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공복에 피자를 먹을 때, 첫 조각의 행복감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배가 불러갈수록 점점 행복감의 증가는 적어지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그토록 맛있는 피자도 결국 물리게 되죠.
이처럼 어떠한 재화를 한 단위 더 소비할수록 증가하는 만족감의 정도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오늘은 우리의 일상 속 모습과 아주 가까이 맞닿아있는 이 법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경제학에서 효용(Utility)이란, 소비자가 재화를 소비함으로써 얻는 주관적인 만족감을 의미합니다. 효용 함수(Utility function)는 소비하는 재화의 양에 따른 효용의 정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죠.
따라서 효용 함수의 그래프는 x축에 소비하는 재화의 양이, y축에 효용이 위치하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형태입니다. 재화 x의 소비량이 한 단위 늘어남에 따라 효용이 체감적으로 증가하는 형태이죠.
효용이 체감적으로 증가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재화 x가 빵이라고 가정하고, 빵의 소비를 한 단위씩 늘려가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배고픈 상태에서 빵을 한 개 먹었을 때는 그 만족도가 아주 큽니다. 10 정도의 만족감을 추가로 얻었다고 해보죠.
그런데 빵을 한 개 더 먹으면, 여전히 추가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첫 번째 빵을 먹었을 때보다는 그 정도가 덜 할 겁니다. 이미 어느 정도의 포만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5 정도의 만족감을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빵을 세 개쯤 먹기 시작하면, 추가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은 두 번째 빵보다도 적을 겁니다. 3 정도의 만족감이 되겠죠. 그러다 네 개, 다섯 개를 먹게 되면 추가적인 만족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다가, 특정 시점(이를 경제학에서는 '포만점'이라고 일컫습니다.)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빵을 1개, 2개, 3개로 그 소비량을 늘려나감에 따라, 효용은 10, 5, 3만큼 추가로 증가했습니다. 누적된 총효용은 10, 15, 18이 되겠죠.
소비하는 빵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총효용은 10<15<18로 꾸준히 증가(+)하지만,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효용은 10>5>3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효용이 체감(-)적으로 증가(+)한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재화 x의 소비량이 한 단위 늘어남에 따라 효용이 증가하되, 그 증가폭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죠.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효용을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한계 효용입니다. 한계(Marginal)란, 무언가 하나 더 추가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따라서 한계 효용(Marginal Utility)이란, 재화를 한 단위 더 소비할 때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효용을 의미하게 되죠.
앞서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효용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 하였으므로, 한계 효용은 체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네요. 이것이 바로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입니다.
표현 자체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설명한 것처럼 개념 자체는 아주 직관적입니다. 빵을 한 개 먹으면 행복감이 아주 크게 증가하고, 두 개 먹으면 그보다는 덜 증가하고, 세 개 먹으면 두 개째보다도 덜 증가하게 된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한계(추가적인)효용(행복감)이 체감(점점 줄어듦)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봅시다. 한계 효용은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효용을 뜻하므로, 경제학에서는 이를 총효용의 변화량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함수의 변화량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기울기를 측정하거나, 특정 지점에서의 순간적인 기울기인 미분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한계 효용은 총효용 곡선의 접선의 기울기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총효용 함수를 미분한 것과 같습니다.
앞서 살펴본 총효용 곡선을 다시 보면 점차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한계 효용이 점점 감소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총효용 함수를 미분 해보면 마찬가지로 한계 효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앞서 계속 강조했듯 주의할 점은, 총효용과 한계 효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총효용은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기울기(혹은 미분값)인 한계효용은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빵을 한 개 더 먹을수록 누적된 총 만족감은 계속 증가하지만,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만족감은 점점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은 단순해보이지만, 우리의 소비 행동과 시장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시장의 수요곡선이 우하향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는 낮아진다(혹은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는 높아진다)는 의미이죠.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입니다.
소비자는 가격과 효용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에서 소비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추가적인 한 단위에서 얻는 만족감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이 더 낮아져야만 만족감이 덜한 추가 단위를 구매할 유인이 생기죠. 이처럼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수요곡선은 우하향하는 형태를 띄게 됩니다.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므로,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행동 양식을 이론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오늘 다룬 경제학의 기본 원리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역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죠.
평소 경제학이 복잡하고 지루하기만 한 학문처럼 느껴졌다면, 오늘의 주제를 통해 우리 일상의 선택과 사회 현상을 설명해 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는 경제학의 매력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