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도 업무다

부기데이즈 9화 : 일상이라는 바다를 헤엄치는 스토리툰

by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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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도 업무다


"여러분~ 퇴근 전에 잠깐 커피 한 잔 하면서 간단하게 회의할까요?"

퇴근을 1시간 앞둔 시간, 하마 팀장은 팀원들을 소집했다.

'간. 단. 하. 게'

부기는 이 단어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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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모두들 할 일이 많았지만, 그래서 야근도 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몇 차례 이어진 이 '간단한 회의'를 해오자 직원들도 이제는 눈치채버렸다.


팀원들은 다들 마음의 준비를 단단하게 한 듯,

오래 할 것을 예상하고 회의를 준비했다.

망 대리는 담배를 당겨 피고, 토대리도 화장실을 미리 다녀왔다.

염 과장은 부기에게 물었다.

"부기씨, 오늘 무슨 회의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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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는 염 과장이 아직 순진하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과장님 아직도 모르시는군요, 이 회의는 어제와 같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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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시작되자, 이미 분노가 한껏 올라가 있던 하마 팀장은

마이크를 쥐고 발언하기 시작했다.


"우리 신제품이 나오는 날이 미뤄졌지 말이야! 이게 다 대표님 때문인데~~~"


팀장님이 발언을 시작하면, 이는 딱히 의견을 묻는 사항은 아녔기에

팀원들은 성심성의껏,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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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내 아들이 이번에 시험성적이 괜찮았어, 근데 말이야~"

하마 팀장의 스토리텔링은 약 15분가량 이어지고 있었다.

부기는 이제 후반전에 돌입했구나! 를 깨달았다.

시계를 슬쩍 보니, 퇴근시간이 5분 남았다.

아직 업무가 쌓여있지만, 팀장님은 아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할 것이기 때문에 야근 확정이었다.


옆을 슬쩍 보니 염 과장은 과자에 심취해있고,

토대리는 표정을 죽이고 영혼 없는 "아 맞아요"를 반복하고 있었다.

망 대리는 핸드폰 화면을 응시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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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디너쇼? 아니 간단한 회의가 끝난 후,

염 과장은 부기와 토대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신제품이 언제 출시되어야 해?"

부기와 토대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오늘 얘기한 것 중에 그런 내용이 있기는 했나?


그날도 팀장님의 수다로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부기는 생각했다.

'수다는 직장생활의 활력소이기는 하지만,

TMI를 들어줘야 되는 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닐까?'

업무시간 외 TMI금지법을 발의하고 싶은 부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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