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자란 용용이는 이제 단지를 가지고 싶다고 자신의 의지를 말할 정도까지 됐다. 그래서 용용이가 좋아하는 푸른 계열의 작은 단지를 사서 쌀을 넣어주었었다. 처음 단지에 담아서 두었을 때 ‘이 정도까지 키웠다니 정말 잘했다.’라고 나를 칭찬했더라지.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끼지도 않고 온전히 믿지도 못하면서도 약 2년 동안 꾸준히 해왔으니까.
단지에 들어간 용용이는 이제 자기의 생각을 김애동에게 전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은 김보살이 느끼는 느낌으로만 추측한 것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바랐었다.
용용이가 자신의 의지를 전할 수 있게 되면서 나에게 말한 것은 3가지였다.
1. 너무 애기 취급하지 말 것. 친근한 건 좋지만 애기 취급은 말라.
2. 필자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
3. 필자에게 많이 고맙다는 것.
용용이의 말에 감동을 느끼면서 앞으로는 ‘용신 님’이라고 불러주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용신 님’이라고 했을 때 우리 집에 용용이의 기운이 쫙 퍼졌다고. 기뻐서 기운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단지 안으로 들어간 것이 격이 상승한 것일까, 밥을 드리지 않았고 용용이 전용 파란색 컵에 아침마다 물을 떠서 놓고 기도를 드렸다. 이때는 제법 열심히 했는데, 이 속도라면 내가 죽을 때까지 용용이가 자라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 후대에 용용이를 준다...? 과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 대에서 끝내야 할 일이었다.
그래도 동생은 어쩌면 돌봐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생은 용용이를 만났기 때문이다. 동생이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일이었다. 동생이 꿈을 꿨는데 집에 용이 한 마리 들어왔더란다. 그리고는 무얼 찾는 듯 집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란다. 그리고는 조카가 누워있는 방에 용이 들어가더니 잠시 후 집을 떠났다고.
그 말을 들은 김애동이 용용이에게 혹시 찾아갔냐고 물었는데 용용이가 애기 얼굴 안 보여줘서 자기가 보러 갔다고 했더란다. 그렇게 직접 용용이를 봤으니 아마 조카까지는 돌봐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최대한 매일 아침 물을 뜨고, 기도를 드리며 용용이를 보살폈다. 하지만 내가 일반인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까. 용용이는 자랄 수 없었고,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김애동의 몸속에 계시는 신들은 용용이를 볼 때마다 말했다.
‘네가 뭔가 기도해도 들어줄 만한 힘도 없구나.’
길을 인도해 줄 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체 그 신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 걸지 단지를 볼 때마다 고민에 휩싸였지만 나에겐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용은 신수기에 약한 신수를 보고 잡아먹으려고 우리 집 주변을 맴도는 귀신들도 생겼다고 했다. 어느 날은 두통이 심했는데 일을 하며 스트레스받고 있나 보다 했다. 하지만 김보살이 말했다. 어떤 귀신이 내 어깨에 앉아서 내 머리를 마구 때리며 용을 보고 웃고 있다고. 힘없는 용을 보며, 용이 좋아하는 존재를 아프게 하면서 용을 괴롭히는 악질이었다.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마주 보면서 인지시켜 주는 아주 나쁜 존재였다. 물론 김애동의 신님이 가차 없이 갈갈이 찢어주셨다.
인간의 마음으로 생각했을 때 혹시라도 상처받은 건 아닐까 싶어 단지를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난 괜찮아.”
그렇게 용용이가 어떻게 하면 잘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던 차, 그 기회가 온 것이었다. 용궁 동자가 하늘로 올라갈 때가 된 것. 정말 용기 내서 용용이도 데리고 가 주실 수 없냐고 물어봤다. 사실 친근하게 있어 주시는 용궁 동자의 태도에 기댄 것도 있었다. 안 되더라도 화를 내진 않고, 왜 안되는지 그리고 저 용에겐 어떤 길이 있는지 알려주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앞 편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용용이는 용궁 동자와 함께 올라가기로 결정됐다. 결정된 순간부터 용용이는 신나서 매우 들떴다고 김보살과 김애동이 알려줬다. 그러면서도 나를 보며 말했단다.
“이제 같이 무서워해 줄 쫄보가 없어서 어떡해.”
용궁 동자의 용으로 간다는 건 그저 그런 것도 아니고, 다이아몬드 of the 다이아몬드 수저인 용왕의 집에 가는 건데 저런 말을 하고 있으니 참 고맙기도 했다. (*용궁 동자는 용왕님의 직계 아들이다.)
그렇게 한 평생 보지 못했을 것 같은 용용이의 모습은 다행히도 꿈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김보살이 말했던 전체적으로 청색빛을 띄고 있는데, 움직일 때마다 빛에 반사해 오색빛을 띄기도 한다는 그 모습까지는 볼 수 없었다. 난 그저 녹색+코발트색을 섞은 것 같은 용을 보았을 뿐. 용궁 동자가 키우면 50년이면 웬만큼 자랄 거라는데, 내가 죽고 나면 다 자란 모습으로 김보살이 감탄하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