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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할수록 더 빨리 망하는 가게의 비밀

10. 공헌이익 분석

by 이진


브런치 북 완성을 위해 매거진에 연재되었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기존 독자님들의 양해 부탁드리며,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이야기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떡볶이 가게 사장님 철수씨 이야기


열혈 청년 철수씨는 7월 초 학교 앞에 떡볶이 가게를 차렸습니다. 의욕에 넘쳐 매일 새벽부터 일어나 떡볶이를 만들어 팔고, 홍보하고, 가게 마감을 하느라 밤 늦게까지 정신 없는 하루를 보냈죠.


7월 말일, 철수씨는 뿌듯한 마음으로 한 달치 장부를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육십만원마이너스 손익이 찍혀있는 게 아니겠어요. 긍정적인 철수씨는 낙담하지 않고 반성했죠. '내 노력이 부족했군. 다음 달에는 떡볶이 천 그릇 가지고는 안되겠다. 더 열심히 일해서 2천 그릇을 팔아야지!'


철수씨는 정말로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주말까지 반납한 채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떡볶이를 만들었고, 결국 떡볶이 2천 그릇을 파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말일, 철수씨는 기대에 가득찬 심정으로 장부를 열어보았는데··· 어라? 마이너스 구십만원? 철수씨는 속상하다 못해 황당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니, 나는 더 열심히 일해서 떡볶이를 더 많이 팔았는데 왜 손실이 더 커진거야? 이게 말이 돼?'



전통적인 손익계산서의 함정


철수씨의 가게에 누가 못된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철수씨네 떡볶이 가게의 수익 구조에 따르면, 철수씨는 떡볶이를 더 많이 팔수록, 즉 더 열심히 일할수록 더 빨리 망합니다. 차라리 가게 문을 열어놓고 집에 누워있는 편이 수익 측면에서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의미이죠.


결국 8월 한 달동안 철수씨는 본인의 무덤을 이전보다 더 열심히, 신나게, 아주 빠르게 파고 있었던 셈인데요. 단순히 웃어 넘길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것이 실제 내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아찔해지죠.


우리는 철수씨 가게에 벌어진 황당한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이라는 개념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헌이익이란, 매출에서 총 변동비를 차감한 금액입니다. 혹은, 한 단위 기준으로 나타내면 판매 가격에서 단위당 변동비를 차감한 금액을 뜻합니다.


공헌이익

= 매출(P x Q) - 총 변동비(VC x Q),

혹은 판매 가격(P) - 단위당 변동비(VC)

*Q는 판매량, P는 단위당 가격을 의미하며 VC는 variable cost의 약자


철수씨가 만든 손익계산서를 함께 살펴봅시다. 떡볶이 한 그릇당 가격은 1,500원, 한 그릇당 매출원가는 1,000원이라고 가정합니다(법인세, 영업 외 수익 및 비용은 없다고 가정).


<손익계산서 해석하기>

· 괄호( ) 안의 숫자는 마이너스 값을 뜻한다.
· 매출원가는 떡볶이를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투입된 재료값(떡, 오뎅, 고추장 등)이다.
·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한 금액이다.
· 판매관리비는 직원 월급, 홍보비, 포장비 등 매출원가를 제외하고 제품의 판매, 기업의 관리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뜻한다.
· 당기순이익은 매출에서 모든 비용을 차감한 후 남는 금액이다.



기업이 작성하는 아주 전형적인 형태의 손익계산서입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우선 차감하고, 판매관리비를 차감해서 당기순이익을 구합니다.


철수씨는 장부를 올바르게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7월과 8월의 매출총이익을 비교해보면, 떡볶이를 1,000개 팔았을 때보다 2,000개 팔았을 때 정상적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죠.


따라서 철수씨가 8월 말에도 여전히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매출총이익만을 보고 다음 달에는 떡볶이를 3,000그릇 팔겠노라 다짐했다면, 철수씨는 8월보다도 더 큰 손실을 맞이했을 것이고, 결국 눈물과 함께 떡볶이집과의 작별 인사를 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분명 매출총이익은 판매량 증가에 비례하여 늘었습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대체 왜 더 줄어든 것일까요?


늘어난 판매관리비에 주목해봅시다. 판매관리비는 고정비변동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철수씨는 가게의 판매관리비를 분석해보았고, 가게 월세 300,000원과 그릇당 800원인 떡볶이 포장 비용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때 가게 월세는 고정비고, 떡볶이 포장 비용은 변동비입니다. 월세는 떡볶이 판매량과 관련 없이 매달 일정한 반면, 떡볶이 포장비용은 떡볶이 한 그릇이 더 팔릴 때마다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이죠.


철수씨가 분석한 판매관리비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위 전통적인 형태의 손익계산서를 공헌이익을 나타내는 손익계산서로 재구성해볼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 전통적인 손익계산서는 영업 비용을 제품 제조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매출원가와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판매관리비로 비용을 구분한 뒤 순차적으로 차감하여 매출총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산출합니다.


반면, 공헌이익 손익계산서는 영업 비용을 고정비용변동비용으로 구분한 뒤 순차적으로 차감하여 공헌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산출하죠.


여기서 간단한 질문이 있습니다. 철수씨 가게의 매출원가는 변동비일까요, 고정비일까요? 떡볶이 가게의 매출원가의 성질을 생각해보면 답변이 쉬워집니다. 떡볶이, 오뎅 등 재료비는 당연히 떡볶이가 많이 팔릴수록 비례해서 증가할 것이므로, 변동비에 속합니다. 다만 사업 유형에 따라 매출원가에 고정비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철수씨 가게의 공헌이익 손익계산서는 다음과 같이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손익계산서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마이너스 값의 공헌이익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공헌이익이 마이너스 값이라는 것은,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위당 공헌이익으로 생각해보면 더 직관적입니다. 떡볶이 한 그릇당 판매가가 1,500원이고 변동비가 1,800(=1,000+800)원이므로, 철수씨는 떡볶이 한 그릇을 팔 때마다 300원씩 손해를 보고 있었던 셈이죠.


그리고 떡볶이를 한 그릇 더 팔수록 300원씩 손실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떡볶이를 더 많이 판매한 8월에 더 큰 손실을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철수씨가 두 달 내내 뒹굴거리며 놀기만 했다고 하더라도 매출이 0원, 변동비 0원, 공헌이익이 0원, 고정비 300,000이 지출될 것이므로 당기순이익은 한 달에 (300,000)이 됩니다. 철수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떡볶이를 천 그릇, 2천 그릇을 판매한 7월, 8월의 당기순이익보다 오히려 손실이 적은 어처구니 없는 결과이죠.


이것이 바로 공헌이익 분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가게나 기업의 판매량이 아주 중요한 지표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내가 팔고 있는 제품이 과연 +값의 공헌이익을 가지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만약 철수씨가 7월에 본인의 떡볶이 판매가 -값의 공헌이익을 가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손실에 대한 개선책은 '떡볶이를 더 많이 파는 것'이 아닌, '재료나 포장용기를 더 싼 값으로 매입해 변동비를 줄이는 것', 혹은 ‘떡볶이 값을 올리는 것’이 되었겠죠.


공헌이익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단위당 공헌이익이 +값을 가진다면,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총 공헌이익은 증가하여 고정원가를 보상하게(상쇄하게)됩니다. 따라서 공헌이익은 고정원가를 보상하고, 추가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데 공헌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헌'이익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이죠.


쉽게 말해, 단위당 공헌이익은 제품 하나를 팔 때마다 들어오는 돈이며, 이 돈이 고정비를 먼저 메우고, 그리고도 남으면 우리 주머니에 들어가는 순수한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공헌이익은 기업의 손익분기점(BEP)을 계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손익분기점은 매출액이 총비용과 같아져 이익도 손실도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를 공헌이익 분석 관점에서 바라보면, 공헌이익이 고정비와 같아지는 시점이 바로 손익분기점이 됩니다.


· 공헌이익 < 고정비: 영업 적자

· 공헌이익 = 고정비: 손익분기점

· 공헌이익 > 고정비: 영업 흑자


또한,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이 -값이더라도 공헌이익이 +값을 가진다면(철수씨의 떡볶이 가게와 반대의 경우) 해당 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마케팅 등의 수단을 통해 판매량이 충분히 늘어난다면, 고정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건전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공헌이익 분석은 기업의 수익성을 정확히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당신의 사업은 안녕하신가요?


철수씨의 사례는 결코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이며, 어쩌면 내 이야기일지도 모르죠.


공헌이익에 대한 이해는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것과 '똑똑하게' 일하는 것의 차이를 만듭니다. 혹시 내 사업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있다면, 단순히 "더 열심히!"를 외치기보다는 오히려 잠시 멈춘 뒤 내 사업의 수익구조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수립하는 것이 늪을 탈출하는 지름길일지 모릅니다.


무작정 열심히가 능사는 아닙니다. 갯벌에 빠졌을때 탈출하려고 열심히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져버리는 것처럼 말이죠. 꼭 사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인생에 있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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