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동은 많은 신님들을 모시고 있다. 큰할머니, 보살님, 대신 할머니(작은할머니), 8 선녀님, 호랑 애기씨. 한 번에 오신 것이 아니라 큰할머니가 김애동에게 먼저 내려오신 뒤, 큰 신이 자리 잡으니 다른 신님들이 갑작스럽게 김애동에게 찾아왔었다. 그래서 큰할머니와 보살님만 모실 거라고 생각해서 상 몇 개 올릴 작고 소중한 책상을 샀는데, 갑자기 신님들이 더 내려오셔서 그 상이 매우 꽉 차 있는 상태다. 나도 김애동의 집에 찾아갈 때면 신당 안엔 들어가지 않고 문밖에서 인사드리곤 한다. 김보살은 지나갈 때마다 몇 번씩 인사를 드리는지 한 번은 ‘넌 도대체 안녕하냐는 말을 몇 번이나 하니?’라고 하셨다고. 이렇게 우리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해주시면서도 때로는 엄격하게 대하시는 신님들. 오늘은 그분들에 대한 소개(?)를 적어보려고 한다. (*간단하게(?) 소개하고 에피소드가 있으면 풀도록 하겠다)
1. 큰할머니
큰할머니는 큰 신중 한 분이시라고 한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니 도움을 위해 찾아왔던 신들은 큰할머니께 고개를 숙이곤 했었다. 너무 큰 존재라 그 존재를 잘 보지 못하는 신들이나 귀신들도 있다고. 그래서일까, 다른 신님들이 김애동의 몸에 자리 잡은 뒤에는 큰할머니가 직접적으로 무언가 해 줘야 할 때가 별로 없었고, 잘 뵙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 큰할머니를 뵀던 때는 대부분, 신들이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인데 큰할머니라는 큰 신이 있기 때문인지 ‘이곳에 오면 해결될 거라 들었다’라는 말을 듣고 오는 신들이 있거나, 큰 신을 보고 찾아왔다는 신들도 있었다. 그럴 때 할머니는 달래야 할 때는 부드럽게 달래주시고, 혼내야 할 때는 엄하게 혼내셨다.
다른 신님들이 오시기 전에는 무섭다고 찡찡대는 김애동과 나를 위해 귀신을 잡아주시곤 했었다. 김애동이 귀신이 너무 무섭다고 잡아달라고 했을 때, 큰할머니는 귀신을 잡아 갈가리 찢어버리시거나 꿀꺽 삼키셨는데 때로는 ‘내가 저런 하찮은 것까지 잡아줘야 하니...’라면서 귀찮으신(?) 것 같은 말씀을 하시기도 하셨다. 그도 그럴 게 무당이라는 김애동이 아이러니하게도(?) 귀신을 무서워해서 눈앞에 보이는 귀신들을 다 잡아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할머니는 김애동의 눈을 띄워주지 않았다. 두 손으로 김애동의 눈을 막고 보여주지 않으셨다. 대신 존재를 느끼게 해주고 계셨다. 하지만 아직 배울 게 많은 김애동은 자신이 느끼기만 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을 못 할 때가 있었고, 이제 괜찮다 눈으로 보여달라 읍소했지만, 단호박처럼 안 된다고 하시는 중이다.
* 첨부 - 앞서 이야기를 적었을 때 '김애동의 신'이라고 하면 큰할머니였다. 큰할머니를 어떻게 부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최종적으로 큰할머니가 되었다.
2. 보살님
보살님은 다른 곳이라면 몸주신을 하셔야 할 정도로 큰 신중 한 분이신데, 큰할머니가 계셔서 한발 물러서 계시는 분이다.
보살님은 김애동이 신을 모시기 전부터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분이지만, 첫 만남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김애동이 제자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기 전, 김애동을 뒤에서 안고 계셨었기 때문이엇다. 이분의 존재를 김보살이 처음 본 후, 보살님에 대해서 여러모로 알아본 뒤 치유와 관련된 보살님이란 것을 알게 됐는데, 그런 분이 김애동을 꼭 안고 있는 모습에 김애동이 어디 아플 건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했었다. 하지만 답답해하는 김보살에게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계속 그 자세 그대로 셨었다.
그리고 김애동이 무구를 사고 몸에 실리는 것에 성공했을 때, 보살님은 김애동의 몸으로 눈물을 흘리셨다.
“이 애가 드디어 저를 느낄 수 있어요.” 라며 기쁘게 부채를 살랑살랑 부치셨다.
지금은 어떤 사건(*이건 나중에 풀어내겠다)으로 인해 보살님과 매우 친해졌는데, 김애동은 그동안 보살님이 차분·진지한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주책맞으신(?) 분이라면서 웃었다.
보살님은 김애동을 뒤에서 안고 계실때부터 우리를 살펴주시곤 하셨었는데, 김보살과 내가 장거리 출장을 가서 차를 오래 타야 할 때면 김애동이 작은 고양이 인형에 보살님 기운을 담아주곤 했다. 그러면 그 고양이 인형을 동그란 빛이 감쌌는데, 그 고양이 인형을 자동차 안에 둠으로써 우리는 좀 더 안전하게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어느 날, 김보살과 제주도에 갈 일이 있었을 때, 한 절에서 불교용품을 보다가 손에 연꽃을 쥐고 있는 금색 스티커가 눈에 들어와서 “이거 보살님한테 딱이지 않아?”라고 했는데 김보살이 “어, 보살님이 마음에 드신 것 같아.”라고 해서 사 왔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건 한동안 보살님을 모시는 상이 있기 전, 보살님을 위한 상징(?)이 되었다.
3. 대신 할머니
대신 할머니가 처음 오셨을 때, 김애동은 충격과 공포인 상태였다. 급하게 김보살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자 나와 김보살이 함께 있는 단톡방에 카톡을 보냈다.
무슨 사고라도 난 건가 깜짝 놀라서 김보살과 함께 있었던 나는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김애동이 울먹이며 말했다. 신당에 뭔가 큰 신이 와계신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김보살과 김애동은 영상통화를 시작했다. 신당의 왼쪽 부근에 할머니가 서 계셨다. 김보살은 악의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한 김애동은 말했다.
“용궁동자가 보냈대... 용궁동자의 씩 웃는 미소가 느껴진다...”
그렇게 할머니를 모시게 되며 첫 번째 할머니는 큰할머니가 되셨는데, 작은할머니가 오실 때 ‘실력이 좀 부족하지만 잘 부탁합니다.’라고 하니 큰할머니께서 ‘부족한 실력으로 왜 와?’라고 하셨다고... (*하지만 겸손하게 말하셨을 뿐, 전혀 부족한 실력이 아니시란다)
작은할머니는 점사를 주로 보시는 분이었다. 김애동에게 온 신들이 점사를 주로 보시는 신이 아니어서 돈을 잘 벌지 못할까 봐 용궁동자가 보냈다고...
작은할머니도 어디 가서는 몸주신으로 모셔져야 하는 분인데 이곳에 오면 그렇게 대접 못 받을 걸 알면서도 오셨다고 했다. 그래서 김애동이 점사를 볼 때면 주로 작은할머니의 부채를 들고 보는데,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칼같이 점사를 봐주지 않으신다. 하지만 고민거리를 털어놓을 때면 인자하게 길을 보여주시는 분이시기도 하다.
4. 8 선녀님
선녀님들은 약간 환불하러 갈 때 같이 가고 싶은 센 언니(?) 느낌인 분들이다. 동자·동녀님들에겐 교육을 해주는 분들이 계시는데, 내 경험상으론 주로 선녀님들인 것 같다. 김애동에겐 애기씨에겐 선녀님이 안 계셨었는데, 언젠가 교육을 위해 왔다며 자리를 잡으셨다. 처음에는 한 분만 오셨었는데, 어느새 8 선녀님이 다 모이시게 됐다.
선녀님은 고려시대 이후로 내려온 적이 없으시다고 했는데, 그동안 많은 불림이 있었지만 다 성에 차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 내려온 이유는 큰 신이 계시기도 하고, 이곳에서 YOLO로 사는 것을 허락받아서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교육을 하러 와주신 것답게 애기씨를 찾아서 열심히 교육을 시키셨는데, 애기씨 공부가 끝난 요즘엔 YOLO 라이프를 즐기시는 것 같다. 술을 좋아하셔서 그런지 술 담그시는 솜씨가 일품이라고. 김애동이 바친 복숭아를 심어서 도화주를 만드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5. 호랑 애기씨
호랑 애기씨는 정말 갑자기 김애동에게 찾아왔다. 애기씨의 존재를 느끼며 김애동이 당황했을 정도였다. 호랑 애기씨는 말 그대로 호랑이를 데리고 다녔었는데, 김애동이 손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자면 처음엔 작고 소중한(?) 백호였다. 그 백호는 김애동의 어깨에 타고 있어서 가끔 김애동이 도움을 청하거나 볼일이 있어 찾아온 다른 신님들을 못 보면 호랑이를 때려서(*말 그대로 치라고 했었다...) 김애동의 어깨가 아프게 한다고 했다. 지금은 청소년 정도 크기라 제법 크게 자라 호랑 애기씨가 타고 다닐 정도라고 한다.
애기씨는 김애동의 몸에 오면서 퇴치하는 성향으로 되셨다고 했다. 애기씨의 호랑이는 귀신을 쫓을 때 엄청 빠르게 달리신다고 하는데, 귀신을 잡으면 호랑이랑 가지고 노신다고 한다. (*필자는 귀신이 동그랗게 공이 되어 통통 튀는 게 상상됐다...)
애기씨는 가끔 김애동의 몸에 실리시는데, 내가 궁금해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있으면 점사로 차분하게 조언을 해주시거나 길을 알려주신다. 때로는 나의 고민을 다독여주시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감사한 마음에 간식을 사게 된다. 애기씨는 간식을 좋아하시지만, 엄청 단 간식보다는 적당히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간식을 드시는 걸 보면서 애기씨는 살찌지 않으시는지 물어봤었는데, 책만 읽는 동자랑 비교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활동량이 많아, 드셔도 살찌지 않으신다고..
6. 선생님
마지막 이분은 김애동이 아니라 김보살의 몸에 계신다. 신들께서 김애동에게 무당의 길을 가르쳐주고 계셨지만, 더 차근차근 잘 알려주기 위함이신지 큰할머니가 모시고 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가르치셨는지 궁금해하는 우리에게 숫자를 보여주셨는데 김보살이 “눈앞에 숫자를 보여주셨는데, 내가 읽을 수 없는 단위의 숫자였어.”라고 했다. 비단 인간만 가르쳐 주시는 줄 알았는데, 신들도 엄청 가르치셨다고 했다. 심지어 김애동 몸속의 큰할머니까지도...
김애동이 “선생님~” 하고 부르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김보살에게 답을 알려주고 김보살이 설명하거나, 김보살의 몸에 실려서 답을 주시기도 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고, 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 등 무당의 길을 가는 법을 알려주고 계신다. 더는 가르칠 것이 없을 때 떠나신다고 했는데, 떠나신 후에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부르면 와주시겠다고 김애동과 약속해 주셨다.
필자는 주변에서 생기는 현상들 때문에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신의 제자의 길을 걷지 않는 필자에게도 늘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