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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오작 Nov 19. 2024

#20 선녀님, 금쪽 선녀님

김애동의 선녀님은 감정을 배워나가고 계시는 중이라고 한다. 앞서 김애동의 신님들을 소개하는 글에서 말했듯이 선녀님은 고려 시대 때 내려오시고 처음 내려오시는 것인데 그 당시 전쟁 중에 내려오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배웠던 감정은 ‘분노’밖에 없었다고. 그러다 보니 선녀님들은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모르셨는데, 그로 인해 몇몇 커다란 사건을 경험하시면서 감정을 하나씩 배우고 계신다. 오늘은 그 일대기(?)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선녀님의 김애동에 대한 사랑

김애동의 신님은 모두 김애동을 매우 애정하시는데, 김애동이 매일 아침 신님 한 분 한 분께 찾아가 인사를 드리면, 큰할머니는 김애동을 무릎에 앉혀놓고 둥가둥가(?) 해주시고, 보살님은 몸에 좋은 무언가(?)를 입에 넣어주신다고 한다. 어느 날 김애동이 앞머리를 잘랐을 때는 ‘예쁘다. 내 새끼!’라며 엄지 척을 해주실 정도다. 선녀님도 김애동에 대한 애정이 생기시면서, 김애동을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는 무자비해지셨다.

       

하루는 김애동이 우리 집에서 놀다가 집에 가기 위해서 집 밖을 나섰는데, 한 귀신이 김애동을 노리고 다가왔다고 했다. 그때 대신 할머니께서 나오셔서      


“내 오늘 기분이 좋으니 그냥 돌아가거라. 한 번 더 보이면 잿밥도 못 먹을 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그 귀신이 도망가는 척하다가 계단에서 다시 한번 김애동을 노렸다고. 그러자 다시 대신 할머니께서 나오셨는데,      


“8 선녀.”     


라고 이름을 부르시자마자 대장 선녀님과 그 주위를 반원 모양으로 7명의 선녀님들이 둘러싼 채로 대신 할머니 뒤에서 앞으로 촤악 날아오더니 그 귀신을 그대로 내리누르셨다고. 그리곤 가지고 계신 지팡이로 쾅, 쾅, 쾅 찍으셨다고 했다. 순서대로 복부 아래쪽, 명치 그리고 얼굴을 찍었다고 하는데, 대신 할머니께서 미리 말씀하신 대로 그 귀신은 잿밥도 못 먹게 된 채 소멸해 버렸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김애동은 눈에 하트 뿅뿅이었다.        


그리고 하루는 내가 이사하고 싶다고 부동산에 이야기를 해뒀었는데, 매물이 하나 나왔다고 해서 중개사 분과 함께 집을 보러 갔을 때였다. 김보살과 김애동은 그 집터가 괜찮은지 봐주겠다고 같이 왔는데, 집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김애동의 표정이 매우 안 좋았다. 그리고 집 안을 둘러보기 시작하자 더더욱 표정관리를 하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나는 집 상태를 확인하느라 김애동의 상태를 살피지 못했고, 결과적으론 벽에 곰팡이가 넓게 핀 부분도 있었고, 화장실도 너무 작은 것 등 내가 원하는 조건과 좀 달라 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중개사분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애동과 김보살이 그 집에 대해서 말해줬다.

      

“집터가 아닌 곳에 집을 지어서 안 좋아. 왜 이사 간 거래? 좋은 이유는 아닌 거 같은데.”

“어후, 다른 애들보다 부엌에 진짜 무서운 애 하나 있었는데 걔는 곧 사람 죽이겠더라.”    

 

그 말을 듣고 그 집으로 계약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김애동이 집에 돌아가서 아까 집터에서 본 귀신과 기운들 때문에 기분이 너무 안 좋아 침대에 엎드려서 있으니까 갑자기 선녀님들이 그 모습을 보시더니 귀신을 하나 데리고 와서 김애동 앞에서 다굴(?)을 하기 시작하셨다고 했다.    

  

“너! 때문에! 우리! 애가! 기분이! 안 좋잖아!”     


라면서 8 선녀님들이 한 귀신을 밟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집에 있던 그 귀신이었다고...    

 

김애동이 그 모습을 보고 기분이 풀리자, 선녀님들이 김애동을 힐끗 보더니 더 다굴 하셨다고 했다. 이렇게 감정을 잘 모르시던 선녀님들은 김애동을 애정하는 마음을 가지시게 됐는데, 아주 살짝(?) 엇나가서 소유욕이 좀 생기셨다고 한다.           


2. 어쩔 줄 모름을 배우시다.

어느 날 한 동자님이 찾아와서 난리란 난리를 피웠다고 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알아보니 그 동자님이 엄마에게 주기 위해서 애지중지 키우던 복숭아를 선녀님들이 서리해왔다고 한다. 선녀님들께서 하시는 일 중에는 술을 빚는 일이 있는데, 술 빚기에 아주 좋은 재료가 보여 가지고 오셨다고 했다.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애동이 깜짝 놀라 너무 죄송해하자 선녀님들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김애동의 그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셨다고. 그리곤 동자님을 달래기 위해 선녀님들께서 키우시던 복숭아나무를 3그루나 주어야 했다.           


3. 안타까움과 미안함 그리고 귀찮음을 배우시다.

동자님의 복숭아 사건을 겪은 후, 나는 김애동에게 말했다.   

   

“선녀님께, 그렇게 서리해 오는 게 더 손해라는 걸 말씀드리면 어때...? 복숭아 한 개 훔쳐왔는데, 나무 3그루를 줘야 했잖아.”

“선녀님들 기준에선 ‘좋은 재료를 발견해서 가져왔는데 그게 왜?’이고... 복숭아 3그루 준건 딱히 손해나 이런 걸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의 것을 가져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하던 김애동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시는 선녀님께 잘못된(?) 말을 드렸는데 ‘그럼 안 들키게, 아무도 모르도록 완벽하게 하세요.’였다. 그리고, 그 말은 선녀님께서 더 큰 사건을 일으키게 했는데...    

 

어느 날 한 도화 선녀님께서 화가 나서 김보살의 몸에 찾아왔다. 그리곤 김애동을 죽을 듯이 노려보고 계셨다.      

“무슨 일... 이신 가요?” 김애동이 조심스럽게 여쭸다.

“그 선녀들이 복숭아를 훔치고 그 나무를 불로 태웠어.”

(*복숭아를 훔친 것에 대한 증거인멸을 하신다고 복숭아나무를 아예 태워버리신 거였다.)

     

도화 선녀님의 말에 김애동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도화 선녀님의 말을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불을 끄려다가 한 동녀가 죽었어. 선녀가 붙인 불이라 꺼지지도 않는 그 불을 끄겠다고.”  

   

김애동은 깜짝 놀라서 도화 선녀님을 바라봤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자세를 바꿔 무릎을 꿇었다.  

    

“저희 선녀님들이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하... 그 선녀들이 유명하긴 한데, 그래도 이건...”     


계속 화가 풀리시지 않는 도화 선녀님을 보고 김보살의 몸에서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중재를 해주셨고, 8 선녀님께서 키우신 복숭아나무와 사과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과 함께 빚으신 술을 종류별로 드리기로 하고 나서야 돌아가셨다.      


동녀가 죽은 것에 선녀님께서도 깜짝 놀라신 것인지 김애동이 말하길 안타까움과 함께 미안함을 배우셨다고 했다. 김애동이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지 마시라고 선녀님께 말씀드렸는데, 그때 아직 돌아가시지 않은 선생님께서 김애동에게 경고했다.      


“그 선녀들이 쌓인 죄가 많아. 그게 너무 쌓이면 이제 여기 있을 수 없게 된다.”

“얼마나... 남았나요?”

“몇 번 안 남았어.”     


그 말에 김애동은 선녀님께 정말 간절하게 빌었다. 선녀님과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으니 더 죄를 짓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이후, 선생님께서 하신 말에 김애동은 깜짝 놀라야만 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용궁에서도 오겠구나.”

“용궁이요...?”     


한 동자님, 한 선녀님도 아니라 용궁이라는 커다란 세계에서 오신다는 말에 김애동은 바짝 긴장했다.    

   

“군대를 몰고 오는데... 전쟁을 해야 할 수도 있겠어.”

“네...?”

(*군대를 몰고 온다는 말에 선녀님들께선 ‘나도 군대를 데리고 있으니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고 하셨다.)

     

용궁에서 100만 정도의 군대를 몰고 온다는 말에 김애동은 바짝 긴장했다. 대체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기에 전쟁을 하기 위해서 오는 것인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는 이도 있겠구나.”

“설마 용궁동자님...?”

“그래. 저기 오는구나.”

“용궁동자님과 먼저 이야기를 해서 풀면 안 될까요?”     


우리의 말에 선생님께서 용궁동자님과 이야기를 하셨는지, 용궁동자님이 우리에게 오시고 동자님을 호위하기 위해 16만 정도의 군사들만 오기로 했다고.     


“동자는 좋아하는 음식을 주면 될 것이고, 군사들을 위해 줄 게 없겠니?”

“포도가 있습니다.”

“그래. 그 포도를 씻어 주면 되겠구나,”     


그 말에 나는 포도를 꺼내서 알알이 떼어내 채반에 담았는데, 선생님께서 선녀님께 직접 포도를 씻으라고 하셨고, 선녀님께서는 입을 삐쭉 내미시고는 포도를 닦기 시작하셨다. 김애동 말로는 이때 귀찮음을 배우셨다고.      


그렇게 용궁동자님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고 동자님을 부르시자 동자님께서 김보살의 몸에 들어오셨다.   

  

“동자님, 안녕하세요.”

“안녕!”

“대체... 저희 선녀님께서 무슨 일을 하신 건가요?”

“인어 여왕을 죽여서 그 정기를 뺏어갔어.”     


김애동과 나는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인어 여왕의 정기라니. 그리고 그것 역시 술에 매우 좋은 재료가 있으므로 벌인 일이라고 했다. 김애동이 다시 무릎을 꿇었다.      


“저희 선녀님이 정말 죄송합니다. 감정을 알려드리고 있는데, 아직 부족했나 봐요. 그래도 많이 배우셨어요.”

“어디 봐봐.”     


용궁동자님은 김애동의 가슴을 가만히 바라봤다.      


“응, 그러게, 많이 배웠네. 그래도 인어 여왕의 정기는 줘. 그게 없으면 여왕이 태어날 수가 없단 말이야. 그냥 인어의 정기를 가지고 왔는데, 이것도 충분히 좋은 거야.”     


동자님의 말에 김애동은 선녀님께 인어 여왕의 정기를 받아 용궁동자님께 건넸고, 용궁동자님은 인어의 정기를 김애동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교환을 무사히 끝낸 후 용궁동자님은 앞에 놓인 초콜릿을 드시면서 말했다.       


“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우리 누나가 오려고 했는데, 그럼 진짜 전쟁이야.”

“감사해요, 동자님.”

“호위분들은 포도 잘 드시고 계신가요?”

“응! 16만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작아지게 해서 데리고 왔더니, 포도 한 알에 여럿이 붙어서 먹고 있어.”

      

용궁동자님께서 엄지와 검지로 크기를 표현해 주셨는데 대략 5c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전쟁 없이 원활하게 이 사건이 끝나서일까, 그릇에 담겨있는 포도알들을 보면서 여러 호위가 붙어서 먹고 있을 생각을 하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코를 다 드신 후에도 용궁동자님은 호위들이 더 먹을 수 있게 우리와 이야기를 하셨다. 이때 앞편에서 말했던 용왕 후계자의 옷을 나에게 입혀주셨다.)      


잠시 후 호위들도 포도를 다 드시고 나서 용궁동자님은 다시 보자고 하면서 인사를 하시곤 가셨다. 용궁동자님이 가신 후 우리는 다 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김애동은 선녀님께 앞으로 정말 조심해 달라고 말하고 또 말했다. 우리가 용궁동자님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 해도 무서웠다.       

    

4, 선녀님 감옥에 갇히시다

어느 날 김애동이 단톡방에 톡을 올렸다. 우리 집에서 놀고 있는 김보살을 집에 좀 보내달라고 한 것.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말에 깜짝 놀라서 물었는데, 기도를 하고 일어나다 허리를 삐끗했다고 했다. 그런데 김애동이 허리를 삐끗하는 순간에 갑자기 신님들이 대노(大怒)하셨다고. 그때는 왜 신님들께서 화내셨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바로, 선녀님들이 김애동을 쳐버리신 것. 선녀님들이 김애동의 꿈속에 3번이나 나와서 금강저를 사달라고 말했는데 김애동이 사줄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애동은 수면장애를 앓고 있어 수면제를 먹고 있었는데, 그 수면제를 먹으면 꿈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녀님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계셨었기에, 화가 나서 김애동을 정렬을 어긋나게 하는 지팡이로 김애동을 쳐버렸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2주 정도 매일 한의원에 가고 나서야 괜찮아졌는데 이후 가끔씩 후유증이 있기도 했다.)     


이후, 문수문수님이 오셨을 때 왜 신들이 그렇게 노하셨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선녀님들이 김애동을 쳤다는 말에 노기가 섞인 목소리로 천천히 그리고 강한 어투로 말씀하셨는데.   

  

“인간에게 내려온 신은 절.대. 인간을 쳐서는 안 돼.”

(*말씀하시면서 김애동의 몸을 바라봤는데, 김애동의 몸속에 계시는 선녀님을 보신 것 같다.)     

 

이후 선생님은 재교육이 필요하겠다며 선녀님들을 감옥에 가두셨는데, 선녀님들이 한 번 탈옥하는 바람에 감옥에 갇힐 날이 더 길어졌었다...         


길고 긴 재교육을 받고 나오신 선녀님들은 깨달은 것이 많으신 건지 김애동이 찾아가면 내외하신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이 커서 제대로 반겨주지도 못하시고, 말도 제대로 걸지 못하신다고) 김애동은 ‘제가 괜찮다는데 왜 그러세요!’라고 하며 선녀님들께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선녀님! 이럴 때일수록 먼저 다가와 주세요!’라고 했지만... 선녀님의 거리 두기는 좀 더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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