여 학생들에게 판매하는 문구점을 운영한다고 가정해보자.


<1/4> 문구점은 필통 40개를 각 천원에 매입했다.

<5/2>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필통 가격이 각 2천원으로 올랐고, 필통 50개를 매입했다.

<7/30> 30개의 필통 주문이 들어왔다. 필통 판매가는 3천원이다.


이 때, 팔린 필통 30개의 매출원가는 각 천원이 되어야 할까, 2천원이 되어야 할까? 즉, <1/4>에 들여온 재고가 팔린 것으로 가정해야할까, <5/2>에 들여온 재고가 팔린 것으로 가정해야할까?


문구점은 일반적으로 먼저 들어온 재고를 먼저 내보내는 경향이 있을 것으므로, 천원이 논리적으로 타당할 듯하다.


이처럼 일상적인 실물 재고의 움직임에서 착안해, 재고의 매출원가를 먼저 들어온 천원으로 잡도록 한 방식이 바로 선입선출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7/30>에 30x3,000=90,000의 매출을, 동시에 30x1,000=30,000의 매출원가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편의점에 남아있는 재고는 <1/4>에 구매한 필통 10개(30개는 팔렸으므로), <5/2>에 구매한 필통 50개로 10x1,000+50x2,000=110,000어치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매출원가를 계산할 때 선입선출법을 적용하겠다고 선택했다면, 실물 재고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해당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문구점 주인이 나중에 들어온 필통 30개를 구매자에게 배송해주었다고 해서 30x2,000=60,000의 매출원가를 잡는 것이 아니라, 매출원가는 선입선출법에 따라 여전히 30,000을 인식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들어온 것이 먼저 나갔겠거니 하고 가정'한다고 표현한 것이다.


선입선출법은 실물 재고의 일반적인 움직임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매출원가(혹은 재고자산 장부가액) 계산법이 맞다.


그러나 일단 선입선출법을 적용하기로 했다면, 실물 재고의 움직임이 선입선출과 다르더라도 선입선출법에 따라 기말재고 가액과 매출원가를 계산해야한다.


실물 재고의 흐름에 따른 매출원가와 선입선출법에 따른 매출원가는 비슷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왜 이러한 가정에 따라 매출원가를 계산할까?

그냥 내보낸 것의 원가를 그대로 매출원가로 기록하면되는것 아닌가?


앞서 언급하였듯, 재고 매입 시점과 매출원가를 인식하는 시점이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위의 간단한 사례와 다르게 재고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재고를 매입하기 때문에, 이번 판매에 나간 재고가 언제 얼마에 들여온 것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주로 선입선출로 재고를 내보내는 문구점이, 일이 급하면 먼저 들어온 것과 나중에 들어온 것을 섞어 아무 제품이나 30개를 내보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 구매 원가를 하나하나 추적하여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재고자산 원가흐름의 가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내보낸 재고의 원가를 완전히 정확하게 기록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반영하기 위한 방식이 선입선출법이다.


재고자산 원가흐름의 가정은 선입선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들고 있는 재고의 매입가액을 모두 평균을 내서 매출원가로 이용하는 ‘평균법’이라는 방식 역시 존재한다.


선입선출과는 반대로 나중에 들어온 재고부터 판매된 것으로 보는 ‘후입선출법(LIFO; Last In, First Out)’도 존재하는데, 이는 현재 IFRS에서는 금지되어있다. 일반적인 실제 재고 흐름과 맞지 않기도 하고, 탈세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이아몬드 같은 고가이면서 재고 수량이 많지 않은 것들은 가정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원가를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오늘은 회계원리의 ‘재고자산’ 내용 중 매출원가 및 기말 재고가액을 결정하는 재고자산 원가흐름의 가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처럼 회계학은 기업 활동의 실질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하는 동시에, 반영할 실익이 없이 복잡한 부분은 단순화시키기 위해 가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글이 회계의 기본적인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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