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뭐라고 했어?" 너, 그 말 다시 해보라고 외치고 싶었다. 태어나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기분 좋은 말이었다. 꿈이었지만. 그 말을 그 사람이 내게 해줬다는 사실도, 그러나 그게 꿈이었다는 사실도, 믿기 힘들어서 한참이나 눈을 껌뻑이며 기억을 되짚어봤다. 창밖엔 새벽이 자신의 흔적을 거두며 희미해지고 있었다. 실례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해야만 했다.
상황을 재구성했다. 진짜라기엔 기억에 시작 지점이 없었다. 현실로부터의 이런 비약 없이 꿈은 불가능하다. 가끔은 꿈에 푹 취하되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일말의 단서를 남겨둔 뇌의 배려일까. 못내 아쉬워 침대를 붙잡고 억지로 꿈의 문턱에 매달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됐다. 이젠 오늘 일을 시작해야지. 어차피 곧 휘발할 기억이다. 내가 들은 그 말도, 이 꿈을 꿨다는 사실조차도, 잊어야만 비로소 완결되지 못한 감정으로써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그제야 꽉 쥐었던 베개를 간신히 놓아주었다. 얼굴엔 아직 베개의 촉감이 남아있었다.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날이 좋았다. 봄은 어느덧 절정에 다다라 있었다. 어제까지 풍성하게 꽃잎을 머금고 있던 벚나무가 오늘은 비를 내리고 있다. 흠뻑 젖으라고 어젯밤 이렇게 진한 꿈을 꾸게 한걸까. 가랑비를 흩날리는 장관 속으로 걸어들어가며 혼자 그 꿈다운 꿈을 천천히 곱씹고 곱씹었다. 아, 온기로 빛나는 그것은 연분홍의 새큼한 벚꽃향이다. 왜 오늘에서야 나는 이 향기를 알아차렸나, 이렇게 중얼거리며 최초의 벚꽃 내음을 마음 깊은 곳에 새겼다. 며칠 뒤면 지난 밤 꿈처럼 이 비도 그치고 말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