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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Jun 24. 2023

포수, 무직, 담배팔이 안중근  『하얼빈』 책리뷰

청년 안중근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책


김훈의 『하얼빈』을 읽고 리뷰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991X&start=pnaver_02




청년 안중근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한마디: 안중근의 거사를 다시 보게 하는 이야기


두마디: 덤덤한 말들이 나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이미지: 태극기


질문: 나는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사살한 일 자체는 애국심이 차오르는 일이지만,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거 같다.

읽으면서  청년 안중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안중근과 인물들의 대사는 덤덤하게 썼으면서도 심경에 대한 묘사들이 섬세하게 되어있다.

안중근 의사가 천주교였다는 것도 몰랐고, 그 관점에서 쓰여진것들도 생각할 거리였다.

그 당시 내가 살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나라를 위해서 뭘 하고 있을까?




책발췌



p.8

두려움은 못 느끼듯이 느끼게 해야만 흠뻑 젖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메이지가 신하들에게 군복을 입히면서 생각하는 것





p.26

안중근의 아명은 응칠應七이었는데 안태훈은 어렸을 때부터 밖으로 나도는 아들의 기질을 눌러주느라고 무거울 중重과 뿌리 근根을 써서 중근으로 이름을 바꾸어주었다. 개명은 안중근의 기질을 바꾸지 못했다. 




p.66

-너는 조선에서 교육 사업에 힘쓰라. 그거싱 나의 뜻이다. 선량한 신도와 착실한 국민을 길러내야 한다. 영혼을 구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 너는 기어이 우라지로 가려느냐 (중략)


도마야, 악으로 악을 무찌른 자리에는 악이 남는다. 이 말이 너무 어려우냐? 네가 스스로 알게 될 때는 이미 너무 늦을 터이므로 나는 그것을 염려한다.


빌렘은 그 말을 안중근에게 하지 않았다.  

- 러시아로 떠나려는 안중근에게 하는 빌렘 신부의 말




p.166

저것이 이토로구나.. 저 작고 괴죄죄한 늙은이가... 저 오종종한 것이... (중략)

총의 반동을 손아귀로 제어하면서 다시 쏘고, 또 쏠 때, 안중근은 이토의 몸에 확실히 박히는 실탄의 추진력을 느꼈다. 가늠쇠 너머에서. 비틀거리면서 쓰러지는 이토의 모습이 꿈속처럼 보였다. 하얼빈역은 적막했다. 탄창에 네 발이 남았을 때, 안중근은 적막에서 깨어났다. .. 나는 이토를 본 적이 없다. 저것이 이토가 아닐 수도 있다.


안중근은 다시 조준했다. 안중근은 고요히 집중했다. 손바닥에 총의 반동이 가득찰 때 안중근은 총알이 총구를 떠난 것을 알았다. 이토 주변에 서 있던 일본인 세 명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러시아 헌병들이 안중근을 몸으로 덮쳤다. 안중근은 외쳤다

ㅡ 코레아 후라.

안중근은 쓰러지면서 총을 떨어뜨렸다. 탄창 안에 쏘지 못한 한 발이 남아 있었다. 러시아 헌병들이 안중근의 몸을 무릎으로 눌렀다. 안중근은 하얼빈역 철도 가에서 묶였다.




p.170

—미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소중하다. 정보를 덧칠하지 말고 날것으로 보고하라. 불온은 고요함 속에 있다.




p.172

순종의 슬픔의 의전은 화려하고 엄숙했다. 그 슬픔이 위기를 모면하려는 가식이라 하더라도 가식이 지극하면 진짜 슬픔과 구별하기 어려웠고,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니 마음이 편안했다. 메이지는 감사한다는 전보를 보내왔다. 메이지의 답신은 짧았다. 



p.181

뮈텔은 안중근의 내면의 영성을 헤아릴 수 없었다. 안중근은 조선의 자식이고 조선의 폐허에 발 디디고 있지만 폐허에 속하지는 않았다. 안중근은 길라잡이로서 믿음직했지만 뮈텔은 안중근에게서 위태로운 어긋남을 느꼈다.




p.228

안중근은 재판관, 검찰관, 서기, 속기사 들을 차례로 응시했다. 거기에, 말을 붙일 수 없는 세계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관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 오기는 왔구나. 여기서부터는 말을 붙일 수 없는 세상을 향해서 말을 해야 하는구나. 여기서부터 다시 가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여기서부터 사형장까지…… 말을 하면서……


  안중근은 몸속에서 버둥거리는 말들을 느꼈다. 말들은 탄창 속으로 들어가서 발사되기를 기다리는 듯하다가 총 밖으로 나와서 긴 대열을 이루며 출렁거렸다. 말은 총을 끌고 가려 했고, 총은 말을 뿌리치려 했는데, 안중근은 마음속에서 말과 총이 끌어안고 우는 환영을 보았다 



p.232

마나베는 자신의 질문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우덕순은 마음속의 사실을 들이대며 질문에 답했고, 사실을 들이대며 질문을 부수었다. 우덕순은 행위와 관련된 사실을 말했고, 동기와 관련된 사실을 말했다. 우덕순은 마나베의 질문이 미리 설정한 틀에 갇히지 않았다. 



p.260

—그렇습니다. 신자들에게 형님이 하신 일을 좋지 않게 말씀하셨습니다. 형님이 이미 영세를 받고 입신했기 때문에 형님의 죄가 더욱 무겁다고……

  —그럴 테지. 신부님은 프랑스 사람이다. 프랑스는 힘센 나라다. 신앙에는 국경이 없다고 신부님은 말했지만 사람의 땅 위에는 국경이 있다.

  —신부님의 노여움이 신천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p.281

안중근의 거사 이후 팔십 년 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공식적으로 안중근의 행위를 역사 속에서 정당화하지 않았고 교리상으로 용납하지 않았다. 안중근은 1910년의 뮈텔 주교의 판단에 따라,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범한 ‘죄인’으로 남아 있었다.


  1993년 8월 21일 서울 대교구장인 김수환 추기경은 안중근 추모 미사를 집전했다. 이 미사는 한국 천주교회가 안중근을 공식적으로 추모하는 최초의 미사였다. 김 추기경은 이날 미사의 강론에서


  —일제 치하의 당시 한국 교회를 대표하던 어른들이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대해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림으로써 여러 가지 과오를 범한 데 대해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연대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안중근의 행위는 ‘정당방위’이고 ‘국권회복을 위한 전쟁 수행으로서 타당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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