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은 Nov 07. 2021

내 일 네 일

다정하게 함께 하는 일

내 일 네 일 


“2,7,4,8. 하나 씩 넣어봐.” 자물쇠의 숫자를 하나씩 손으로 돌렸다. 자물쇠가 돌아가며 오돌토돌한 감각이 손에 느껴진다. 잠겨져 있는 부분을 위로 슥 밀어 올리자 잠금장치는 힘이 빠진 듯 스르르 열린다. 손끝부터 가슴속까지 덜컥 기분 좋은 짜릿함이 퍼진다. 친구들과 감탄을 내지른다. 하지만 기분 좋을 수 있는 시간은 짧다. 빨리 다음 문제 다음 문제! 1시간 안에 우리는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방탈출을 했다. 문제 하나하나를 풀어나갈 때마다 희열이 느껴졌다. 집에 와서도 그 희열의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된다.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저 때 이렇게 했어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었겠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최근 들어 가장 성취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문제 해결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얼마 전 마주한 갈등이 생각났다.


“부기 씨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오는 담당자에게 나는 이렇게 말할 뻔했다.

“그걸 생각하는 게 네 일이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못했다. 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녀에게 저는 이게 좋을 것 같아요… 담당자분은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그건 ‘당신 일’이다. 마케팅이라는 업무를 하며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 ‘이건 어떻게 해요? 이건 어떻게 생각해요? 이건 뭐라고 쓸까요? 아이디어 좀 주세요’ 왜 다들 생각을 떠미는가? 업무가 불분명한 부서이기 때문인가? ‘생각’을 하는 모든 업무에 관해서는 사람들이 의견을 묻는 것 같았다. 반면 생각을 말하면 그게 ‘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답변 자체를 하는 게 스트레스일 때도 있었다. 


방탈출을 하며 그때의 내적 갈등이 떠올랐다. 이게 ‘네 일’이냐 ‘내 일’이냐 에 대한 고민이 문제 해결보다 앞섰던 자신이 떠올랐다. ‘방탈출’을 하는 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나누며 아웅다웅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최대한 집중했다. 회사도 함께 ‘매출’이라는 문제를 풀어나가 는 동료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나누기보다 문제 해결에 좀 더 애쓸걸 이라는 생각을 했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노티드 도넛 매장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동대문 의류업체에서 일한 패션업계 출신이라고 했다. 자기의 한계를 생각했다면 그는 그런 외식업을 했을까? 내 업무가 아니라도 고민하다 보면 그쪽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며 한계를 넓혀갈 수 있다. 


어느덧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 일을 나누기보다는 함께 해결해 나가야 된다고 마음을 먹는다. 다정하게 함께 해나가는 힘을 믿으며,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정하게 더하자 라고 다짐한다.   

작가의 이전글 죄다 낭떠러지 속에서 기꺼이 비행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