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 한번 운영해 봐

커피회사 마케터 신입일지_계정이름부터 해시태그까지 쉽지가 않네

by 오지은

커피회사 마케터 신입일지_카페 마케터를 해보겠다는 생각도 카페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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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계정 한번 운영해봐”


커피회사 신입 마케터로 취업한 후 팀장이 시킨 지시였다. 쉬운 말 같았지만, 내심 헉! 하고 부담을 느꼈다. 그전까지는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은 대행사에서 담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규 브랜드가 하나 나왔으니, 계정을 직접 운영해 보라는 말이었다. 팀장은 친절하게 첫 번째 게시물의 종류까지도 정해주었다. 이번 신메뉴인 “식혜, 다방커피”와 할매 입맛을 겨냥해 나온 “모나카 4종”을 올리라는 것이었다. 레트로 감성을 겨냥한 신메뉴라고 했다.



너의 이름은? 우리 계정 이름 짓기



나는 알겠다고 하고, 계정 이름을 만들려고 했다. 계정 이름부터 고민이 되었다. 헷갈릴 때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찾아보는 게 최고다. 카페 브랜드들은 아래처럼 계정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투썸플레이스_ atwosomeplace_official

엔제리너스_angelinus_coffee

스타벅스_starbuckskorea

할리스_hollyscoffee.official

이디야_ediya.coffee

커피빈_coffeebean_kr


Official을 뒤에 붙인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가 있었다. 엔제리너스와 이디야는 뒤에 coffee를 붙였다. 해외에 본사가 있고 한국에 지사가 있는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한국을 뜻하는 korea나 kr을 붙였다. 브랜드 명을 그대로 영어로 쓰니 있는 아이디라 타 회사처럼 뒤에 <OOO_official>을 붙여 계정을 만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나중에 수정할 수도 있으니 조금 부담감을 덜고 만들었다.



어떻게 찍어야 예쁠까?


아인슈페너와 모나카를 올리라는 특명을 받고,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컴퓨터에는 남아있는 사진이 없었다. 디자인팀에 가서 물어보니 매장에 붙어있는 메뉴판 이미지를 찍기 위해 찍은 컷들이 남아있다고 했다. 디자인팀에서 찍은 사진은 한지 배경에 제품이 있는 사진이었는데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보면 홍보물을 그대로 가져다 둔 게 느껴질 것 같았다. 사진이 많은 인스타그램 특성상 어색하게 보일 것 같았다. 눈에 띄기에 약해 보였다.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한 장으로 제품을 넣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러 장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것 같았다. 제품은 6가지가 있었다. 음료 2종으로 다방커피와 식혜였다. 모나카 4종은 딸기 모나카, 커피 모나카, 흑임자 모나카, 말차 모나카가 있었다.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팀장이 말했다.


“R&D(제품개발팀)에 물어봐서 샘플을 받고, 어떤 제품이 주력인지 뭘 살려야 될지 물어보세요”


제품개발팀은 다른 층에 속해있었다. 보안 때문에 접촉하기가 어려운 팀이라고 했다. 비밀기지에 가는 기분으로 제품개발팀의 벨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저 토대리를 만나러 왔는데요”


토대리는 입사해서 반갑다며 선뜻 나를 제품 개발실로 데려갔다. 카페처럼 수많은 시럽과 음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재료가 엄청 많았는데 깨끗하지는 않았다. 토대리는 제품 중 딸기 모나카와 커피 모나카가 가장 주력하는 제품이라고 했다. 간단한 설명도 덧붙였다


딸기 모나카 – 큼지막한 딸기가 들어간 과일 과즙이 팡팡 터지는 달콤한 모나카

커피 모나카 – 커피 향이 물씬, 스페셜티 커피 원액이 함유된 모나카’


설명과 함께 제품을 가지고 마케팅 팀으로 복귀했다. 팀장은 내가 말한 제품 설명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건 R&D 측의 설명이고 마케팅은 추가적으로 제품의 설명을 덧붙여야 해요, 타깃이 누구인지, 어떤 부분을 강조하여서 팔지 추가해보세요”


팀장의 말을 듣고 조금 더 설명을 추가했다.


딸기 모나카 – 큼지막한 딸기가 들어가서, 과즙 가득 비주얼도 뛰어난 인스타그래머블한 달콤한 모나카

커피 모나카 – 커피 향이 물씬, 스페셜티 원액이 들어가 커피 러버라면 더욱 좋아할 커피 모나카


인스타그램에서는 사진을 10장까지 올릴 수 있다. 나는 우선 가장 강조하고 있는 딸기 모나카와 커피 모나카를 하나씩 클로즈업 한 사진을 찍었다. 특히 딸기는 큼지막한 딸기가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었다. 그 후 나머지 모나카들도 하나의 접시에 두고 음료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두 명의 사람이 신메뉴를 마시면서 디저트를 먹는 느낌으로 가운데에 접시를 두고 양쪽에 음료를 둔 사진도 찍었다. 바깥에서 모나카와 음료를 먹는 느낌을 찍기 위해 회사 앞 공원에서도 한 장면을 찍었다. 10장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주요 제품을 강조한 사진과,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는 사진을 찍었다.



친구처럼? 설명해 주듯이?



내용도 기재하여야 했다. 이 부분도 고민이 되었다. 좀 더 젊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가볍고 재미있게 글을 쓰느냐,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유행어를 배제하고 고풍스러운 글을 쓰느냐 였다. 두 가지로 내용을 작성하고 팀장님께 컨펌을 받기로 했다.



A-“레트로 한 느낌이 물씬 사는 커피 모나카와 다방커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어요”

B-“나 요즘 할매입맛에 빠졌잖아. 그거 알아? OOO에 모나카랑 다방커피 나온거? 할매들 가자”



제품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으로 나오면서 어투를 가볍게 갈지 진중한 방향으로 갈지 많은 것을 생각해야 했다. 너무 가벼우면 브랜드의 톤과 맞지 않다고 했다. 친근감을 주기 위해 반말을 할지 존댓말을 할지도 정해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해시태그도 함께 올려야 했다.



해시태그는 실제로 검색을 해봐서 수량이 많은 것, 하지만 또 너무 많아서 우리 이미지가 묻히지 않을 것으로 선정해야 했다. 우리 제품이 모나카인데 #빵 을 해시태그로 넣을 수는 없었고, #커피모나카 는 없었던 제품이라 해시태그 수가 너무 없었다. 그래도 제품명이기에 필수로 넣어야 했다. #모나카 #모나카그램 #OO(매장이 위치한 곳)카페 #OO모나카 #OO카페 #자사브랜드이름 #신메뉴명 등으로 해시태그를 정했다. 해시태그 숫자는 총 30개까지 쓸 수 있었다.



자사 신메뉴와 연관된 해시태그, 브랜드와 연관된 해시태그, 직영점 위치와 관련된 해시태그, 카페와 연관된 해시태그, 메뉴명 해시태그를 쓰자. 금세 30개의 해시태그를 쓸 수 있었다. 그렇게 게시물을 올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나는 회사 사람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모두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고생했다고 칭찬을 해줬다.


가볍게 손가락을 위로 올려 보던 많은 게시물들이 이렇게 신중하게 발행되고 있었다. 모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한건이라도 내가 기획한 게시물을 올리니 눈에 보이는 피드가 다르게 느껴졌다. 수많은 게시물들이 각자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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