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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Oct 24. 2021

불행을 금연하기

때로는 괜히 불행한 친구의 카카오 프로필 사진을 본다.


불행을 금연하기


다이어트 도시락을 꼭꼭 씹어 말끔하게 삼키고는 그보다 훨씬 칼로리 높을 마카롱을 입에 넣는다.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이내 생각한다. ‘아 또 쓸데없이 먹었네.’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같다. 불량식품, 니코틴처럼 몸에 좋지 않은걸 먹는 줄 알면서도 이따금씩 즐긴다. 그런 고약한 취미에 대해서 솔직히 적어본다.


때로는 괜히 불행한 친구의 카카오 프로필 사진을 본다. 어지러운 심경을 담은 누군가의 푸념글을 읽는다.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얘보다는 낫지.’ 이런 기분은 마카롱을 한 입 문 듯 달달한 우월감을 선사해 준다. 나 좀 달달 하자고 남의 불행을 줍줍하고 타인에게 쓴걸 나는 달게 삼킨다.


반면 명품 브랜드를 입고 온 사람, 주말에 좋은 곳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을 보며 생각한다. ‘난 왜 저것조차 못하지?’ 타인의 행복을 가져다가 또 내 기준을 만든다. 그러면서 속에는 덕지덕지 비교하는 심보가 생긴다. 머릿속에 이상한 기준점이 주렁주렁 달린다. 생각해보면 그런 비교의 시간은 달콤한 마카롱이 아니라, 중독되는 니코틴 같은 생각이다. 남과 비교에 중독되고, 머릿속엔 자신과 세상에 대한 편견이 쌓인다.


타인의 기쁨과 불행을 기준으로 나의 현재 위치를 재단해서는 안됨을 알면서도. 가끔 그런다. 어차피 우리는 만수르 앞에서는 다 소시민일 뿐인데, 그리고 정말 분쟁지역이나 삶의 경계에 있는 사람과 비교한다면 너무나 행복한 것일 텐데. 혼자서 오만가지 기준을 다 가져다 놓고 나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재단한다. 하지만, 모두 각자의 행복과 각자의 삶이 있을 뿐이다. 혼자 섣불리 평가하는 것은 오만하다.


그저 지난주 보다. 어제보다. 지금의 내가 더 나은 것,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누워만 있던 토요일의 나보다. 한자라도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의 내가 더 낫다. 그리고 좀 귀찮아도 다 쓰고 나면 은은한 행복감이 몰려온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잘 알고 있는데 괜히, 혼자서 비교한다. 말로는 너무 잘 알지만 막상 내 눈앞에 ‘좋아 보이는 것’ ‘불행해 보이는 것’을 보면 속으로 침을 흘리거나, 속으로 눈을 흘기거나 둘 중 하나의 행동이 습관적으로 나온다. 


다음 주에는 나에게 나쁜 간식을 주는 ‘염탐하기. 재단하기’를 관두자고 다짐한다. 대신 좋아하는 일들로 채워나가자. 산책하기, 책 읽기, 마음을 한자라도 적어보기. 재단하기보다 '자신'이 되어야 한다. 다이어트 도시락을 열심히 먹은 후, 마카롱을 입에 넣지 말자. 내게 없는 걸 망상하며 질책하지 말자. 나 자신에게 다정해지기 위해 고약한 취미는 담배처럼 끊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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