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과 감가상각 회계처리
우리가 좋아하는 연예인, 소속사에서는 어떻게 회계 처리할지 궁금증을 가져보신 적 있으신가요?
만약 회계상으로 기획사의 전속 연예인을 '직원'으로 본다면 계약금을 지불한 시점에 마치 직원에게 월급을 준 것처럼 '판매관리비' 항목으로 비용 처리할 것이고, '자산'으로 본다면 여타 기계 같은 유형자산과 마찬가지로 매년 감가상각 하며 '감가상각비' 항목으로 비용 처리하겠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획사는 전속 연예인에게 지불한 계약금을 '자산'으로 인식한 뒤 계약 기간에 걸쳐 감가상각하며 감가상각비로 비용 처리합니다. 자산을 감가상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또한 기획사는 왜 이런 방식의 회계처리를 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회계에서의 '감가상각'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초부터 시작해서, 이와 관련한 회계의 기본 원리인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이 무엇인지, 기획사는 왜 연예인을 감가상각으로 회계처리 하는지까지 차근차근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감가상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와 유사하게, 회계에서의 감가상각은 건물, 기계와 같은 유형자산 등의 가치가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것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절차입니다.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자산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회계의 감가상각과 일반적인 감가상각의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계에서 감가상각 회계처리는 수익과 비용을 대응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의 의미와 함께, 감가상각 회계처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아봅시다.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은 간단하면서도 회계 전반을 아우르는 매우 핵심적인 원리입니다.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이란, 수익이 인식될 때 관련된 비용을 함께 대응하여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문구류를 대량으로 매입하여 학생들에게 판매하는 문구점을 운영한다고 가정해봅시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현금이 나갈 때 비용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회계에서는 현금의 유출이 항상 비용의 발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현금의 유입이 항상 수익의 발생을 의미하지도 않죠.
현금의 지출을 기준으로 비용과 수익을 인식한다면, 일반적으로 재고를 매입할 때 문구 제조업체에 돈을 지불하므로 재고의 매입 시점에 비용 처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으로부터 돈이 유입되므로 매출을 인식하게 되겠죠.
그러나 회계는 현금주의를 따르지 않습니다.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따라, 들여온 재고는 매입 시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잡아둡니다. 5,000원에 재고를 매입했을 때, 회계처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물건이 팔릴 때 매출을 인식함과 동시에 자산을 제거하며 매출원가라는 항목으로 비용처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매출과 동시에 관련 비용을 인식할 수 있게 되죠. 8,000원에 재고를 판매했을 때, 회계처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금 8,000원 ㅣ 매출(수익) 8,000원
매출원가(비용) 5,000원 ㅣ 재고자산 5,000원
감가상각 회계처리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업을 위해 기계 등의 유형자산을 구매할 때, '현금'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구입 시점에 구입액을 모두 비용처리 해야합니다.
그런데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따라 생각해보면, 이 유형자산이 어떠한 형태로 수익의 창출에 기여하는지부터 따져야합니다. 그에 맞추어 비용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죠.
유형자산은 일반적으로 그 수명이 다할때까지, '기간에 걸쳐' 수익 창출에 기여합니다. 빙수 가게에서 제빙기를 하루 쓰고 버리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를 구입 시점에 전액 비용 처리 해버리면, 관련 매출은 기간에 걸쳐 인식되는데 그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 유형자산은 일시에 비용처리되므로 수익-비용 대응의 불일치가 발생해버립니다.
감가상각은 유형자산의 가치를 사용 기간(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기간) 동안 나눠서 비용으로 인식함으로써, 수익과 비용을 대응시키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회계에서 매 기에 얼마의 감가상각비를 인식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식은 자산의 수익 기여 형태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인 정액법을 통해 감가상각비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간략하게 사례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감가상각의 3요소는 취득원가, 내용연수, 잔존가치입니다. 취득원가란 자산을 취득하는 데 들어간 모든 비용을, 내용연수는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을, 잔존가치는 사용이 끝났을 때 남는 예상가치를 의미합니다.
4년 동안 사용할 기계를 1,000만원에 구매하였고, 사용이 끝났을 때 200만원에 재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기계를 정액법에 따라 1000(취득원가)-200(잔존가치)/4(내용연수)=200으로 매년 200만원씩 같은 금액으로(정액) 4년 간 비용처리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비용처리를 하면, 기계를 통해 얻은 수익과 기계의 비용이 손익계산서 상에서 각 연도에 적절히 대응됩니다.
우리는 이제 왜 기획사가 연예인을 '자산'으로 인식하고 감가상각 회계처리를 하는지 이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연예인을 기획사의 직원으로 본다면, 직원의 월급은 판매관리비로 일시에 비용 처리하기 때문에 연예인과 계약을 할 때 계약금 전액을 비용으로 처리해야합니다.
그러나 연예인은 기획사의 수익 창출에 어떤 형태로 기여할까요? 유형자산과 유사하게, 계약기간에 걸쳐 매년 수익 창출에 기여합니다. 적어도 계약시점에 모든 수익을 창출하고 쓸모 없어지는 형태는 아니지 않을까요?
그런데 만약 계약 시점에 전속 계약금을 모두 지불했다고 해서 일시에 비용 처리를 해버리면,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계약금을 계약시점에 무형자산으로 인식해둔 뒤, 연예인이 수익에 기여하는 행태에 맞추어 매년 감가상각을 통해 비용 처리함으로써 수익과 비용을 대응시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새로 계약할 연예인 A의 계약금이 1억, 계약기간이 5년, 상각 방식으로 정액법을 사용한다면, 5년에 걸쳐 매년 2천만원씩 비용을 인식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동물원의 동물들 역시 재무제표상에 유형자산으로 인식한 뒤 감가상각을 통해 비용 처리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러한 회계처리 방식이,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해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회계의 기본적 원리인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과 감가상각 회계처리를 간략히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회계처리 사례들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평소 회계가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회계의 즐거움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