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동에게 내려오신 큰할머니께서 신들을 돕기 위해 오셔서일까. 김애동에게 찾아오는 신들은 유독 동자님이 동녀님이 많았고, 대부분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아예 패턴이 생긴 것 같다. 김보살이 “뭐가 보이는 것 같아.”혹은 “누가 있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면 김보살과 김애동은 마주 보고 앉고, 김애동은 눈을 감고 할머니를 몸에 받는다.
“아가, 나와야지 아가?”
할머니가 말하면 바로 나오는 동자님이 있고, 숨는 동자님이 있다. 이번에 들어온 동자님은 바로 나오셨다. 나는 평소처럼 동자님들을 위한 초콜릿을 꺼냈다.
TMI 1.
여러 동자님께 초콜릿을 드려본 결과 가장 많은 인기가 있었던 초콜릿이 있다. ‘킨더 해피히포’. 하마 모양이라고 어떻게 먹냐고 그러시다가 세로로 세워서 눈사람 모양이라고 하면 거리낌 없이 한 입 하시곤 눈을 크게 뜨면서 ‘우오오오~’라는 반응을 보이신다. 물론 그다음부턴 하마 모양을 신경도 안 쓰고 드시긴 한다^^..
“어디서 왔누?”
할머니가 물었다. 동자마다 어디서 오냐에 따라서 사연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A사에서 왔어.” (*절의 정확한 이름은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자주 들리는 절이었다. 그곳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온 것이었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문수동자’라고 했다. 문수 동자님은 사연이 있거나 우리에게 도움을 바라고 오신 동자님은 아니었다. 그저 우리라는 존재가 있기에 누구인가 궁금해서 찾아온 것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문수 동자님과의 인연은 짧게 여러 번 계속 이어졌기에 이번 문수 동자님 편에서는 묶을 수 있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묶어서 적으려고 한다.
TMI 2.
동자님들의 이름은 하는 일이나 역할 혹은 위치에 따라서 정해진다. 문수동자님은 현재 문수보살님 밑에서 보필하고, 가르침을 받고 수행을 하고 있으며 이후 문수보살님이 되는 존재라고 한다.
문수동자님은 처음 우리 집에서 초콜릿을 드신 뒤로 공부를 엄청 해야 하거나, 일이 많은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찾아오셨는데, 그러다 보니 김보살 몸에 오는 길을 아주 예쁘게 닦아(?) 놓기까지 하셨다고 한다. 김보살의 몸에는 영들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김보살 몸에 계신 선생님께서 아무나 들어올 수 없게 문을 만들어 두셨는데, 그 문 앞까지 오는 길이 따로 있는 듯했다.
이전에 용궁동자님이 혼자 오셨다가 길을 못 찾아서 우신적이 있기 때문에 선녀님이 길에다가 등을 달아두셨는데, 문수동자님이 그 길을 황금길로 닦아 두셨다고 했다. (*한 동안 다른 동자님들에게 그 길을 알려주지 않고 혼자만 오셔서 간식 드시는 걸 즐기셨다)
이렇게 매일같이 오시다 보니 다른 동자님들보다 친해져서 별명까지 생기게 됐는데, 바로 ‘문수문수’. 문수동자님도 매우 좋아하셨는데 보통은 ~~ 님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가끔 우리가 ‘문수문수~’라고 부를 때도 자비롭게 봐주시고 함께 즐거워해주셨다. 김보살의 몸에 들어오셨을 때도 김보살이 앉아 있거나 누워있을 때면 양팔과 다리를 쭉 펴면서 ‘문수문수!’라면서 자기가 왔음을 알리시기도 했다. (*그 모습이 매우 귀엽다. 그리고 이제는 시그니처가 되어 눈이 마주치면 밝은 표정으로 양팔을 Y자로 쭉 올리시기도 한다. A사에 가면 일하다가 몰래 김보살 몸에 들어오셔서 간식을 드시기도 라는데, 말씀을 하시면 들키기 때문에 양손만 살짝 올렸다 내리셔서 자기가 왔음을 알려주시기도 한다. )
매일 간식을 드시다 보니 아무래도 문수동자님 간식을 챙기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용궁동자님과의 싸움 아닌 싸움(?)이 일어났었다.
나와 김보살이 여름휴가로 같이 바닷가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곳에서 용궁동자님을 만나기로 했었다. (*용궁동자님은 위로 올라간 이후로 김보살이 세례를 받기 전까지 김보살에게 잘 찾아오지 못한다) 그런데 매일 문수동자님이 찾아오다 보니 문수동자님 간식도 챙겨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그 고민을 들은 용궁동자님이 김애동에게 목소리만 전했다. “절대 안 돼!”라고. 그 말을 들었는지 문수동자님이 김보살의 몸에 들어왔다.
“나도 간식 먹을 거야!”
그 외침에 용궁동자님도 김애동의 몸에 들어오셨다.
“안 돼!”
“왜! 나도 먹을 거라고!”
“넌, 넌,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잖아! 난 안된단 말이야!”
용궁동자님의 말에 문수동자님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곤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알겠어...”
“넌.. 여기 있는 거 다 먹을 수 있는데 왜 그래!”
용궁동자님이 우리 집 한쪽에 쌓여있는 동자님들을 위한 간식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그러니까 양보한다고!”
문수동자님이 용궁동자님을 노려봤다. 그러자 용궁동자님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나보다 낮으면서? 눈 깔아!”
그 말에 문수동자님은 시선을 내렸지만, 그 기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용궁동자님 역시 뭔가 풀리지 않으신 듯했지만, 오랫동안 계실 수 없는 상태기에 빨리 가야겠다며 사라지셨다. 용궁동자님이 사라진 후 김애동은 문수동자님에게 물었다.
“혹시 두 분... 사이 안 좋으신가요?”
“아니? 사이좋은데?”
무슨 이상한 이야기를 하냐는 표정으로 문수동자님이 답했다. 나랑 김애동은 ‘방금 모습이 친하신 건가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용궁동자님과 문수동자님께는 간식이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걸 깨달은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두 분이 ‘생초콜릿’ 때문에 맹약(?)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동자·동녀님들께 좋은 것만 드리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는 용궁동자님 이후 문수동자님께도 생초콜릿을 드렸는데 이후 다른 초콜릿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생초콜릿이 최고가 되셨다.
이후 문수동자님은 김보살의 몸에, 용궁동자님은 김애동의 몸에 있었던 날이 또 생겼었는데 용궁동자님은 다시 한번 간식을 먹는 문수동자가 부럽다고 말하셨다. 그 모습에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10월에 A사 찾아갈 때 생초콜릿 가지고 갈게요.”
“녹지 않을까...?”
“10월에는 더운 게 좀 가셔서 괜찮을 거예요.”
내 말에 용궁동자님은 씩 웃으시면서 말했다.
“그럼 기대할게?!”
나 역시도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이 생초콜릿이 좀 비싸서 두 분만 드셔야 해요!”
그러자 두 분 모두 결연한 표정으로 “응!”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다 뭔가 불안한지 용궁동자님이 문수동자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진짜 입조심해?”
“누굴 바보로 아나!”
“난 절대 말 안 할 거니까 A사에서 소문나면 너라고 알 거야.”
“절대 안 말해!”
“나도 진짜 말 안 해.”
그렇게 두 분의 맹약(?)이 맺어졌고, 용궁동자님은 오래 있을 수 없다면서 10월에 보자고 인사하시곤 사라지셨다.
그리고... A사엔 생초콜릿에 대한 소문이 퍼져버렸다. 문수동자님이 문수보살님께 생초콜릿이란 걸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말하는 걸 주변에 계시던 동자님들이 들으셨고 그대로 A사 전체로 퍼져나갔다. (*A사는 다른 절의 동자님들도 인정할 정도로 소문의 메카로 동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 퍼지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이 사실을 몰랐던 나는 A사에서 온 동자라고 말하면서 ‘네모난 초콜릿이 맛있다던데’라고 생초콜릿을 찾으시는 모습에 땀이 삐질삐질 났었다. 그리고 그날 밤, 문수동자님이 오셨을 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고, 문수동자님은 우리들의 시선을 최대한 외면한 채 어색하게 웃으며 생초콜릿을 드셨다.
문수동자님의 생초콜릿 사랑은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그냥 이야기하면서 생초콜릿을 팝콘처럼(?) 드신 날도 있을 정도. 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문수동자님의 입맛이 바뀌는 일이 생기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풀기로 하겠다.
쿠키 1.
지금은 네모난 초콜릿을 3개 이상 먹으면 시험에 붙는다는 이야기가 퍼져있다. 한 동녀님이 찾아와서 내일 시험이라고 초콜릿 4개를 먹고 가셨던 적도 있는데, 아직 이름을 받기 전이라 시험에 통과해야 이름을 받는다고 하셨다. 시험에 통과해서 이름을 받으면 알려주러 오신다고 하셨는데, 자기처럼 초콜릿 먹으러 오는 동자, 동녀님들이 많아 헷갈릴까 봐 우리 집을 여기저기 둘러보시다가 엎드려있는 오리모양 조명을 보곤 손을 올리시더니 '오리 엉덩이 만진 애!라고 할게!'라면서 가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살님께서 ‘정말 그 초콜릿에 효험이 있다면 오늘 보나 내일 보나 똑같으니 오늘 보자.’라고 하시며 시험을 보셨고 ‘관음좌 동녀’라는 이름을 받았다고 했다. 고맙다고 인사하러 김애동에게 찾아왔었다고 김애동이 전해줬다. 아마 동자님들 사이에서는 ‘진짜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과 ‘그걸 믿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로 나뉘는 것 같은데, 초콜릿을 드시는 것만으로도 시험에 자신감이 생긴다면 더 많은 동자님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쿠키 2.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말에 문수동자님이 자기 이야기는 언제 올라오냐고 계속 궁금해하셨는데, 올해 안에는 올라올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좋아하셨었다. 글이 올라오는 오늘 밤 찾아오시면 올린 글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간식을 하도 먹어서 살이 쪘다는 문수동자님. 화이트보드에 글씨 쓰고 지우는 걸 보고 재밌어하며 남긴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