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점점 커도 용용이는 겁쟁이였다. 나도 귀신을 무서워하는데, 우리 집에 신수라고 있는 용용이가 나와 같은 쫄보였다.
어느 날 우리 집 중문에 무서운 귀신이 있다고 김보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김애동이 막 신을 받았을 때라 김애동도 그 귀신을 퇴치하는 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고 있었는데, 그때 내가 용용이가 생각나서 말했다.
“우리 집에 용용이 있잖아! 용! 용은 쎈 거 아냐?”
“아냐... 용용이 아직 애기고, 쟤도 겁이 많은지 지금 구석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어.”
자본주의 미소 같은 표정이 지어졌다. 우리 용용이... 그냥 식충이었다. 내 표정을 본 것일까. 김보살이 용용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나는 당황해서 주변을 돌아봤다. 보일 리 만무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상처받은 건가...”
“그래도 다시 올 거야. 이 집에서 못 나가는데 뭐...”
“그런가...”
걱정되는 마음과 귀신이 무서운 복잡한 마음들을 안고 있는데 드디어 가부좌를 틀고 있던 김애동의 입이 열렸다.
“잡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말은 김애동 속에 있는 여신님이 하시는 말이었다. 귀신을 잡으면 여신님은 그대로 귀신을 찢어서 흩뿌리시거나... 드신다고... 김애동은 그 모습이 눈앞에 보인다고 했다.
할 일을 마친 김애동이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다가 창문을 보고 말했다.
“뭐야, 왜 호랑이가 저기 있어.”
“호랑이?!!!”
“용용이가 무섭다고 불러왔네... 귀신 잡아달라고...”
“어디? 어디 있는데?”
“너는 보지 마. 호랑이도 모시고 싶지 않으면. 눈 마주치면 모셔야 한다.”
난 바로 고개를 돌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2마리가 되는 건 버거웠다. 그렇게 창문 밖으로 보이지 않게 바닥에 앉았는데, 옆에 같이 앉아 있던 김보살이 다른 창문을 보곤 그대로 빵 터져서 웃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묻는 나에게 김보살이 답했다.
“저기 창문에 동자 하나가 얼굴만 쑥 들이밀고 구경하고 있어. 갑자기 여기서 기운들이 느껴져서 찾아왔나 봐. 저기에 얼굴만 있는 게 웃겨.”
“위쪽에 사는 무당네 동자네.”
김애동이 말했다. 우리 동네에 은근히 무당이 많긴 했지만... 그 무당들은 다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뭔가 있는 분도 계셨나 보다. (*이후 한 번 더 놀러 오셨었는데, 그 동자님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며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셨었다. 이날 이후로 김애동이 지나가면 가끔 ‘누나~!’라면서 인사한다고 한다) 사실 무당 자체를 그렇게 믿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이 상황은 무엇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당황스러운 마음과 함께 진짜라면 신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이 웃기기도 했다.
어느새 용용이가 돌아와있다는 말에 나는 용용이에게 말했다.
“지켜주려고 해서 고마워.”
그렇게 용용이가 쫄보란 것을 알고 재밌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 쫄보라는 것 하나로 일주일에 한 번, 용용이와 나는 똘똘 뭉쳤다(?). 김보살과 김애동은 왜 때문인지 <심야괴담회>를 늘 우리 집에서 같이 봤다. 내가 같이 있어야 재밌다는 말도 안 되는 말과 함께. 그리고 그 피해는 우리 용용이도 봤다. 심야괴담회가 무서워서 최대한 딴짓을 하면서 살짝살짝 듣는 나, 그리고 그 옆엔 장롱 구석에서 무서워하는 용용이가 있다 했다.
‘용용아 넌 왜 이야기를 무서워해... 신수잖아...’
듬직하진 않지만 같은 쫄보 동료가 있어 심야괴담회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