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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오작 Oct 22. 2024

#16 안녕? 난 문수라고 해 _2

문수동자님은 오시면 늘 해맑은 표정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하셨고, 즐거운 표정으로 간식을 드시고, 기쁘게 ‘내일 봐~’라고 인사를 하실 정도로 기본적으로 밝음을 장착하고 계신 분이다. (지혜를 관장하는 문수보살님을 모시는 만큼 지혜로우신 분이었는데, 우리가 동자님께 조언을 부탁드릴 때는 진지한 표정으로 알려주신다.) 그런데 그런 동자님이 ‘뿌앵’이런 느낌의 표정을 지으실 때가 있었는데, 바로 보살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였다.      


“보살님이 빨리 수행하고 배워서 보살 되라고 하셔.”      


라며 최근 계속 바쁘게 수행하고 공부하고 있었던 이유를 이야기해 주셨다.     

 

“그런데 난 보살 되기 싫단 말이야ㅠㅠ”     


사실 문수동자님은 진작에 깨달음을 다 얻어서 진작 보살님이 되실 수 있었지만, 아이인 채로 보살님을 모시면 기도하는 사람들의 따듯함을 더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좋아서 아이인 채로 계신다는 걸 김보살의 몸속에 계시는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너희들 다음 문수동자한테도 이렇게 할 거잖아ㅠㅠ!”


문수동자님은 이렇게 때때로 다음문수 동자를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셨는데, 이게 일부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이 가져서는 안 되는 7가지 마음 중 하나인 질투를 일부러 가진 척(?) 표출하시면서 보살이 되는 시기를 늦추려고 하신 거라고.      


하지만, 정해진 순리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인지 결국 문수동자님은 보살이 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문수동자님이 간식을 드시면서 속상한 표정으로 말해주셨기 때문이었다.      


“보살님이 나 곧 보살 될 거라고 살 빼라고 하셨어. 보살 되면 초코도 못 먹고 쌀이랑 과일 같은 것만 먹을 수 있는데 보살 되기 싫어ㅠㅠ”     


그 말을 듣고 나는 문수동자님께 여쭸다.      


“동자님, 신님들의 곧과 인간의 곧이 뜻이 다른데... 곧이라는 게 언제쯤일까요?”

“몰라, 나도 이번에 시험 치는데... 그 뒤에 언제 될지 모르겠어.”     


이후 사천왕님 아래에 계신다는 사천동자님이 오셨을 때도 여쭤봤었다. (*문수동자님과 같은 절에 계시는 동자님이다)      


“문수 동자님 곧 보살 되신다면서요?”

“맞아. 얼마 안 남았어.”     


다른 동자님도 알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문수동자님이 보살이 되시는 게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와 김애동, 김보살이 다 깨달았을 때, 점점 문수동자님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늘 드시던 초콜릿 케이크가 너무 달아서 잘 못 드신다던가, 늘 식혜를 찾으시던 분인데 수정과를 찾으시는 등 입맛의 변화가 느껴졌다. 그리고 김애동과 김보살의 말로는 키가 무척 크셨다고 한다. 원래 성인 허벅지 높이 정도의 키였는데 지금은 청년이라고 한다. 무협지에서 보는 것처럼 머리도 긴 머리를 늘어트린 모습이시라고. (* 문수동자님이 키가 너무 커서 문수보살님이 징그럽다고 하셨다고 한다...)   

  

이렇게 점점 바뀌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그때가 금방이라도 찾아올 것 같아 아쉬운 마음만 쌓여가던 어느 날, 문수동자님이 문수보살이 되시는 때가 정해졌다. 내년 2월, 문수보살님이 될 거라고 한다. 그럼 그때는 A절로 찾아가야만 문수동자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동자님, 그때도 문수문수님~ 이렇게 불러드려요?”

“문수문수보살님~ 해야지.”

(* 이 말을 듣고 보살님이 되어서도 ‘문수문수’를 말해주시는 문수동자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살펴주시는 것 같아서.)     


그렇게 우리는 문수문수동자님이 우리 집에 방문하는 것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물론, 그것이 새로운 인연의 시작 점이 되겠지만 이렇게 집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할 수 없음에 그리움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수동자님과의 시간에 정이 많이 든 이유는 함께한 시간이 많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많은 것을 해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김보살의 ‘사고수’였는데, 김보살이 올해 사고수가 여럿 들어있어 차를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한다며 반지에 사고수 방지 기운을 넣어주시기도 했고, 시골 할머니댁에 다 같이 놀러 갔을 때는 김애동의 호랑 애기씨와 함께 직접 대추를 따주시면서 운전하는 중간중간 먹으라고 하고, 솔방울을 따주시고는 차 안에 두라고 하시는 등 사고수를 막아주셨다. 그리고 사고수를 줄이기 위해 김보살은 어머님 차를 받았는데 차걸이 부적에 기운을 담아주시면서 ‘차를 깨끗하게 사용하면 사고 날 일 없을 거야.’라면서 우리의 안전을 보살펴주셨다.      


그리고 우리 집에 오셨을 때 그때그때 필요한 기운을 담아서 나와 김애동에게도 주셨다. 김애동에게는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기운을 담아주시고, 나에게는 위가 아프거나 쓸데없는 생각에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 가지고 있으면 좋을 기운도 담아주시기도 했다.      


최근에는 A사에 찾아갔을 때 김보살의 몸에 들어와서 불교용품점에서 나의 기운과 맞는 팔찌를 골라주시고는 내 기운을 좀 가릴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말에, 기운을 넣어주시기도 했다. 덕분에 신과 인간을 제외한 존재들은 나를 볼 수 없을 거라고 했다.   

   


덧.

앞서 말했듯이 나는 짱짱 센 기운을 가지고 있는데, 기운이 세서 귀신이 내 몸에 들어오질 못하는 것이지 몸에 들러붙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귀신들의 입장에서 나는 영물 다음으로 맛있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툭하면 들러붙어서 기운을 먹으려고 한다고. 그래서 옥탑에서 사는 나는 옥상에 내가 보이지 않게 가림막을 쳐 뒀는데, 그 가림막이 너무 낡아서 새로 갈기 위해서 치워둔 단 하루 만에 귀신 3마리가 붙었었다. 유독 몸이 무거워서 ‘혹시 약을 안 먹었나?’(*나는 호르몬 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움직이기 힘들었는데, 그게 다 그 귀신들 때문이라고 한다. 다행히 김보살 몸속에 계시는 선생님이 툭툭 쳐서 떨어트려 주셨다...



문수문수동자님은 소문의 중심(?)에 계셨는데, B사에 놀러 가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신 뒤 B사의 지붕동자님이 찾아오시기도 했고, ‘C사에 000이 멋지더라’는 우리의 말에 C사에 놀러 가셨다가 우리말을 하셨는지 C사에서도 동자님이 우리 집에 찾아오기도 하셨다. (*동자님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편에서 풀도록 하겠다)      

 

어느 날은 김애동이 무복 몇 벌을 갖추게 된 것을 아시고 무복을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오셔서 무복을 입은 것을 보고 무복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입으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려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B사에 지붕동자님께서 김애동의 무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김보살을 통해 전해오셨다.  


그날 새벽, 지붕동자님이 오셨을 때 김애동이 물었다.      


“혹시 문수동자님이 말해주셨어요?”

“응.”     


당연하다는 반응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붕동자님은 김애동이 무복을 바르게 입는 법을 알려주셨고, 옆 사람이 김애동이 무복 입을 때 도와주는 법도 알려주셨다. 아마도 김애동과 우리에게 이렇게 알려주시고 싶어서 오신 것 같아 우리는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다.      


문수동자님은 우리의 이야기를 동자님들께 소문내는 것뿐만 아니라, 동자님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알려주시기도 했다. 간혹 이름이 없는 동자님들이 우리를 찾아올 때도 있었는데, 궁금해하는 우리를 위해서 그 동자님들이 시험을 잘 보셔서 어떤 이름을 받으시게 될 것이라던가, 어떤 이름을 받으셨고 왜 그런 이름을 받으셨는지 등 알려주시곤 하셨다.       


그리고 솔깃한 소식도 알려주시곤 하셨는데, 어느 날 문수동자님이 간식을 먹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용궁이 연애하더라?”      


연애 얘기에 나와 김애동은 눈을 반짝이면서 문수동자님께 가까이 다가갔다.      


“어느 분이랑 연애하세요?”

“천신동녀랑 연애하더라고.”     


오랜만에 들은 용궁동자님 소식에 반갑기도 하고 연애라니! 동자님의 연애라니!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용궁동자님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용궁동자님은 우리에게 오는 데 제약이 걸려계셔서 자주 부를 수 없었다.      


나중에 용궁동자님께 여쭤보니 쑥스러워하면서 맞다고 그러셨다. 그리곤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면서 동녀님께 우리에게 찾아보라고 말해주신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문수동자님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걔가 가란다고 가는 애가 아닌데.”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와 김애동은 ‘우리 용궁동자님 잡혀 사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용궁동자님의 연애 소식이 이슈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수동자님이 간식을 드시다가 김애동을 보며 눈을 똥그랗게 떴다. 호랑 애기씨가 하트 모양 머리를 한 것이 매우 마음에 드셨다는 거였다.      


“머리 엄청 예쁘다! 나랑 사귈래?”

“...? 그럼 내가 하트 머리가 아니면?”

“어... 그건 좀... 그냥 계속 하트 머리만 하면 안 돼?”

“그게 말이 돼?”

“왜 안 돼?”

“넌 똑같은 머리만 계속할 수 있어?”

“아니? 어떻게 그래?”

“...”     


그렇게 결국 문수동자님은 호랑 애기씨에게 차이게 됐다. 나중에 여쭤보니 연애하는 용궁동자가 부러웠다고. 그 외에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문수동자님이 보살님이 되면 연애는 할 수 없고 결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호랑 애기씨...   


“너 그럼 나보고 시한부 연애를 하자는 거야?!”    

 

라면서 완전 쫑 나버렸다...   

(*호랑 애기씨는 김애동의 몸에 계셔야 하기 때문에 문수동자님이 보살이 되면 결혼할 수 없다. 결혼을 하면 김애동과 떨어지셔야 하기 때문)

   

이 외에 문수동자님은 ‘도르마무’라는 것도 동자님들한테 알렸는데, 바로 스파큘라를 빙글빙글 돌리는 것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다. 시골집에서 스파큘라로 놀고 있을 때 문수동자님이 오셨을 때 그걸 보시고는 별 같다면서 마음에 들어 하셔서 동그랗게 그리는 것이 닥터스트레인지가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영상을 보여드렸었다. 그리고 영상 속에서 닥터스트레인지가 ‘도르마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시고 ‘도르마무’ 놀이가 되었다. (*아쉽게도 동자님들은 스파큘라가 무섭다고 하지 않으신다고 하셨고, 사천동자님은 재밌게 노셨지만 불같은 것을 가지고 놀면 안 되는 것을 모르셨다가 갑자기 잡혀가셨다... )     


문수동자님이 이렇게 우리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신 덕분에 다른 많은 동자님과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다음엔 또 어디서 오신 동자님들을 만나 뵐 수 있을지 기다려진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동자님과 연을 맺게 해 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 문수동자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지만 앞으로 할 이야기에 문수동자님이 종종 등장할 예정이다.


문수동자님이 쓴 메시지에 덧 붙여서 동자님들이 장난치고 가면 문수동자님이 어떻게든 다시 멋있다는 의미가 되게 고쳐쓴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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