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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오작 Sep 03. 2024

#6 신을 떠나보내기 위하여_3

세상엔 참 다양한 존재들이 있는 것 같다.          

      

김보살 어머님이 기도를 잘 못 하는 것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자 어느 날 동자가 말했다. 엄마한테 뭐가 달려있다고. 그게 계속 어머님 발목을 잡고 머리채를 잡으면서 기도를 못 하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힘이 세서 대신할머니가 막고 있지만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김보살이 나중에 말해주길 일명 악귀라고 했다.)    

  

멀리 서라도 떼어줄 수 있을 만한 애라면 괜찮을 텐데, 직접 봐야 한다는 말에 결국 어머님이 김애동의 집으로 가셨다.      


(*김애동의 집에서 있었던 일은 내가 보지 못하고 들은 일이다)

어머님께서 집에 오셔서 김애동이 악귀를 잡으려고 하니까 대신할머니인 척하기 시작했단다. 배가 고파서 못 올라간다고, 밥 좀 달라면서. 아직 애동인 김애동은 신인지 악귀인지 잘 구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러자 어머니가 낄낄낄 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대신할머니가 아닌 걸 안 김애동이 신님을 불렀고, 신님이 그대로 악귀를 찢기 시작했는데, 그때 어머님이 "알았어! 나갈게! 나가면 되잖아!!"라고 외쳤다고. 하지만 신님은 이미 늦었다면서 찢어버린 악귀를 먹어버렸고, 어머님은 그대로 기절하셨다고 했다.      


김애동은 이렇게 사람한테 씐 걸 없앤 것이 처음이라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정말 TV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다는 것도 놀랍고 무섭다고.     


그 일이 있고 나서 어머님은 다시 기도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기도하러 가고 있다는 톡을 김보살에게 남기셨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느 날처럼 김보살의 몸 안에서 간식을 먹던 동자가 "할머니 춤춰."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춤추고 있다는 말을 며칠 동안 했는데 나는 ‘이제 곧 올라갈 테니 좋아서 그러나 보다.’ 했는데, 김보살과 김애동 둘 다 그 말이 좋은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김애동이 할머니를 김보살 몸에 불러오려고 했는데, 불려 오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할머니는 절대 몸에 불려 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결국 김애동이 선녀님을 불렀는데, 선녀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가 눈도 귀도 다 닫고 아무 말도 듣지 않아요... 계속 춤만 추고 계세요. 오죽했으면 동자가 힘을 쓰고 있어요.”      


아무리 옆에서 부르고 정신 차리라고 해도 할머니는 그저 춤만 춘다고 했다. 미쳐버린 거였다.

     

김보살 어머님이 기도를 하기 시작하면서 금줄이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잘 내려오던 금줄이 손끝을 스치는 위치에서 더 내려오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님이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너무 사랑하는 존재였기에, 다시 한번 믿었던 마음이 큰 배신으로 돌아와서일까. 아니면 손끝에 스치기만 하고 잡히지 않는 금줄의 존재 때문일까. 신을 미치게 한 것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연꽃 할머니가 연꽃을 주고 가셨어요. 원래 내려오면 안 되는 분인데...”      


잃어버리지 말고 꼭 쥐고 있으라며 줬다는 연꽃. 선녀는 그것을 쥔 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참아내고 있었다. 대체 연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김보살이 말하길, 연꽃 할머니는 오면 안 되는데, 김보살 어머님께서 기도하러 가는 절에 연꽃이 많은 곳이라 그 틈에 섞여서 몰래 전해주고 갔다고 했다. 연꽃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금실과 연결이 된다고.     


그리고 연꽃 중 하나에 김보살의 외할머니가 타고 있다고 했다. 그분도 내려오시면 안 되는데 딸이 걱정되어 내려와 계신다고. 그 말을 들은 김애동이 외할머니 얼굴 기억나냐고 물어봤고, 선녀는 그대로 몸을 떠나 김보살은 외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렴풋이 기억난다는 말과 함께 김애동이 눈을 감더니 펑펑 울고 계신다고 말하던 차였다.      


"아이고 내 새끼 어떡해... 아이고 내 새끼..."      


갑자기 김애동이 울기 시작했다. 외할머니가 들어오셨다는 걸 깨달은 내가 말했다.

    

“할머니께서 도와주시면 안 되나요?”

“내가 도와줄 수가 없어요... 내가 관여할 수 없어요...”     


나에게 존댓말을 쓰며 말한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김애동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부드러운 어투와 교양 있는 톤이었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계속 어떡해야 하냐면서 안절부절못하고만 계셨었다.      


“대신할머니를 어떻게든 끌고 오면 안 돼?”

“선녀님과 아직 연결되어 있는데 물어볼까?”     


보다 못한 나의 말에 김보살이 답했고, 시도해 보자는 말에 김보살은 눈을 감았다. 잠시 가만히 있던 김보살의 입이 열렸다.      


“끌고 오기 시작하고 있어. 그런데 안 끌려오려고 발악하면서 춤을 춰.. 그래서 오는 게 계속 늦어.”

“끌려오면서도 춤을 멈추지 않고... 동자는 매달려서 울고 있어.”     


라면서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해주다 갑자기 김보살이 거칠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대신할머니가 온 것이었다.      


“네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왜 그러고 있어!”     


신님이 대신할머니를 보며 꾸짖었다. 하지만 대신할머니는 계속 거칠게 호흡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꾸짖은 존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차라리 울어! 펑펑 울기라도 해!”     


신님의 그 말이 방아쇠가 된 것인지, 갑자기 김보살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대신할머니가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엄마!” 라면서 김애동의 품에 안기더니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울던 대신할머니는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말했다.     

 

“우리 동자 어떡해... 우리 동자...”

“이제야 동자가 생각났어?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정신이 든 대신할머니에게 말하는 신님의 말투는 온화했다. 바로 전에 고함을 치던 분과 같은 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신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가 이 상태로 몸에 계속 있으면 김보살에게 좋지 않다면서 나가겠다며 나갔고, 그대로 김보살은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왜 일반인들이 빙의가 풀리고 나면 기절하는지 알 것 같아.”

    

김보살은 소파 위에서 너무 힘들다면서 몸을 일으키는 것도 안 된다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김애동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내 기운을 가져가라고 했다.     


‘내... 기운...?’     


알고 보니 나는 기운이 짱짱 센 사람이었고, 선녀님이 대신할머니를 끌고 올 때도 내 기운을 좀 많이(?) 가져다가 썼으며, 동자님이 와서 간식을 드실 때마다 내 기운을 가져다 쓴다고 했다.      


과거 심야괴담회 속에서 귀신에 씐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러면 어떡하냐고 오들오들 떨 때,  김보살이 코웃음을 치면서 웬만한 귀신들은 나한테 씔 일이 없다고 했는지 그제야 알았다. 내가 무언가에 씐다면 그건 귀신과 악귀를 넘어 그 위의 악마 정도 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김보살은 김애동의 설명에 따라 내 기운을 가져갔고, 내게 태양처럼 따듯한 기운들이 있다고 했다. 그리곤 곧 정신을 차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렇게 나는 신님들의 보조 배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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