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의 해상도

부기데이즈_6화 : 일상이라는 바다를 헤엄치는 스토리툰

by 오지은
징글정글-9-1.jpg

눈치의 해상도


아직 신입인 부기는 회사에서 대화가 쉽지 않다.

공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왠지 전부 신경이 쓰인다.

부기는 눈치를 보며 입을 뗐다.

“제 생각에는요”



징글정글-9-2.jpg


“토끼보다는 거북이가 종족적으로 우수하고..(꼬르륽)”

눈치도 없이, 배가 꼬르륵 울렸다.

부기는 부끄러움에 금세 얼굴이 달아올랐다.



징글정글-9-3.jpg


“크크크크킄 부기 씨 많이 배고파요?”

“어이쿠 12시네, 부기 씨 아주 칼같이 정확해요”


수치스러운 부기의 마음과는 달리, 사람들은 연신 웃으며 부기를 놀려댔다.

'젊으니까 건강하다.' '꼬르륵 소리로 알람을 만들면 아침에 잘 깨겠다.'등등

점심시간의 화두는 온통 부기의 '꼬르륵'이었다.



징글정글-9-4.jpg


점심식사 후, 회장님께 보고를 마친 하마 팀장이 팀원들을 소환했다.

회장님과 점심도 드시고 왔다던데, 얼굴이 편치 않아 보였다.

“그래서 회장님의 의견은..”


징글정글-9-5.jpg


“끄억~”

아직 말이 끝나기 전인데 하 팀장의 눈치 없는 소화기관이 입 밖으로 트림을 내보냈다.

부기는 점심시간 전의 상황을 생각하며 ‘앗.!.’ 놀림당하면 어쩌시지 슬쩍 걱정을 했다.


징글정글-9-6.jpg


그러나 부기의 걱정과는 달리 팀원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팀장님의 생리현상(?)을 못 본 척 노련하게 넘어가 주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팀원들을 보며 부기는 속으로 놀랐다.

분별 있는 행동이었지만, 점심 이전의 본인의 상황을 생각하며

괜스레 비교해보게 되었다.



징글정글-9-7.jpg


부기는 이런 생각을 했다.

눈치에도 해상도가 있다면, 그건 직급에 따라 낮아지고 높아진다.

직급이 낮은 부기 사원은 눈치가 전혀 안 보이는 낮은 해상도 일 것이다.

부기 사원의 생리현상(?)이나, 사적 공적 발언은 즐거운 농담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

직급이 가장 높은 하마 팀장은 눈치의 해상도가 매우 높아

다들 선명히 눈치를 보며 하 팀장 앞에서는 분별 있게 행동한다.


'가끔은 내 마음의 부끄움도 헤아려 주었으면..'

소심한 부기는 자신에게도 해상도를 조금은 높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징글정글 9-8.jpg


이전 05화대화는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