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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Aug 18. 2019

혼자 했던 네팔 여행

먼 길을 가지 못해도 사소한 정성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고는 했다


2011년 8월 카트만두 공항의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아끼던 친구와의 싸움, 

그 후 오롯이 혼자이고 싶어 그녀는 네팔이라는 낯선 곳을 찾았다. 

첫 식사, 만둣집에서 만난 낯선 이는 

“혼자라는 건 좋은 거예요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되죠”라며 웃었다. 

오그라든다고 생각했지만, 그 한마디는 의외로 유효했다. 



그녀는 카트만두에 있는 더르바르 광장에서 여러 신을 모셔놓은 사원들을 구경했다. 

파괴의 신인 시바 신전, 원숭이인 하누만 신전 등.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비는 신들의 신전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를 감격 시킨 것은 저녁 생수를 사러 들어간 

슈퍼 한구석에 놓인 작은 불상과 그 앞에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다른 관광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처의 눈이라는 보우더나트, 

세상을 내려다보는 커다란 그 눈의 크기를 실감했다. 


그러나 아이의 이마에 제3의 눈이라는 빨간 티카를 찍어주는 엄마의 손길, 

그 온기가 부러워 그녀도 이마를 내밀어 티카를 받은 일이 더 기억에 남았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사람은 저도 모르게 아름다워진다. 

그녀는 사소한 풍경들을 행복한 눈으로 찍었다.



카트만두를 떠나 포카라로 향하면서 그녀는 갈등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는 선택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별로 하지 않던 산행이 내키지 않아 두려웠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오기가 그녀를 오르게 했다. 


20대 동갑의 가이드, 산행을 하겠다고 신고 온 그의 흰 컨버스 신발은 굳센 다짐을 부끄럽게 했다. 

힘들다고 느낄 때쯤 보이던 산 중턱의 학교와 맨발의 학생들, 

그리고 닭장을 이고도 산을 묵묵히 오르던 큰 소. 

말 못 하는 풍경과 동물들이 그녀의 등을 밀어주었다. 



이틀 동안 올라 도착한 곳, 

새벽이슬이 맺힌 수풀림을 지나 만난 푼힐 전망대에서의 일출은 서울에서의 태양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높은 곳에 올랐다는 뿌듯함이 그녀를 행복하게 했다. 


내려오며 만난 꼭대기만 허옇게 새어있는 만년설과 비 온 뒤의 무지개도 축복 같았다. 

그러나 히말라야는 축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악몽 같은 생명체들과도 만난다.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를 빨아대던 거머리와, 

깊은 밤 방에 들어와 나무 문을 긁어댄 대왕 산 쥐. 

그녀는 쥐로부터 도망가며 속옷과 수건을 산속 숙소에 기증한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녀는 고백한다. 

첫날 호객 꾼들에게 친구와 온 것으로 가장했던 것처럼 온전히 혼자이지 못했다고. 

걸어오는 길마다 수많은 이들을 떠올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녀는 길잡이가 돼 주었던 그의 말처럼 자신의 시선을 이끄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훗날, 그녀는 그녀에게 눈을 내리깔기를 강요하는 순간에 

떠나온 여행지를 생각하며 혼자 웃고는 했다. 

또한 먼 길을 가지 못해도 

사소한 정성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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