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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Jan 22. 2021

커피 : 예민해도 괜찮아.

고작해 봤자 콩일 뿐인데, 표현 방식은 매우 다채롭다.

 


커피 : 예민해도 괜찮아


예전에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다. 그 시작은 한 줄의 카피었고 그렇기에 본인도 카피로 감동을 주고 싶었다. 나중에 안 사실은 카피라이터는 카피로 구매를 하게 하는 사람인데. 그때 본인은 감동을 받았기에 그런 착각에 빠져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지금 커피를 만든다. 


본인의 취향에 대해서, 회사는 묻지 않는다. 

본인의 취향이 깃든 글도 누군가 사지 않는다면 한낱 일기에 불과하다. 

그런 일기를 끄적이고, 디테일함에 집중하고 원하는 글만 쓰고 싶단 걸 알았다. 그건 카피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든 순간부터는 가혹한 업무환경을 이길 꿈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일반회사를 갔고, 그러다가 여기저기 사람과 사람들의 욕망에 휩쓸리고 지금은 커피를 만들게 되었다. 그곳에서 업무에 대한 습득능력을 키우기 위해 커피 관련 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수업시간 원두와 커피를 만났다. 커피는 참 지독하게 디테일한거였다. 고작해 봤자 콩일 뿐인데, 그 맛을 표현하는 방식은 매우 다채로웠다. 중미 커피는 부드럽고, 카라멜 같고, 와인같고, 깔끔하다. 아프리카 커피는 레몬 같고, 귤의 맛이 나고, 시큼하고, 흙맛이 나고, 아주 가볍다. 아시아 커피는 흙 맛이 지배적이고 거칠다. 쓰기도 하고, 강낭콩이나 옥수수 토마토 맛도 난다. 커피에서는 오이맛이 나기도 하며 곰팡이 맛이 나기도 한다. 커피를 표현함에는 무게감, 과일, 향 모든 표현이 동원되었다. 이런 모든 표현은 너무 다채로워서 경망 떠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먹고 하다 보면 어렴풋이 그 느낌을 잡을 수 있다.  


 커피 콩안에는 수많은 세포 분자들이 있고, 그 겹을 낱낱이 해부하는 느낌이었다. 아주 잘게 쪼개서 그 세포들을 하나하나 혀에 대보고 쳐다보는 느낌. 그 감각이 좋았다. 본인의 디테일 함 탐구심, 많이 생각하는 습관 그래서 때로는 예민함으로 표현 되는 것. 가끔 고집하고 싶은 것 그래서 자가당착에 빠지고 마니악 해지는 것. 대중적이지 못한 것. 그래서 그걸 표현해 봤자. 아무리 좋아해도 팔 수 없는 것. 그래서 누구도 사게 할 수 없는 것. 그런 성격과 습관이 단점이 되는 때가 있었다. 잘 함과 못 함을 떠나. 커피에서는 예민함이 중요했다. 커피를 마시고 먹으면서 예민해져야 했고, 그것에 집중하는 게 좋았다. 환경과 사람을 떠나 커피를 마시는 건 그런 예민함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 원두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 따고 발효하고 숙성하고 갈려서 지금 그녀 앞에 있는 것. 그 과정에 대해 천천히 말해 줄 수 있는 것. 생각하고 느껴줄 수 있는 것. 오히려 그 예민함이 섬세함이고 완숙해 질 수 있는 과정이라는 건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그건 공룡뼈를 눈앞에 둔 고고학자 같은 숭고함을 주기도 했다. 모든 먹는 것이 그런 과정으로 이곳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걸음마를 걷는 것처럼 천진해진다. 무엇보다 커피에 대해 답이 없다라는 것이 좋았다. 물론 많이 팔리는 원두가 좋고, 비싼 원두가 있고 훌룡한 원두 품질 평가사가 있고. ‘답’ 이라는 것에 가까운 계층이라는 것은 존재 한다. 그러나 매일 커피를 마시면서 제멋대로 분해해보는 일을 떠올린다. 그러면 어떤것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침에 만나는 커피 한 잔은 나를 좀더 예민해지게, 그리고 다시 집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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