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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비용은 잊고, 숨겨진 비용을 찾자.

08. 매몰비용과 기회비용

by 이진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매 선택의 순간마다 어떤 선택지가 나에게 가장 이득이 될지 고민하죠. 점심 메뉴 같이 사소한 선택부터 커리어 같은 중대한 결정까지, 올바른 선택의 반복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해줍니다.


오늘은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두 개념을 정확히 알고 의사결정에 올바르게 고려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쉽게 간과하는 두 요소이기도 하죠.



NPV법


본격적으로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기업이 결정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어떤 방식을 이용하는지 알아봅시다. 기업이 어떠한 사업안을 채택할지 결정하는 과정은 우리 일상의 선택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노트북을 살지 말지 고민할 때, 우리는 그 노트북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만족감과 노트북의 가격을 비교하죠.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새로운 프로젝트의 실행 여부를 결정할 때, 그 프로젝트가 기업에 가져다줄 이윤과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합니다.


이러한 결정 방식을 바로 'NPV(순현재가치)법'이라고 하는데요. NPV란 투자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해당 투자로 인해 발생할 모든 미래 순현금흐름('순'이란, +현금흐름과 -현금흐름을 상계한 것을 의미)의 현재가치 합계에서 초기 투자비용을 차감한 값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투자안이 올해 초 100만원의 비용이 드는 대신 올해 말부터 2년에 걸쳐 50만원의 이익을 창출해낸다고 가정해봅시다. NPV를 구할 때는, 우리가 첫 장에서 다룬 현금흐름의 할인을 이용합니다.



따라서 할인율이 5%라면, NPV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투자안의 NPV가 -70,295로 도출되었습니다. NPV는 해당 투자안이 현재 시점에서 얼마의 순이익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떤 투자안의 NPV가 0보다 크다면,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는 의미이므로 채택하고, NPV가 0보다 작다면 비용보다 이익이 작다는 의미이므로 기각해야 하겠죠. 이에 따라 위 투자안은 마이너스 값의 NPV를 가지므로 기각해야 합니다.


실무자들 역시 NPV를 구할 때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전문가들도 어려움을 겪는데, 하물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자주 오류를 범하고 있을까요?



되돌릴 수 없는 비용, 매몰비용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되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이러한 비용은 미래의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서는 안 되는 항목이죠. 비용으로 고려하지 말아야 할 매몰비용을 의사결정에 포함하는 행동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일컫습니다.


매몰비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기업이 투자안 A를 채택할지 고민 중이라고 가정해봅시다.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해당 투자안의 NPV가 -1,000만원으로 나왔고, 경영진들은 투자안 A의 NPV가 0보다 작으므로 투자안을 기각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추가적인 보고가 들어옵니다. 바로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 이 투자안을 검토하기 위해 사전조사비로 이미 지출한 2,000만원의 비용을 투자안의 비용으로 포함시켰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투자안의 사전조사비 2,000만원은 이미 지출되었고, 되돌릴 수 없는 비용입니다. 투자안의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회수가 불가능하며, 앞으로의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NPV에 포함되지 않아야 하는 매몰비용에 해당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포함하지 말아야 할 매몰비용을 잘못 포함하게 됨으로써 -1,000만이라는 잘못된 NPV가 도출되었습니다. 2,000만원의 매몰비용을 제외하고 올바른 NPV를 다시 구해보면, -1,000만원(잘못된 NPV)+2,000만원(잘못 뺀 비용을 다시 더해줌)=+1,000만원의 NPV가 도출됩니다.


의사결정에 매몰비용을 잘못 고려한 것이 우리 기업에 1,000만원의 이윤을 가져다주는 사업안을 기각하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진 것이죠.


이처럼 이미 써버린 매몰비용 2,000만원을 의사결정에 포함한다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매몰비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 앞으로의 추가적인 이익과 비용(미래의 현금흐름)만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이 수백억 원을 들인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음에도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지속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전형적인 매몰비용의 오류에 해당하죠.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매몰비용의 오류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만 오천원을 주고 예매한 영화의 내용이 너무 지루해 하품이 나오는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실 건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티켓값이 아깝다는 이유에서 영화를 끝까지 억지로 관람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불한 만 오천원은 매몰비용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포함해서는 안됩니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앞으로'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만족감 등)과, 영화관에서 나갔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비교해야 되겠죠. 영화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간다면, 남은 상영시간동안 나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는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보이지 않는 대가, 기회비용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할 때 포기한 다른 선택지 중 가장 큰 가치를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 생활에서 단순히 금전적 비용을 넘어 시간, 노력, 기회 등 모든 희소한 자원에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경제학적으로 기회비용은 미래의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야하는 항목이죠.


예를 들어봅시다.


월 300만원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철수씨는 카페 창업이라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퇴사를 고민 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결과, 직장 근처에 카페를 창업하면 월 6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임대료, 재료값, 각종 기계 구매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 월 4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따라서 철수씨는 월 200만원의 양(+)의 수입을 얻을 수 있으므로 회사를 퇴사하고 카페를 창업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철수씨의 결정은 합리적일까요? 직관적으로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정확히 말하면, 철수씨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이유는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철수씨가 카페를 창업한다면 기존에 회사에서 받던 월급은 더이상 받지 못하게 되므로, 경제적 의사결정에 기회비용으로서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기회비용을 올바르게 고려했다면, 카페 창업의 가치는 200만(카페 창업의 순수익)-300만(기회비용)=-100만이 되므로, 카페 창업은 선택하지 말아야 할 대안이겠죠.


한편,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대안의 가치를 중복 차감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위의 사례에서 철수씨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카페를 창업할수도,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달에 150만원을 벌 수도,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100만원을 벌 수도있다고 해서, 카페 창업의 가치를 200만(카페 창업의 순수익)-300만(퇴사의 기회비용)-150(편의점 알바의 기회비용)-100(전단지 알바의 기회비용)=-350으로 계산하면 안된다는 의미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회비용은 포기한 선택지 중 가장 큰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경우 올바른 기회비용은 카페를 창업함으로써 포기해야하는 가장 큰 가치인 퇴사시의 월급 300만원이 됩니다.



오늘 주제의 핵심은 바로, '합리적 의사결정에 매몰비용은 포함하면 안되고, 기회비용은 포함해야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매몰비용을 포함하고, 기회비용은 간과하곤 하죠.


오늘의 주제를 통해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이미 더 나은 선택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입니다. 이 글이 앞으로 여러분들께 다가올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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