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작오작 Nov 12. 2024

# 19 용궁에 입양되다?!

일반인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물론 나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절에 가면 아이돌도 이런 아이돌이 없다고 한다. 절에 있는 동자, 동녀님들이 내 주변에 모여들어서 구경하다가 가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자주 가는 A절에 갈 때면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있는데, 사천왕문을 지나면 보이는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 혼자만의 단독 사진으로 보이겠지만, 보이는 분들이 본다면 단체 사진도 이런 단체 사진이 없을 것이다. ‘사진 찍겠습니다~’하고 계단 앞으로 가면 동자, 동녀님들이 계단에 쭈우욱 앉으시는데, 어찌나 많이 앉으시는지 잘리는 분이 없도록 와이드로 찍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문수문수님께 보여드렸었는데,      


“와~ 다 와있네~!”     


라면서 즐거워하셨다.     

 

내가 이렇게 동자, 동녀님들의 아이돌(?)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앞서 살짝 말했듯이 내 얼굴이 용궁동자님의 얼굴과 정말 닮았기 때문이다. 이전에 말했듯이, 올려보내 드렸던 용궁동자님은 용왕님의 아들인 다이아몬드 수저였는데, 동자님은 날 보면서 ‘엄마와 아들이라고 해도 믿겠다’라고 할 정도로 닮았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그냥 ‘가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닮은 부분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용궁동자님이 올라가실 때 김애동과 김보살은 얼굴을 봤는데 정말 나랑 완전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집에 방문하는 동자님들이 나를 처음 보면 깜짝 놀란 표정이 되며 ‘용궁이가 왜 여기 있어?’라고 놀라실 정도인 걸 보고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곳의 기운을 받게 되면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고. 나의 할머니께서는 불심이 깊은 불자였는데, 내가 생겼을 때 할머니께서 용궁 터가 있는 절에서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래서 용왕님께서 기운을 주셨고, 용궁의 로열패밀리와 닮은 외모를 가진 내가 태어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할머니 집 근처에 있는 C사에 가니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왔구나~’라면서 반겨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용궁 분들은 장난에 진심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태어났던 C사에 계시는 사천동자님(*용궁터에 계신 분이라 그런 걸까...)이 나를 처음 보시더니  동자들이 더 잘 속을 수 있게 장난을 치셨다.  ‘용궁 패스’라는 용궁으로 갈 수 있는 입장권 같은 것을 내 오른쪽 어깨에 심어주신 것... 그리고 며칠 뒤 C사의 사천동자님께 내 이야기를 듣고 C사에서 용궁동자님이(*이전의 용궁동자님과는 다른 분이다) 오셨는데, 나를 보더니 귀 뚫은 위치도 똑같다면서 놀라시더니 자기도 무언가 해주시겠다며 내 명치부근에 손을 대더니 눈을 감으셨다. 나는 원래 흙의 기운이 매우 강한 사람인데, 용궁사람처럼 느껴지도록 물기운으로 흙 기운을 덮어주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양손으로 내 눈을 덮더니 눈동자를 황금색으로 만들어주셨다. 덕분에(?) 그날 이후 우리 집에 처음 놀러 와서 나를 처음으로 보신 동자님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용궁이네. 거짓말하지 마! 용궁이잖아.”라며 인간이라는 내 말을 믿지 않으셨다.    


덧.

용궁패스는 장난을 위해 심어둔 것이기에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바다에 빠졌을 때 용궁패스가 있는 곳을 주먹으로 때리면 용궁으로 가게 된다고... 용궁에 가면 인간이 왔다고 성대하게 잔치를 해주시기에 그냥 바로 올라가는 건 힘들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용궁과 인간세계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면 시간이 매우 많이 흐른 뒤일 거라고 했다. 실제로 용궁에 왔다 돌아간 사람 중엔 미쳐버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궁금한 게 생겨 용궁동자님께 여쭸다.      

 

“그럼 용궁에서 죽을 때까지 계속 살아도 되는 건가요?”

“응 그래도 돼!”   

  

조금의 고민도 없이 말씀하시는 모습에 나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바다에 빠져 용궁에 가게 된다면, 돌아오는 것보다는 그곳에서의 삶을 선택할 것 같다고. 


용궁패밀리(?)의 장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어느 날 올라가셨던 용궁동자님이 모종의 사건(?)으로 (*이 사건은 이후 다룰 예정이다) 우리에게 오실 일이 생겼는데, C사의 용궁동자님이 해주신 것을 보더니 더 닮게 해 주시겠다면서 내 몸을 한번 훑으셨다. 무엇을 하신 건지 묻자 자기의 옷을 그대로 복사해서 입혀주셨다고... 용궁동자님은 올라가신 이후, 용왕이 되는 길을 선택하셨기에 용왕 후계자가 계셨는데 후계자만 쓸 수 있는 관은 줄 수 없다면서 똑같이 복제해서 씌워두셨다고 했다. 이건 가짜 티가 많이 나기 때문에 동자들이 조금만 집중하면 가짜라는 걸 알 거라고 하시며 즐거워하셨다. 나는 문득 걱정되어 동자님께 여쭸다.    

  

“동자님, 제가 이렇게 용궁분들과 닮았다고 이야기하고 다녀도 언짢거나 그런 분은 안 계시나요?”

“응 괜찮아~! 우리 누나도 내 기억으로 얼굴 보고 빵 터졌었어. 누나도 보러 오고 싶어 했었는데 누나가 오면 좀 심각해질 수 있어서 내가 왔어.”     


동자님의 말씀에 허락도 받았겠다, 이 모습을 열심히 즐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업그레이드된 나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김보살에게 물어보니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을 겹겹이 입고 있고, 옷에 황금으로 용이 자수되어 있다고 했다. 허리띠도 금으로 자수가 되어있고, 신발은 앞코가 뾰족해서 위로 살짝 올라왔으며, 귀걸이도 황금으로 되어 용모양의 화려한 모습이라고 했다. 거기에 오른 손목엔 삼지창 모양의 무늬가 빛이 난다면서 ‘우와~~’하는 표정으로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기한 듯 봤었다.      

 

용궁에서 받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는데, 내 피부 부분 부분 용비늘(?)같이 보이게도 하셨고, 머리카락은 청색의 느낌이 나도록 했으며 용 기운 같은 것도 같이 있다고 했다. 나의 업그레이드된 모습에 우리 집에 종종 방문하셨던 동자님들은 매우 즐거워하셨다. 진짜 용궁이랑 똑같아졌다고. 


그런데, 용궁에서 받은 사랑(?)이 너무 컸던 것인지 기운을 조절해야 할 시기가 왔었다.  A사에서 오신 연동자님께서 내 몸을 보시더니 물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흙 기운이 휩쓸릴 수 있어 나무의 기운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용궁에서 계속해서 내 몸에 물의 기운을 주고 계셨던 것이었다. 연동자님은 우리 집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셨다. 


"뭐 찾고 계세요?"

"나무 기운을 주고 싶어서 넣을만한 걸 찾고 있어. 난 부처님 옆에서 일하기 때문에 목 기운을 줄 수 있거든.”    

결국, 기운을 담을 매개체를 찾지 못하고 아쉬워하면서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는 내 모습에 선생님께서 내가 평소 차고 다니는 나무로 만들어진 시계를 주시면서 말했다. 

    

“여기다 담으면 되겠구나.”

“그냥 물의 기운을 없애면 되지 않나요?” 김애동이 말했다. 

“재밌는데 왜. 여기에 기운만 담으면 되는데.”     


기운만 담으면 만사 해결이라는 말에, 나도 이 장난(?)을 더 오래 지속하고 있고 싶은 사람으로서 시계를 가지고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들으셨는지, 돌아가셨던 연동자님께서 김보살에게 메시지를 전했는데 기도를 드리고 어떤 나무를 찾아서 한 번 만지고 가라고 하셨다.


다음날, A사에 가서 삼 배를 한 뒤 시계를 손에 올려 엎드려서 기운을 받고 나무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 나무가 어디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여기저기 헤매는 우리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문수문수님께서 오셔서 대신 나무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런데 그 기운이 부족했던 것일까? 밤늦게 A사의 희동자님께서 오시더니 내가 하고 있는 목걸이를 달라고 하셨다. 그리곤 눈을 감고 양손으로 목걸이를 위아래로 덮으며 말씀하셨다.      


“오늘 나무를 못 찾고 집에 갔지?”     


잠시 그렇게 기운을 넣어주신 동자님은 목걸이를 내밀며 말하셨다.   

   

“고목의 기운을 담았으니까 소중히 대해줘.”     


큰 나무의 기운을 받게 된 나는 동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시계에 기운을 받았기에 잘 때도 차고 있는 게 좋다고 했었는데, 목걸이에 받았으니 시계는 평소 차던 대로만 차면 됐기 때문이었다. 


기운도 안정 됐겠다, 내 변화를 모르신 동자님들께는 변화를 자랑하고 처음 오시는 동자님들께는 얼굴을 보여드리면서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새로 오신 한 동자님께서 내게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언제 용궁에 입양됐어?”

“네...?”

“거기 입양됐다는 표시가 있는데?”     


동자님께서 내 왼쪽 팔을 가리켰다. 나는 오른쪽에 용궁패스가 있다는 위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아니고요?”

“그거 말고~~~”

“어... 저도 몰랐는데요...?”

“인간을 입양하는 건 드문데 입양했네.”     


이게 무슨 말인지 용궁동자님께 여쭤봤는데, 용궁동자님 옷을 입혀주실 때 새긴 거라고 하시면서 일시적인 거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더욱더 완벽한(?) 용궁패밀리가 되어있었고, 어느 절에 가든 동자, 동녀님들께 둘러 쌓이고 대화의 중심에 오르는 슈퍼스타의 삶을 살고 있다. 동자, 동녀님의 모습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그 인기를 온전하게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김보살의 몸에 오시는 동자, 동녀님의 말씀이나 행동으로 나의 인기(?)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A사에 김보살과 김애동 둘만 찾아갈 거라고 하면 동자님들은 속상한 표정으로 '왜 안 와ㅠ?'라며 나를 쳐다보시기에...) 


사실 내 생각보다 자주(?) 절에 찾아가고 있기에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으실 것 같은데, 언제 가더라도 나를 반겨주시는 동자, 동녀님이 계신다는 것에 감사하고, 절에 갈 때마다 즐겁게 가는 것 같다.  

이전 18화 #18 신과의 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