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 갓 메일 (You've Got Mail) (1998)
이 영화보기가 전공수업 과제였다. 덕분에 하루 휴강했다. 집에 와서 영화를 보려고 배우 이름을 보는데 톰 행크스밖에 모르겠더라. 어쩌다보니 톰 행크스 영화를 자주 보는 듯. 최근엔 '터미널'도 괜찮게 봤고, 이 형님의 연기력을 믿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봤다. 여주인공 멕 라이언은 처음 보는 배우라서 좀 찾아보니 이 영화 감독인 노라 에프론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같이 한 적이 있더라. 이 영화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최근에야 로맨틱 영화를 보고 있기 때문에 아직 안 봄. 심지어 '이터널 선샤인'이나 '이프 온리' 같은 유명한 영화도 안 봤지. 봐야지 봐야지 하고만 있는데 언제 보게될지는 모르겠다. 그 전에 '비긴 어게인' 한 번만 더 봐야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공부하는 과목의 과제 답게 매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내용이 참 교훈적이다.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아닌 이메일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도 인간 상호간에 친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결론. 심지어 면대면 상호작용에서는 극도의 불화를 일으키는 사람들끼리 인터넷 상에서는 동거인에게도 안하는 속 얘기를 털어놓을 정도로 정서적인 의지를 할 수 있다는 것.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익명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이렇습니다 정도로 정리가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전공 수업의 관점에서 보는 이 영화의 의미가 그렇다는 뜻이다.
영화 초반만 봐도 대충 각이 나온다. 조 팍스(톰 행크스)랑 캐슬린 켈리(맥 라이언)가 각각 동거인과 오붓하게 살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이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다. 가상공간에서의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이지만, 현실에서는 대형 서점과 골방 서점의 주인으로 이빨을 드러내며 치고 받는다. 장르 특성상 보나마나지만 굳이 결말을 말해보자면 이 두 사람은 동거인과 헤어질거고 결국에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영화는 끝난다.
중요한 건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선이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묘사되는가의 여부다. 사람의 감정이라는건 매우 주관적이라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연애감정을 설명하고 그걸 그대로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각본을 쓰는 사람이 영화를 보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감정선을 무리하지 않게 이어가면서도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영화는 모난 데 없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때, 그로 인해 그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을 때, 차라리 자기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놓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 영화에서 조는 켈리의 생계를 위협하게 되고, 켈리는 어머니가 물려주신 명성 높은 서점을 이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조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는 입장이다. 켈리는 필사적으로 가게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경영난 때문에 문을 닫게 된다. 돈이 인간관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어른의 사정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고 켈리의 처절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 이 관계가 긍정적인 관계로 변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이 감정의 장벽을 이메일이 무너뜨린다. 물론 화해를 결심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간 조의 노력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지만, 조가 사과할 수 있도록 그리고 방법을 제공한 것이 이메일이라는 수단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모니터 너머에 앉아있을 얼굴 모를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조는 결국 켈리에게 가면을 벗고 다가간다. 켈리의 감격의 눈물과 함께 터져나온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다. "당신이기를 바랬어요." 그렇다고 단순히 세상은 모니터 밖에 있다고 결론내리기에는 120분간 끌고온 이야기들이 머쓱해진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이메일은 '진심을 전달하기'의 은유가 아니었을까. 진심을 털어놓으면 의외로 갈등은 쉽게 풀린다.
P.S : 로맨틱 코미디는 두 맥누나가 짱인 것 같다. 맥라이언, 맥아담스...ㅎㅎㅎ 넘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