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은 Jan 21. 2021

팀이 해체되던 날,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사내에서 유명한 또라이였다.



팀이 해체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회식 자리였다. 술에 취한 채 웃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B는 계속 울고 있었다. 나는 그런 B에게 마음이 쓰였다.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자고 했는데, B가 결국 토하게 되어 등까지 두들겨 주는 꼴이 되었다. 


B는 원래 사내에서 유명한 또라이였다. 회사 초창기 멤버라고 했다. 처음부터 그 회사의 대학생 서포터즈부터 시작해서, 인턴이 되었고, 회사에 입사해 지금은 커피개발팀의 대리가 되었다. 그녀의 책상 앞에는 공정무역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에티오피아 커피농장을 방문화여 활짝 울고 있는 본인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녀의 또라이 같음은. 주로 이런 일들이었다. 내일 보고자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예민한 동료 옆에서. “A야! 요즘은 XX음료가 유행이래! 이거 끝나면 다음 시즌에는 XX음료를 만들어 보는 게 어때?”라고 말하여. 그 사람의 눈총을 사거나. 자신의 음료를 반대하는 대표에게 뭐가 유행인지도 모른다고 대든 얘기들은 타 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말했다 팀장보다 대단한 B대리! 혹시 회장님의 딸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그래서 윗사람들은 고깝게 보고, 동료나 아랫사람들은 또라이로 보는 게 B대리의 평판이었다. 그녀의 솔직함은 독 같은 평판으로 돌아왔다. B의 회사에 대한 애정, 그래서 나오는 그녀의 눈치 없음. B대리의 사랑스러운 웃음을 보며 순수한 건 때로는 끔찍한 일이구나 라고 느꼈다.    

손가락 끝에 B대리의 거칠은 머리가 만져졌다. 일한다고 바빠서 다듬어야 되는데 하면서 못 다듬은 긴 머리, 언니 어떻게 해요. 라며 엉엉 우는 그녀. 나는 B대리를 문간에 앉히고 말했다. 


“대리님,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회사 잘 될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좀 어려워서 팀이 해체되지만 TF로 운영한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 말고.. 우리도 다 좋은 곳에 갈 거예요”

“네.. 제가 만든.. 신제품.. 흑.. 그거 아직 상황도 못 봤는데.. 흠… 저는 다른데.. 흠.. 안 가고 싶어요”


나는 B대리에게 숙취해소제 한 병을 건넸다.


“대리님.. 참 정말 순수하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 아래로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이 상황이 좀 웃겼다. 그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B가 고개를 들어 까만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요? 제가 이상 해요?”


나는 약간. 못할 말을 했나?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그럼 너 또라이잖아. 지금이게 정상이니 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보았다. 그럼요. 다들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어요. 남들은 그리고 망해가는 회사에 오히려 팀이 해체되어 실업수당이라도 받아서 다행이라고 여기는걸요. 팀장님은 벌써 경쟁사 가기로 했어요? 그거 알고 있어요? 저도 여기 어차피 나갈 생각이었는걸요. 여러 가지 말이 차올랐지만. 

“그렇다기보다.. 왜 그렇게 열정적인가 해서요..”라고 말했다.


“언니, 제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해요. 다들 웃고 있잖아요. 지금 언니도요, 슬프지 않아요?”


나는 그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B대리를 보고, 첫 회사의 기억이 떠올랐다. 망해버린 회사 앞에서 사람들에게 그래도 우리 이 일을 계속하면 만날 수 있겠죠? 라며 울었던 일들. 자신을 달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비열하다고 생각했던 일들. 좋게 좋게 해요 라며 웃었던 사람들을 가장 경멸했던 일들. 그러나 자신은 지금 화를 내야 할 때 그 앞에서 좋게 웃어주는 사람이 되었구나. 무너지는 것 앞에서 웃고 있는 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나는 대답했다 


“미안해요 저는 슬프지 않아요” 

작가의 이전글 남편이 30분 동안 ATM기 앞에 있던 사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