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전망 이론과 행동경제학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면, 누구나 말도 안 되게 큰 손실을 본 종목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들고 있던 주식의 하락세가 시작되면 '일시적인 하락이 분명해. 다시 올라가겠지.'라고 애써 합리화해보지만, 10%였던 손실은 20%가 되고, 30%가 되고, 또 50%가 되고 맙니다. 이럴 때면 항상 '그때라도 팔 걸'이라는 후회에 휩싸이곤 하죠.
우리는 어쩌면 10%의 손실이 났을 때부터, 이 주식의 주가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주식을 팔지 못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채 계속 주식을 보유하다가, 결국은 더 큰 손실을 맞이하게 되죠.
언뜻 보아도 아주 비합리적인 행동을, 우리는 왜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는 걸까요? 행동경제학자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이 그 이유를 아주 명쾌히 설명해줍니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투자자가 자신의 손실을 확정짓지 못하고 회피하려는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 반응입니다.
우리는 지난 글에서 경제학의 효용함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전망이론에서 제시하는 효용함수는 경제학의 일반적인 효용함수와는 다른 형태를 띕니다. 원점을 기준으로 우측의 그래프는 우리가 이전에 살펴본 효용 함수의 형태와 유사하지만, 좌측은 조금 특이한 형태를 보이죠. 원점에 대해 비대칭적인 효용함수입니다.
오늘 살펴볼 효용함수의 y축은 지난번에 살펴본 바와 같이 여전히 효용으로, x축은 특정 상품이 아닌 '돈'이라는 재화로 설정되어, 투자자가 특정한 이익과 손실의 정도(x축)에서 어느 정도의 효용을 느끼게 되는지(y축)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런 특이한 형태의 효용함수를 통해, 우리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는 금액 자체가 아니라 느끼는 효용, 즉 심리적 가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손실과 이익 상황에서 각각 투자자들이 느끼는 효용을 살펴봅시다.
그래프의 원점에서 x축으로 각각 왼쪽(손실), 오른쪽(이득)으로 같은 크기만큼 움직일 때, y축에서 왼쪽(손실 )의 효용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하는 반면, 오른쪽(이득)의 효용 증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폭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으로 인한 기쁨에 비해 손실로 인한 고통을 더욱 크게 느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점에 대해 비대칭인 그래프로 인해 효용의 증감이 이익과 손실 상황에서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따라서 손절매, 즉 손실을 확정짓는 행동은 단순히 얼마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는지를 넘어서, 그 이상의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전망 이론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을 제시합니다.
그래프에서 이미 손실을 입은 상황을 의미하는 a를 준거점으로 봅시다. 같은 금액의 손실(x축의 좌측 이동)을 얻을 때의 효용 감소(y축의 하향 이동)보다, 이익을 얻을 때(x축의 우측 이동)의 효용 증가 폭(y축의 상향 이동)이 훨씬 큽니다.
반면, 이미 이득을 본 상황인 b를 준거점으로 보면, 같은 금액의 이익을 얻을 때의 효용 증가보다 손실을 입었을 때의 효용 감소 폭이 훨씬 크죠.
이는 투자자들이 이익을 본 상황에서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는 위험을 추구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것을 잘 설명합니다. 즉, 주가가 올랐을 때에는 작은 이익이라도 일찍 실현시켜 버리지만, 주가가 떨어졌을 때는 더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는 투자자들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손절매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미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위험을 추구하는 심리가 생깁니다. 더 큰 손해를 입더라도 투자자가 느끼는 효용의 감소는 그리 크지 않은 반면, 회복했을 때 투자자가 느낄 효용의 증가는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손실을 확정짓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주식을 계속해서 보유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반복하곤 합니다.
혹시 평소에 '왜 난 오를 땐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팔아버려서 큰 수익을 못내고, 내릴 땐 못 팔고 기다리다가 더 크게 손실을 입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으셨나요?
오늘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갈등이라는 사실을 알아가셨으면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성적인 투자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죠.
전망이론은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하는 전통적인 경제학과 달리, 인간의 불완전함과 비합리성을 고려하는 ‘행동경제학’의 이론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죠. 이 글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행동경제학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