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후 격리가 점점 완화되고 있다. 정말 떠나야 할까?
점심을 먹다 들은 얘기로 시작점은 이렇다. “부기씨는 신혼여행 다시 안 가요?” 질문을 한 동료분과 나는 최근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코로나 여파로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우리는 둘 다 그 부분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동료분께 여행사에서 다시 여행을 가라고, 가격을 할인해주겠다고 제안이 왔다는 거다. 그래서 괌이든 하와이든 가려고 고민한다고 했다. 나는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다녀왔지만, 여행을 간다면 이탈리아를 가고 싶어서, 지금은 갈 수 없으니 보류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니 상대방이 물었다.
“해외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 봐요?”
친구들의 단체 채팅방에서도 “이제 슬슬 해외 나가고 싶다.”라는 이야기가 돈다. 그동안 만나지 못해 묵혀두었던 곗돈을 풀어 해외여행을 가자는 의견이다. 그리고서 친구들은 바로 여행 갈 수 있는 국가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나는 갈 수 있는 국가를 찾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여행 가서 뭘 하고 싶은데?” “응 일단 떠나는 거지 뭐!”
“해외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 봐요?”
“여행은 일단 떠나는 것!”
최근 코로나19 조치가 완화되고, 여행 후 자가격리도 해제되고 있다. 날씨도 좋아지며 여행을 가자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최근 2년여간 여행을 보류하다가 다시 나온 화두에 한 번 생각해본다.
'나는 해외여행 또는 여행을 좋아하는가?'
사실 여행을 싫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류를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니 여행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떠올려보면 생각만 해도 설레는 여행은 이렇다. 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를 가고 싶었다. 이탈리아에 있는 페드로키 카페를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카페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라고 했다. 그곳에서 보는 풍경과 마시는 에스프레소가 궁금했다. 남편의 경우 여행은 좋아하지 않으나 가보고 싶은 곳은 유우니 사막이라고 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을 궁금해했다.
취향을 따져보니 여행, 해외여행 자체의 즐거움 대신 선호하는 장소나 목적지가 중요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장소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꼭 가고 싶지는 않았다. 즉 ‘떠남’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지는 않다. 이에 가지를 뻗어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일도 그렇고, 만남도 그랬다. 의미가 없으면 즐거움이 덜어졌다. 의미가 크게 없어도 좋아하는 건, 글 읽기, 커뮤니티를 돌아보며 웃긴 글 읽기 정도인 것 같다.
때문에 휴양을 목적으로 한 해외여행은 더욱더 선호하지 않는다. 쉼은 집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국내에도 멋진 바닷가나 숲은 있을 것 같았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의미를 남긴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p.51
김영하 작가님처럼, 이방인이 되는 것과 길을 잃는 것을 즐겨하지는 않지만, ‘발견’이라는 점에서 여행은 그 의미가 풍만한 것 같다. 여행을 떠나서 발견했었던 것은 많다. 내가 거대하기보다는 세밀하고 사소한 것을 집착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네팔에서도 거대한 사원보다는 티카를 찍어주는 엄마의 미소가 기억에 남았다. 캄보디아에서도 앙코르와트의 장엄함 보다, 각각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세밀함이 좋았다. 행로를 벗어난 낯섬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소소한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결국 나의 근원임을 깨닫기는 했다.
누군가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사회생활과, 정해져 있는 규격에 맞춘 일들을 해야 하는 일상생활 속에 나다움을 발견함은 쉽지 않다. 낯선 향기와 다른 사람들 속에서도 발견하는 것은 나의 고유한 근원이고, 색다른 면을 만났다면 이는 나의 확장이다. 다른 곳에서 나의 근원과 확장을 마주함은 분명 즐겁고 의미 있다.
아울러, 친구들이나 소중한 사람과 갔다면 추억 자체를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당황스러운 사건을 마주했을 때 서로 대처하는 방법이나, 낯선 것에 환호하며 서로의 표정을 지켜보는 행복이 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우스꽝스러움을 담은 사진, 함께 먹었던 음식들, 같이 길을 잃어본 경험들은 잊지 못하는 이야깃거리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여행을 나에게는 ‘여행’과 ‘떠남’ 그 자체보다는 ‘목적지’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 같다. 또 헷갈리네.. 그러고 보면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