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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오작 Sep 03. 2024

#7 신을 떠나보내기 위하여_4

김보살의 어머니는 이후로 기도를 드려야 하는 법을 확실하게 바꾸신 건지 동자님이 우리에게 이번 주면 올라갈 거라고 그랬다.      


김보살이 말하길, 사실 어머님 입장에서는 억울하시다고 한다. 김보살 어머님은 3교대 일을 하시는데, 아무리 피곤해도 기도를 꼭 하러 가셨었다고 한다. 그렇게 기도하는데 사심이 들었다고 잘못했다고 하고, 신을 위해 빌라고 해서 그렇게 빌었는데 또 뭔가 잘못됐다고 잘 알려주지 않고 잘못됐다고만 하니 힘드셨다고.      


김애동 몸속에 있는 신님은 그 모습을 보고 말했었다.      


“왜 빌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간절함도 없고.”      


빌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 하면서 그냥 하라니까 하니 되겠냐는 말이었다. 그저 내가 아프지 않게 올라가 달라고 비는 것 아니냐고.      


그래도 결국엔 어머니께서 이해를 하신 것일까. 매일 만났던 용궁 동자와 헤어질 때가 왔다. 떠나기 전날이라 그런지 할머니도 선녀도 함께 우리를 찾아오셨다. 김보살의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동자님만 앉아 있을 수 있었지만 목소리가 들리기에 대화할 수는 있었다.      


용궁 동자에게는 동자가 좋아하는 오레오 치즈케이크와 생초콜릿 제티를 준비하고, 할머니께는 커피, 선녀에게는 복숭아를 준비했다.       


용궁 동자는 오자마자 케이크와 초콜릿을 엄청난 속도로 먹기 시작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하늘로 올라가야 해서 12시부터 준비로 바쁘다고 그 전에 마지막으로 많이 드시고 가려는 것이었다. 이것을 위해 김보살은 저녁을 먹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TMI지만 전에 용궁 동자가 양 것 먹고 싶은데 김보살이 저녁을 건하게 먹어 배불러 하니까 김애동의 몸에 들어가서 전화했더란다. ‘뭘 이렇게 많이 먹은 거야 돼지야!!!’라면서 영상통화를 하며 걷게 하기도 하고 동자 특제(?) 운동법도 알려줬다. (*그 운동법이 운동이 제대로라며 김보살은 요즘도 가끔 한다.) 이 이후에도 먹고 싶은 만큼 양 것 먹지 못하면 김보살의 몸에 들어있는 채로 김보살의 배를 때리면서 ‘이 누나 배 왜 이래! 또 뭘 이렇게 많이 먹었어!’ 라면서 투정 부리기도 했다.)     


원하는 만큼 초콜릿을 잔뜩 먹은 동자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올라가고 나면 나를 너무 많이 생각하면 안 돼. ‘용궁 동자가 좋아했었지.’ 정도의 생각은 되지만 거기에 그립다거나 그런 마음을 담아서 많이 생각하면 안 돼.”     


앞으로 우리와 이렇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기에 자기가 알려줘야 할 것을 열심히 알려줬다. 그리고 도와준 것에 대해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김애동에게는 길이 더 잘 보이게 도와줄 것이고, 김보살은 몸이 아픈 것을 가지고 가고, 신줄 하나를 잘 막아주겠다고. 그리고 김보살의 어머님이 아프신 건 다 가져가진 않을 거라고 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남겨두실 거라고. 그렇게 해야 자기들을 기억할 거라고 했다.      


“얘는 뭐 안 해주시나요? 동자님 간식 열심히 챙겼는데.”     


김애동이 말했다. 용궁 동자는 나를 여기저기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당뇨 같은 것도 가지고 가실 수 있나요...?”     


그랬다. 우리 집은 당뇨 가족력이 있는데 몇 달 전 피검사에서 아주 사알짝이지만 수치가 높게 나왔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걱정이 많았다.     

 

“그거 죽는 거 아니야.”

“하지만... 동자님처럼 초코 못 먹어요.”

“그럼 안돼...!”     


용궁 동자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할머니가 있다는 쪽을 바라보더니 당뇨를 가지고 가주겠다고 했다. (*이제 또 몇 달 뒤에 피검사를 할 예정인데 기대된다.) 

     

그리고 나는 동자에게 조심히 말했다.      


“혹시 저희 용용이도 데리고 가 주시면 안 되나요?”

(*용용이는 우리 집에 있는 애기(?) 청룡인데, 이것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 풀겠다)      


내 말에 동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용용이가 있는 단지 앞에 서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럴까~? 마침 내가 청룡이 없었는데! 오구 귀여워! 너 아직 애기 구나? 나 혼자 겨우 탈 수 있겠네.”   

  

그렇게 길을 잃었던 우리 집 청룡은 무려 용궁으로 갈 수 있게 됐다. 김애동은 용궁 동자의 옆에 와서 말했다.      

“용궁 돌아가시면 공부 열심히 하셔야 해요.”

“나 돌아가면 엄청 바쁜데?!”

“뭐 하셔야 하는데요?”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용도 씻겨야 하고...”       


공부를 싫어하는 동자의 핑계에 우리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얼마 이야기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참 속상했지만 좋은 곳으로 가는 신을 붙잡을 수는 없는 법. 올라가시기 전까지만 그리워하다 앞으로는 최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는데 동자님이 용용이를 데려가실 생각도 안 하시기에 급하게 말했다.    

 

“동자님 용용이는요?!”

“아 맞다! 용은 할머니가 데리고 와야 해. 나는 갈게!! 안녕~~~!!!”     


밝게 인사한 뒤 김보살은 갑자기 차분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박사박 용용이가 있는 단지 앞으로 갔다. 할머니가 오신 것이었다. 할머니는 뛰어오는 아이를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부모처럼 두 팔을 벌렸다.     

 

“이리 오렴. 그렇지, 그렇지.”     


할머니는 용용이에게 길을 알려주려는 듯 양팔을 벌린 채 손으로 이쪽이라고 안쪽으로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품에 끌어안았는지 두 팔을 가슴 쪽으로 접은 뒤 그대로 사라지셨다.      


“가셨어.”     


김보살의 말에 진짜로 이별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 둘 다 일찍 자. 4~5시쯤 올라가시지 않을까? 그전에는 자. 그래야 동자가 우리에게 뭘 하기 편할 거 아냐.”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4~5시가 내가 보통 자는 시간인데... 그래도 그날 밤 일찍 자기 위해 평소보다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몸에 배어있는 시계는 강력한지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노력할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창문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동자님 잘 올라가세요.’ 그렇게 마음속으로 인사한 나는 5시가 넘어 잠이 들고 말았다.     

 

꿈속에서 용과 동자님을 보았다. 파란 한복을 입고, 용과 하늘에 둥둥 떠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다음날 일어나서 꿈을 기억한 나는 ‘꿈에서 보이다니, 정말 정이 많이 들었었나 보네.’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얼마 뒤 김애동이 말했다.      


“용궁 동자랑 이야기가 돼... 자기도 ‘이게 되네?’ 라면서 놀라더라...” 라고 했다.


그리곤 올라가기 전 우리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꿈속에서 본 동자와 용이 진짜로 용궁 동자와 용용이였다.      


그리곤 용궁이 있는 절로 오면 자기를 만날 수 있는데 너무 자주 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초콜릿을 가지고 그 절로 가기로 약속 날짜까지 잡았다. 전처럼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는 없어 짧게 인사하고 헤어졌지만, 그래도 용궁 동자와의 연이 끊어지지 않았음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쓸 이야기에 종종 용궁 동자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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