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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Feb 08. 2020

타인의 고통과 무례함

나는 타인의 고통을 견뎌내는 힘보다, 타인의 무례함을 견뎌내는 힘이 없다


타인의 고통과 무례함


나는 타인의 고통을 견디는 힘보다, 타인의 무례함을 견디는 힘이 없다. 

내게 타인이 고통을 호소하는 말은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는데, 

무례함이나 짜증에는 면역력이 없다. 오히려 화를 내고 갚아주고 싶어 한다. 


타인의 고통은 내게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타인의 무례함은 뼛속 깊이 스며들어 가끔 화가 치밀어 벌벌 떤다.



내 마음의 방 또한 타인의 무례함과 고통을 다른 파동으로 받아들인다. 

타인의 무례함은 빈 방의 사방을 치고 다니는 

탄성이 좋은 공처럼 내 안에 몇 번씩 튀어 오르며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의 말들은 방음시설이 있는 방에 들어간 소리처럼

벽 한 곳에 파묻힌 말이 되어, 내 마음에서 휘몰아치지 않는다.



나는 타인의 고통에 무던한 낯선 사람

타인의 무례함에 예민한 날 선 사람


나를 겨누는 작은 가시에도 날 서게 반응하며, 

타인의 가슴 아픈 소식에는 능숙히 표정을 숨기며 

해야 할 위로의 말을 한다.



내가 그런 인간임을 자각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무례함으로 튀어 오르는 내 안의 울림을 잠잠하게 만들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을 따스하게 감싸 안을 용기도 없다.

그전까지는 내가 타인을 

충분히 공감하고 동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괴리감을 느낀다.


그래도 이제 내 안의 벽과 다른 파동을 느꼈으니,

내게 들어온 소리를 튀어 올려내거나, 묻어버리기 전에 

어떤 파동으로 받아들일지 천천히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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