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지난번에 잠깐 들른 알앤디실의 문을 다시 열수 있다니! 팀장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알앤디실로 향했다.
알앤디 실로 향하자 토대리가 나를 환하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몇분뒤 알게 되었다. 토대리의 웃음은 공짜가 아니었음을..
"자 올 11월에 나올 신메뉴입니다. 라떼 3종이에요"
토대리는 3잔의 음료를 마셔보라고 주었다. 겨울시즌에 나올 제품이라면서 토피넛 라떼, 치즈폼 라떼, 치즈폼 말차 라떼 라고 했다. 먹어보고 맛을 표현해 달라고 했다.
토대리는 위에 섞인 크림까지 잘 섞어 작은 종이컵으로 음료를 나누어 주었다. 나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시식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음 맛있어요! 음 이건 달고~ 음 고소해요"
토대리는 그렇게 표현이 부족하냐는 느낌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다른 알앤디 직원들은 맛이 무겁다. 좀 더 달았으면 좋겠다. 토피넛 라떼는 좀 더 식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 의견을 제시했다. 오 커피 회사에 오면 미리 음료를 먹어볼 수 있구나! 커피를 마시면서 노는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잠깐 마음을 놓고 허허실실 마시고 있을 때 토대리가 뒤에서 한마디 했다.
"맛있게 드셨죠? 네이밍은 가제이니까 마케팅팀에서도 좋은 의견 부탁드릴게요~ㅎㅎ"
자리로 돌아와서 팀장님에게 상황을 보고하니, 웃으며 이름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팀장님은 지금은 개발이 끝나서 간단하게 시음을 하는 정도였지만 사실은 제품 개발시 더 냉정하게 메뉴를 평가한다고 했다.
개발시에는 메뉴를 시음, 시식한 후 설문조사지를 작성한다고 했다. 조사지의 내용은 묽기, 당도, 가격적절성, 재구매의사, 기타의견등을 5점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나중에 조사하는 시간이 있으니 꼭 참여해보라고 하셨다.
먹기만 했었지.. 이름을 지으라고?
커피.. 마시기만 했지 이름을 생각해본적은 없었는데 이름을 지으라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리집 강아지 이름 지을때도 이렇게 생각해본적은 없었는데.. 그래서 또다시 조사에 들어갔다.
"스타벅스 메뉴 가격"
"이디야 메뉴 이름"
이렇게 검색을 하면 블로거들이 블로그에 공유해주신 소중한 자료들이 나온다. 메뉴이름을 하나씩 보고 있는 내가 답답해 보였던지 팀장님은
"겨울메뉴"로 한정해서 검색을 해보라고 했다
네이버 뉴스탭에서 기간을 설정해서 검색하면 더 좋을거라고 했다. 보통 겨울메뉴는 11월~1월에 출시가 된다. 네이버 뉴스탭에서 검색시 기간옵션이 있었다. 작년 11월 ~1월에 나온 기사들을 설정할 수 있었다. 기간을 설정해두고 브랜드 이름을 치니 그당시 출시 된 신메뉴 이름들이 나왔다.
스타벅스 - 핑크 캐모마일 릴렉서
이디야- 더블 토피넛 위드샷
빽다방 -호떡 빽스치노
요거프레소-낭만 달고나
메가커피-몽쉘케이크
여러가지 제품들의 네이밍을 보니 공통적인 점이 있었다. 모든 제품에 '원재료'가 들어가 있었다. 우선 뭐가 들어간지는 무슨 맛인지는 유추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캐모마일', 요거프레소는 '달고나' 이렇게 들어간 재료를 네이밍에 넣었다.
몇가지 네이밍을 조사하니, 네이밍을 짓는데에 공통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재료 - ex)달고나, 캐모마일
원재료의 형태 - ex)리얼, 생, 바로만든
특산물 (유명산지)- ex) 고창 수박주스
시각 - ex) 핑크(색상), 탑, 타워
미각(식감)- ex)바삭바삭, 고소한, 스윗한
느낌 - ex)릴렉서, 낭만, 멜로
브랜드명 합성어 -
ex) 빽스치노- 빽다방+ - 치노(얼음과 함께 간 음료)
콜라보 브랜드명-
ex) 몽쉘케이크, 바나나킥 케이크
유행어, 줄임말 - ex)1바우유, 라떼는 말이야
연상 - ex)콘트라베이스(큰용량에 묵직한 맛 / 큰 크기에 묵직한 음의 악기)
생각없이 시켰던 메뉴명들이, 자세히 살펴보니 여러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토피넛라떼, 치즈폼라떼, 치즈폼말차라떼 >
알앤디에서 준 이름은 원재료 종류를 전부 합친 느낌이었다. 그만큼 어떤 재료가 들어간지는 알 수 있을것 같았다.
마시면서 '포근하고, 퐁신하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는게 생각이 났다. 네이밍에 제품이 줄 수 있는 '느낌'을 좀 더 담아보고 싶었다. 고심끝에 세가지 이름을 가져가서 말씀드렸다.
부들고소 토피넛 라떼
퐁신한 치즈폼 라떼
포근한 치즈폼 말차 라떼
부르다 내가 죽을 그 이름
이 이름을 본 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이거 한번 읽어봐 빨리 3번"
부들고소 토피넛라떼를 3번 읽다보니 내 혀가 부들거렸다. 팀장님은 나를 놀리면서 메뉴는 무엇보다 읽기 편해야 한다고했다. 게다가 정신없이 바쁜 매장에서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이름이여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그리고 이건 너무 길어.. 포스에서도 메뉴등록할 때도 짤리겠다..."
'포근한 치즈폼 말차 라떼'는 띄어쓰기를 포함한다면 총 13자였다. 이렇게 긴 글자는 메뉴판에 디자인 할 때도, 포스에 키를 찍기위해 등록할때도 불편한다는 말이었다.
팀장님은 이번 겨울시즌 음료의 특징은 뭐냐고 하셨다. 알앤디에서도 뭐라고 했냐고 물어보셨다. 알앤디에서 나눠준 제품설명에 '이불을 덮은 듯 부드러운 치즈폼' 이라고 써있던게 생각이났다.
홍보물 컨셉과 네이밍을 맞추는것도 좋겠다며 컨셉과 이름을 함께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물론 좀 더 읽기 쉽게 말이다.
알앤디 토대리와 홍보물 컨셉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홍보물 컨셉, 제품 이름을 아래와 같이 정하게 되었다.
홍보물 타이틀 : Cozy Winter Latte
제품이름 :
고소 토피넛 라떼
포근 치즈폼 라떼
퐁신 치즈폼 말차 라떼
홍보물 컨셉과 이름을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맞추니 촬영 컨셉을 잡기도 좀 더 수월해 졌다. 이불을 덮은듯한 컷, 구름위에 올린듯한 이미지로 사진 촬영을 하기로 했다. 토대리는 부드러운 느낌이 더해졌다며 좋다고 했다.
겨울에 나올 신메뉴이지만 9월에 벌써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내가 이름을 지은 메뉴가 매장에 나온다면 뿌듯해서 1인 1잔할것 같았다. 이름을 짓고나니 더 애정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취해있는 내게 팀장님은 일침을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